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행] 신기자의 호주 탐험기, 멜버른편 -4

골목길 투어부터 밤 축제까지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6-09-07

오래된 건축물과 그 속에 자리잡은 현대식 건축물. 서로 다른 분위기가 특유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딜가든 거리마다 음악 소리가 들리고 맛 좋은 커피향기로 가득하다. 한편에서는 여유로운 분위기와 상반되는 거칠고 화려한 그래피티가 골목길을 따라 펼쳐진다. 지독한 찌린내와 어두침침한 골목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거리에 도달하게 된다.


약 8개월간 멜버른에 거주하면서 정원의 도시, 축제의 도시, 여행의 도시로써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행기에 맞춰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뒤로 한채, 멜버른의 이야기를 끝맞치려 한다.


골목길 투어부터 밤 축제까지


멜버른 위치도




페더레이션 광장 

Federation Square


관광객들의 관문 페더레이션 광장 (Federation Square)



Kwave Festival을 즐기는 외국인들



2014년 한식홍보 담당을 맡던 시절


2002년 문을 연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은 광광객들에겐 관문과 다름 없다. 랜드마크이기도 한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바로 인근에 있으며, 광장 중앙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비즈터스 센터가 위치해 있다. 특히 파격적인 디자인 때문에 버추얼투어리스트에서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건물' 5위로 선정돼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2014년 당시(09.06) Kwave Festival이 열렸다. 이날은 K-pop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 같이 즐길 수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있고 행사장에서 한식홍보를 도왔다.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분위기에 취해갔다.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심지 한 곳 판에서 이런 축제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 조경의 참모습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골목길 명소

로얄 아케이드(Royal Arcade), 멜버른 카페거리(Degraves Street), 호시어 레인(hosier lane)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State Library of Victoria) 앞 잔디밭



야라강(Yarra River)에서 카누를 즐기는 사람들



아기자가힌 용품과 카페로 유명한 로얄 아케이드(Royal Arcade)



멜버른 카페거리(Degraves Street)


멜버른은 어디를 가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장 큰 이유는 시티 내 모든 트램이 무료라는 점이겠지만, 다음으로는 문화생활에 맞춰 경제가 순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맛 좋은 커피로도 유명한 멜버른 곳곳에는 프렌차이즈 카페가 없다. 어떤 업종이든 프렌차이즈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를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어색한 모습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멜버른에서 반 년간 거주하면서 알게됐다.


호주는 일반적으로 상위 직종보다는 하위 직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많다고 한다. 워킹홀리데이로 오는 외국인들을 손쉽게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알바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을 타지인들로 상상해보면 된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철저한 복지 시스템 덕분에 호주의 러시아워 시간대는 3시부터 시작한다. 대신에 현지인들에게 빠르고 신속한 서비스를 기대하긴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돈을 버는 사람들은 오후부터 소비를 시작한다. 자연스레 하위 직종들도 발전할 수밖에…. 이러한 이유와 최저시급 AUD17.70(약 15,000원)로 인해 기술직에 종사하는 현지인들도 많은 편이다. 하위 직종의 발전은 자연스레 문화생활과 여가활동까지도 장려하게 됐다. 


특이하게도 멜버른의 문화적 양상은 골목길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로얄 아케이드(Royal Arcade)는 1869년 세워져 멜버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실내 골목길에는 오래된 찻집, 수제 초콜릿 가게, 빈티지 숍 등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허름한 노천카페가 인상적인 디그레이브스(Degraves Street)는 커피를 사랑하는 멜버른인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관광명소가 된 그래피티 골목, 호시어 레인(hosier lane)



그래피티를 그리고 있는 아티스트 모습


한국에서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인해 알려진 그래피티 골목인 호시어 레인(hosier lane)은 멜버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골목길 명소가 되었다. 심지어 호시어 레인 투어 프로그램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아직까지도 수많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찾아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플린더즈 스트리트 역 

Flinders Street Station


새해의 폭죽이 터지는 플린더즈 스트리트 역(Flinders Street Station)



새해 폭죽을 구경나온 거리의 사람들



새해의 시작을 함께한 외국인 친구들


1830년대 중반 금광이 발견되면서 골드러시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이 곳으로 몰려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던 멜버른은 버려진 땅에서 호주의 중심지로 커져갔다. 1901년부터 27년간 멜버른은 호주 최대 도시이자 행정 수도가 됐다. 이런 탓에 멜버른은 호주에서도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로 유명하다. 이밖에도 예술, 패션, 스포츠 등 고급 문화가 발전하게 됐다. 


멜버른의 가장 유명한 명소로 손꼽히는 플린더즈 스트리트 역(Flinders Street Station)은 1911년 시가지와 교통을 연결하는 교통의 거점으로 지어졌다. 유난히도 황금색이 눈에 띄는 이유는 경제가 급성장한 골드러시 시절의 화려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또한, 플린더즈 스트리트 역은 페더레이션 광장과 야라 강 사이에 자리잡은 덕택에 멜버른의 1번지 역할을 똑똑히 하고 있다. 


2015년 1월 1일 자정이 되어가자 플린더즈 스트리트 역 주변으로 멜버른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곧이어 폭죽과 함께 멜버른의 새해가 시작됐다.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중요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환하게 빛나는 황금색의 기차역은 과거의 찬란했던 도시를 상상하게 해준다. 과거와 조우하는 순간인 것이다.  



야라강 

Yara River


야라강에서 바라본 플린더즈 스트리트 역



야라강의 야경



야라강을 따라 늘어선 식당


플린더즈 스트리트 역이 마주보이는 야라강은 1835년 영국계 이주민들이 처음으로 정착한 곳으로 이때 원주민이 부르던 명칭을 따 붙여진 이름이다. 야라강의 경우 총 242km 길이를 따라 강변공원, 고급호텔, 카지노,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서있다. 여행 책자에서도 야라강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가 여럿 소개돼 있다. 


조경에서도 기본적으로 사계절과 시간을 고려한 설계를 구상한다. 낮과 밤에 따라 분위기와 사람들의 활동 영역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강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카누를 타고 조깅을 즐기던 낮의 모습과는 상반되게 밤이되자 무드있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크게 붐빈다. 모든 것을 고려할 수 있는 조경가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많은 것을 접해보는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퀸 빅토리아 마켓 

Queen Victoria Market


야외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잡화를 판매하는 천막



퀸 빅토리아 마켓 주변에서 예술작품을 판매하는 아티스트들


다음으로 밤이되면 꼭 찾아가야 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매주 수요일마다 퀸 빅토리아 마켓에서 열리는 야시장이다. 퀸 빅토리아 마켓은 1859년 처음 문을 연 이래 호주 최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곳은 의류, 식료품, 기념품까지 한번에 볼 수 있는 재래시장으로 야시장에서는 다국적 음식, 공연, 잡화 등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서울도 야시장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젊은 감성, 젊은 느낌의 새로운 트랜드가 반영된 재래시장이 여의도 공원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 중이다. 소극적인 공원의 역할이 적극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봐야할 양상인 것 같다. 


멜버른은 정원의 도시로도 유명하지만 아름다운 야경과 매달 열리는 축제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다양한 문화를 연계시킬 수 있는 조경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사계절 내내 활용되는 공간이 곧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 아닐까.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ssinkija@naver.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