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용산공원 : 21세기 한국조경의 신화로 쓰자

과거 전통 기반의 현재 미래형 공원으로 조성되어야!
라펜트l조세환 교수l기사입력2016-05-29
용산공원 : 21세기 한국조경의 신화로 쓰자


_조세환(한양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전공 교수,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용산공원은 땅이 갖는 스토리만큼이나 다사다난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 청나라부터 시작해서 일본의 강점을 거친, 참 모진 땅의 역사를 지니는 곳. 일본으로부터 해방되며 6.25전쟁이 터지고, 남북으로 대치되며 한국의 동맹, 우방국으로서 미군이 활용하고 있는 땅. 팔자가 드센 사나운 땅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던 용산이 그 험악한 땅의 역사를 뒤로하고 지금 금세기 최대의 도시대형공원 중 하나가 되기 위해 달음박질해 가고 있다.  

공원을 전문으로 하는 우리 조경분야의 입장에서 보면 그 험난한 역사의 땅을 용산공원 추진의 역사로 이어가는 과정 또한 험난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2004년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대두 되면서 용산공원 문제는 일찌감치 도시계획분야의 일로 치부되었다. 용산공원을 만들기 위한 각종 학술 용역과 국제세미나 개최 등 모든 것이 도시계획분야의 일이었다. 이어서 용산공원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전과 심사, 참여자 등 분야에 걸쳐 거의 건축분야의 일로 넘어갔다. 조경분야 인사가 일부 참여는 하였지만 대세는 안타깝게도 속수무책이었다. 

2008년 10월 어느 날,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용산공원에 관한 국제세미나를 국무총리실 후원으로 개최하였다. 패널들의 토론이 끝나고 플로어의 질문을 받는 시간, 한 사람이 일어나 회의장 중간에서 첫 질문을 던졌다. “공원은 조경분야가 가장 잘 하는 전공분야인데 왜 조경학회가 이런 행사를 주최하지 않고 도시계획학회에서 주최하느냐? 이럴 수가 있느냐? 질문이 아닌 일갈의 항의였다. 장중은 찬물을 끼얹는 듯하였고, 토론 좌장은 이것으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당황스런 목소리로 회의를 끝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리곤 회의장 맨 앞줄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그 질문자를 향해 뛰어 왔다. 급히 명함을 건네며 국무총리실 용산추진기획단 단장입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론 조경학회와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2009년 10월경, 드디어 국토교통부(그 당시 국토해양부)에서 ‘용산공원 및 주변부정비계획’이라는 제목으로 법정 계획 수립을 위한 경쟁입찰 공고가 나왔다. (사)한국조경학회에서는 발 빠르게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입찰에 응모하였다.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와 LH공사 주택도시연구원의 참여 협조를 얻고, 조경기술사사무소(CA : 대표 진양교)와 선진엔지니어링 등 1개 학회와 1개 공공기관, 2개의 민간사업체 등 4개의 기관이 서브로 참여하는 컨소시엄이었다. 

(사)한국조경학회는 제안서를 쓸 20명에 가까운 각 분야 전문가를 모으고 1개월 정도의 시간을 제안서 쓰는 데 할애하였다. 그리곤 응모하러 갔던 날, 깜짝 놀랄 일이 발생했다. 건축분야에서 국토연구원을 메인으로 하여 건축도시연구소(Auri)와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제안서를 제출한 것이었다. 당시, (사)한국조경학회 내에서도 입찰에 참여하지 말자는 의견이 분분하였기에 첫째, 건축분야에서 제안서를 낸 것은 조경의 일을 건축분야에서 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냈기에 충격적이었기도 하지만, 둘째, 만약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면 용산공원을 온전히 건축분야에 봉정하는 일이었기에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셋째, 그보다 더 한 것은 건축분야와 경쟁하여 만약 패한다면 조경분야의 위신을 망가뜨림과 동시에 공원의 일을 어쩌면 앞으로 건축분야에 강점당할 수도 있다는 극심한 위기감과 불안감의 엄습이었다.  

더구나 심사위원의 구성은 절대적으로 조경학회에 불리한 상황이었다. 조경분야 전문가는 심사위원 5명 중 1명에 불과. 조경분야의 위상을 나타내는 상징적 현상이긴 하지만,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하였던가. (사)한국조경학회 컨소시엄이 승리를 하였고, 14억 5천만 원에 달하는 용역은 조경학회에 귀속되었다. 용산공원 조성이 드디어 어머니, 조경분야의 품속으로 귀환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2010년의 용산공원 및 주변부정비계획도, 이어진 2012년 용산공원에 관한 국제현상공모도 조경분야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국제현상공모에서 당선된 회사도 내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라 안타깝기는 하지만 조경분야가 주축이 되어 현재까지 기본설계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또 새로운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그렇게 마련된 용산공원정비계획이 조경분야의 전문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정치적 이해와 개인적 견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새로운 위기에 처하고 있다. 심지어 정치인의 개인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국회에서 예산을 주지 않아 2년간 용산공원 추진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하고, 결국엔 국제현상공모에서 당선된 안을 바꾸고서야 비로서 예산을 배당해주는 희귀한 일도 발생한다. 국제적 망신살도 당한다.         

이제 용산공원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치인들의 판이 되어가고 있다. 대형 국가공원을 동네공원인양 다루려 하기도 하고, 뒷동산에 진달래꽃 피는 공원을 상상하고 만들려고도 한다. 끔직한 것은 170년 전의 아마득한 구형 공원(1858년의 센트럴파크)을 그대로 베끼려 하고도 있다. 우리 시대, 우리 전문가들이 꿈꾸고 사명으로 하는 ‘과거 전통 기반의 현재 미래형 공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후진하는 공원을 만들려고 한다. 용산공원은 땅의 아픔과 기억을 보전하고 치유하는 공원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희망의 공원으로도 자리매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더하여 용산공원 자체도 중요하지만 공원 주변부의 도시 활성화를 넘어 도시로의 공원 확산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더 중요할 수 있다.

맨하탄의 센트럴파크는 19세기 산업사회 도시의 신화다. 신화는 특정 시대의 아픈 역사를 가질수록 강한 신화가 만들어지는 특징이 있다. 유대교에서 발전해온 기독교가 그렇다. 용산공원은 오늘날의 지구기후변화, 생물종다양성, 도시쇠퇴와 문화창조 문제 등 아픈 현상을 치유하는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한 21세기 새로운 공원 신화로 써 져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조경분야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고 볼 것인지? 용산공원을 조경분야의 품으로 귀환시키는 아픔의 역사를 뒤로하고 다시, 정치인들의 잘못된 인식에게 공원의 봄을 빼앗길 것인지? 이제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용산공원은 산업사회 녹색의 섬을 넘어, 도시문제의 진통제 기능을 넘어, 도시를 치유하고 진화시켜나가는 새로운 공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2009년의 그 때처럼 또 한번의 과감한 결의와 참여가 아쉬운 요즘이다.
_ 조세환 교수  ·  한양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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