[미래포럼] 조경주도의 복합영농 플랫폼 개척

채일 (주)수프로 대표이사
라펜트l채일 대표l기사입력2015-12-24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Series No.7


조경주도의 복합영농 플랫폼 개척
: 해외 및 북한 내 조경의 역할



채일 (주)수프로 대표이사


최근 플랫폼(Flatform)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자신의 시스템을 개방하여 개인, 기업 할 것 없이 모두가 참여하여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구축된 환경으로 플랫폼 참여자들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있다.


플랫폼은 누구나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장터이자, 주변과 공유하고 소통하여 아이디어, 사람 그리고 돈이 넘쳐나는 신명나는 장터인 것이다. 플랫폼이 가진 공유, 소통, 유연함 그리고 융합에 따른 독창성은 북한지역 녹화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유용한 개념이라 생각된다. 인접 분야의 역할과 가치를 끌어 들여 조경이 중심이 된 새로운 플랫폼 모델을 연구하고 만들어 나간다면 조경분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될 것이다.


2008년 3월 필자는 김포공항에서 평양 순안공항까지 국적기로 일주일 동안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하늘과 땅에서 북한의 산림과 주변지역을 직접 체험해 볼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이때의 소중한 경험은 조경이 중심이 된 플랫폼 개념의 북한의 황폐지 복구를 위한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산림분야의 북한협력 사업은 일반적으로 남한에서 양묘한 묘목을 지원하여 황폐지에 심는 경우, 북한지역에 시범 양묘장을 조성하여 묘목을 양묘하여 소규모 식재 하는 경우, 농업 기자재 및 종자를 제공하여 농사를 지원하는 경우 등 단편적인 지원이었다. 즉, 북한의 황폐지 복구사업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대부분 민간 NGO들에 의해 추진되어 왔기 때문에 시작부터 그 한계성을 가지고 있었다.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 연설에서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는 북한의 환경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하여 산림을 회복하고 농업생산성을 향상하자는 발표였다. 즉 무분별한 산림개간으로 인한 산림을 회복뿐만 아니라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농업의 생산성까지 향상하는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즉 임업과 농업을 연결하는 방안이다.


경사지관리 10년 (2014)
이미지 출처 : 공업출판사


최근 북한에서도 복합농촌단지를 활용한 황폐지 복원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복합농촌단지 조성은 하나의 단지에서 나무도 심고 거기에다 농작물과 또는 약초 등을 섞어서 심는 산림경영 형태이며, 임업과 농업을 겸하면서 축산까지 도입해, 식량, 과실, 풀 사료, 땔감, 목재 등을 생산하고 토양 보전을 실천해 지속농업을 가능케 하는 복합영농의 한 형태이다.


복합영농을 위하여 남북한이 추진하는 복합농촌단지라는 플랫폼 속에 조경가가 주도하여 임업, 농업, 원예, 축산업, 농촌개발 등 인접 분야를 연결시켜 지속가능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조경가는 환경분석을 통해 다양한 분야가 접목할 수 있는 개간산지를 주요 대상지역으로 하여 임업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조림대상지 및 수종 선정 그리고 조림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묘목생산을 위한 양묘장을 설계한다. 그리고 농업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임농복합경영을 위하여 식재된 수목들 사이 또는 주변에 밭을 만들어 단기적인 농업생산 활동을 지원한다.


특히 양묘장은 단순히 조림용 묘목을 생산하는 곳이 아닌 마을사람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영역만 아니라 교육 및 휴식공간으로 활용한다. 산림과 농업 그리고 농촌개발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마을-양묘장-농지-조림지가 연결되는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하드웨어 중심으로 시작하여, 차츰 남북관계 개선이 되면 소프트웨어도 함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조경이 가지고 있는 계획, 설계의 강점은 각 분야가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과 역할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모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러한 개념은 필자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산림 원조사업으로


△중국 내몽고자치구 우란부허사막 확산방지 및 생태복원사업(2008~2010), △섬서성 황토고원 생태복원사업 2010~2013), △키르키즈스탄 산림역량강화 사업(2011~2015), △우즈베키스탄 나보이지역 조림사업(2013~2016), △튀니지 코르크참나무 복원사업(2014~2018)을 8년 동안 수행하면서 생긴 축척된 경험과 기술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동북ㆍ중앙아시아, 아프리카의 다양한 형태의 건조/반건조지 생태복원사업을 수행하면서 각 지역의 환경과 문화 특성에 맞게 조경이 그리는 큰 그림 속에서 인접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좋은 사업결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지역의 조림사업의 경우 사업지 인근 마을에「우정의 정원」이라는 조경적 기법을 적용하고, 선진 양묘기술을 활용한「한ㆍ우즈벡 양묘장」을 구축ㆍ운영하면서 현지 정부와 인근 주민들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조림ㆍ과수ㆍ조경사업에 필요한 묘목이라는 실탄을 안정적으로 생산ㆍ공급하는 양묘장을 중심으로 지역주민 경제활동 지원, 조림 및 과수 묘목 생산 및 기술전수, 마을 주민의 교육 및 커뮤니티 공간 제공, 주변 마을 정원 조성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북한의 황폐지 복구를 위한 복합농촌단지는 경제림 조성, 과수원, 계단밭 등의 개발로 산림황폐화를 방지함으로써 산림 생태계를 회복하고 홍수 및 가뭄 피해 등 자연재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산간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여 주민들의 참여도를 높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성공적인 황폐지 복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지속가능한 통합적 개념의 사업모델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재 및 기술 지원 또한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북한의 황폐지 복구, 북한 주민의 식량문제와 연료공급 문제도 함께 해결하며 마을공동체의 생태 환경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끝으로 조경의 어려운 현실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기 보다는, 조경의 미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도록 조경가가 그리는 해외와 북한의 녹화사업을 함께 상상하고 중지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라펜트는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과 함께 조경의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를 매달 1회씩 게재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향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경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논의의 장으로서 조경인 모두의 관심과 함께 연재가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2016년 1월 필자는 문석기 교수(청주대)입니다.


 

_ 채일 대표  ·  수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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