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행] 신기자의 호주 탐험기, 브리즈번 - 2

분홍 꽃길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풍경, 사우스 뱅크 파크랜즈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6-11-16
호주 브리즈번은 도시와 공원이 균형을 이루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공원은 늘 활기찼고, 도시는 문화와 조경이 잘 어울러졌다. 특히나 밤이 되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브리즈번은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좋았지만, 한편으론 호주의 끝이 다가올수록 아쉬움과 허망감도 커져가던 시기였다.  최대한 조경기행에 초점을 맞추돼, 복잡했던 심정에 대해서도 몇 자 적어봤다. 

이번 편은 사우스 뱅크 파크랜즈, 시티 보타닉가든, 브리즈번 시티의 모습을 소개해볼까 한다.

분홍 꽃길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풍경, 사우스 뱅크 파크랜즈


브리즈번 위치도



사우스 뱅크 파크랜즈 South Bank Parklands






사우스 뱅크 파크랜즈는 1988년 브리즈번 엑스포가 열렸던 전시장 자리에 16ha 규모로 조성된 공원이다. 이곳은 인공비치가 있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인공비치인 스트리트 비치(Street Beach)는 해변에 누워 도심지를 구경할 수 있는 이색 공간이다. 이밖에도 공원 내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야생 식물센터과 나비곤충관 등 테마공원이 조성돼 있다. 또한 퀸즐랜드 미술관, 문화센터 등이 주변에 있어 다양한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는 중심지이기도 하다.

도심 속에서 언제든지 즐길 수 있게 무료로 개방된 인공비치를 보기 위해 사우스 뱅크 파크랜즈를 방문하게 됐다. 조경에 대한 기대치 없이 방문했다가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풍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브리즈번에서 인상적인 장소를 꼽으라면 당연 사우스 뱅크 파크랜즈를 뽑을 것이다. 화려한 꽃과 독특한 시설물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 꽃길을 따라 걷다보면 유명 명소인 인공비치와 레스토랑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천장을 수놓은 분홍 꽃들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녹색과 분홍색의 향연은 사진으로는 전부 담아낼 수 없는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최근 해외에서 수직 정원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수평 정원과 달리 수직정원은 적은 부지를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세련된 형태의 터널형 파고라를 설치해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

분홍색 커튼이 쳐진 터널은 주동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꽃은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생각 이상의 차광효과까지 있었다. 브리즈번 강변을 따라 불어보는 시원한 강변바람과 꽃 그늘은 공원에 있는 동안 쾌적한 느낌을 선사했다.

공원 안쪽으로 들어서자 열대우림으로 이루어진 작은 숲길을 만났다. 우거진 수목 사이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들어가보니 생각치도 못한 놀이공간과 조우할 수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오래된 나무 밑에서 정신없이 뛰놀고 있었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디자인의 놀이기구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밀림 속 놀이터라니….

작은 열대 숲을 나오자 잔디광장이 펼쳐졌다. 또 한번 이색적인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잔디의 단조로움을 깨는 굴곡직 문양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밤이면 문양을 따라 조명이 켜지기도 한다. 









호주의 공원은 예술·문화·여가·커뮤니티·레크레이션 등 복합적인 성격을 고려해 디자인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사람들마다 개성이 다르듯 어떤 공원을 가도 같은 공간이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하물며 잔디광장마저 멋스러움을 주었으니 말이다.

사실 사우스 뱅크 파크랜드는 브리즈번에 머무는 동안 매일 방문했던 공원이기도 하다. 길고 좁은 형태의 부지는 우리나라의 한강공원과 비슷하다. 그러나 한강과 브리즈번 강변의 느낌은 180도 달랐다. 일상적인 편안함을 주는 한강과 달리 브리즈번 강변은 항상 축제가 열릴거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의 차이는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와 같은 상업 시설물에서 나왔다. 공원에서 식사를 하고, 디저트를 먹고, 산책을 할 수 있는 조건과 다양한 선택요건들이 맞물려 공원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줬던 것이다. 여기에 독특한 꽃길이 더해져 마치 테마파크에 온 듯한 분위기가 탄생됐다.


시티 보타닉가든 City Botanic Gardens




시티 보타닉가든은 1855년 브리즈번의 첫 번째 시민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약 20ha 규모의 부지에는 150여 년간 자리잡은 수목들로 우거져 있다. 주로 피크닉과 조깅을 즐기기 위해 도심지 내 주민들이 방문하고 있다.

공원의 분위기는 상당히 평화롭고 정적였다. 복잡한 브리즈번 시내 한 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오래된 수목들이 우거져 있었다.

다른 도시의 보타닉가든과 달리 세련됨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오래된 듯,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느낌이 이곳의 매력으로 들 수 있다.







공원 안으로 들어 갈수록 시간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공원이라기 보다는 숲에 가까울 정도로 우거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소 거칠지만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숲은 심적인 안정감을 준다. 잠시 이곳에서 숨을 고르고 그 동안의 시간들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둥바둥 3년 반의 대학생활을 보내고, 졸업 후 무작정 통장에 남은 잔고 50만원을 털어 호주로 떠났다. 그 뒤, 여행을 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8개월간 일에만 몰두했고, 이렇게 현재 여행을 하고 있는 내가 있다. 브리즈번에 들어서면서 심적인 혼란감이 커져갔다.

어느새 호주 동부 여행의 끝자락에 와 있다는 허무감과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다. 여행이 끝나고 다음 여행지인 유럽은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여자 혼자 여행한다는 이유만으로 괜한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여러가지 복잡한 심정이 쏟아져 나왔다. 


브리즈번 시티 Brisbane City









계획없이 여행을 하던 도중 방문하게 된 브리즈번. 처음 기대와 달리 여가와 문화가 공존하는 인상깊은 도시였다. 거리마다 정돈된 조경 시설물도 인상적이였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수다를 떠는 사람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 등 가지각색의 모습들이 도시 속에 담겨 있었다.

브리즈번을 방문하게 된건 순전히 곽희재씨와의 인연 덕분이였다. 모교에서 알게된 세계일주 여행가 박태환씨의 소개로 우연히 연락이 닿게 됐는데, 호주 브리즈번에서 남미여행을 위해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때마침 브리즈번에 도착할 일정이 맞아 만날 수 있었고, 이후 좋은 인연이 되었다. 희재씨는 또다시 특전사 출신의 자칭 자멋왕(자기 멋에 사는 놈들 중에 왕이 되자) 최정곤씨를 소개해 줬다. 정곤씨는 전역 후 남미 일주를 시작으로, 미국 무전여행을 하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다. 이후 유럽 무전여행을 성공한 모험가이다. 

무심코 도착한 브리즈번에서 풍경에 반하고, 인연에 반하는 행운이 만들어졌다.











특히나 브리즈번은 야경이 멋진 도시이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에는 언제나 활기찬 느낌의 공공디자인이 눈에 띄었고, 밤이 되면 완전히 다른 느낌의 도시가 됐다. 

새롭고 낯선 환경에서 포기하고 싶고 두려운 마음이 앞서갈 때도 있다.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 질수록 조금씩 나와 대화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낯설음과 새로운 익숙함은 기존의 나를 깨는데 큰 원동력이 됐다.

이번 편에선 브리즈번에서 느낀 감정들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했다. 가장 인상 깊은 도시 중 하나였지만, 가장 마음이 복잡했던 시기였기도 했다. 복잡한 마음은 훗날 여행하는데 있어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을 다지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다음 편은 호주의 마지막 도시 케언즈 편이다.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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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nki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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