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을 말한다] 2017년은 조경혁명 시작의 해: 변화 그리고 혼돈에서 질서로

조세환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라펜트l조세환l기사입력2017-01-08
2017년은 조경혁명 시작의 해: 변화 그리고 혼돈에서 질서로




_조세환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


작년인 2016년의 1월, 여느 해와 같이 스위스의 조그마한 산골마을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름하야 그 유명한 다보스포럼. 이때 포럼의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인 4월에는 다보스포럼의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밥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이 뒤따라 출간되었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세계의 저명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있고 난 뒤 불과 3개월만의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공장이 들어서게 된 것을 제1차 산업(1760~1840년)이라 한다. 전기의 발명으로 대량생산(인프라)체계로 돌입한 것을 제2차 산업(1840~1950년), 디지털기술의 발달과 정보혁명으로 컴퓨터와 인터넷 등이 산업으로 출현하는 것이 제3차 산업(1950~2015)으로 규정된다. 2016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물리학, 생물공학, 디지털기술 등의 분야에서의 기술 고도화와 이들 분야들 간의 다자간 융합으로 인공지능(AI), 생명공학, 나노·재료공학 등이 더욱 발전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로봇, 사물인터넷(IoT), 드론, 빅데이터 분석 등에서부터 생체 조직과 기관을 만들어 내는 바이오 프린팅(bio-printing) 기술까지 도달하게 된다. 고도의 초연결사회, 플랫폼경제, 죽지 않는 신이 되는 인간으로의 진화 등 사회·경제·문화·윤리체계 자체를 변화시키는 큰 변혁의 물결,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다.  

제4차 산업혁명 개념이 출현하고, ‘뭔가?’하고 잠시 주춤하는 촌각의 시간에 2016년 11월, 과학·경제계는 다시 제5차 산업혁명의 출발을 선언했다. 1년이 채 가기도 전에 연달아 4차에서 5차로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이 다시 일어난다. 산업혁명이 무슨 장난이란 말인가? 그런데 제5차 산업혁명 얘기가 결코 장난스럽지 않다. 제5차 산업은 우주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을 일컫는다. 장난이라면 결코 수천 억 달러의 돈을 쏟아 부을 일 없다. 

‘스페이스 X’ 프로젝트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록히드, NASA 등 많은 세계적 기업과 기관들이 현재 제5차 산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우주에 관광객을 보내는 우주관광산업, 우주에 떠도는 행성에서 자원을 채굴하는 우주자원개발사업, 우주에서 태양광에너지를 생산하여 지구에 내려 보내는 우주에너지산업 등이 이들에 해당된다.  

혼란스럽다. 유인원의 출현이 600만~800만 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결코 짧지 않은 지질학적 시간이다. 그런데, 현대인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20여만 년 전후에 출현했고, 농업혁명이 10,000년 전에 일어났다. 산업혁명이 300년 전에, 정보혁명이 60년 전에,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이 불과 1년 전에 일어났고 그로부터 몇 개월도 지나기 전에 5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세상 변화의 속도가 가히 압도적이다. 그래서 이젠 ‘변화’에서 ‘가속적 변화’로, 다시 ‘파격적 변화’라는 언어로 빠르게 탈바꿈한다. 무관심하지 않다면, 또 조금의 관심을 기울이거나, 웬만큼 정신 차리지 않으면 변화의 혼란 속에 기절하기 딱 좋다.

조경은 몇 차 산업에 해당될까? Landscape architecture라는 용어가 옴스테드에 의해 1858년에 처음 등장했고, 1863년에 용어가 공인되었으며, 1902년에 하버드대학교에서 조경학과가 생겼다. 그러니 조경의 발생은 1840년~1950년대에 해당된다. 당연히 조경은 제2차 산업혁명시대의 산업이고 학문의 산물이다. 우리 조경가들은 제2차 산업혁명시대의 산업을 주업으로 제5차 산업혁명이 시작하는 동시대에 살고 있다. 마치 오늘날의 현대적 거리에 마차가 달리는 현상에 비유될 수 있다. 수 년 전부터 조경 학·업 분야 할 것 없이 혼돈으로 안달하고 불안해하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우리가 원인을 모르고 있을 뿐,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지 않을까? 

한국의 조경계는 1970년대 초 한국의 산업화와 함께 태동된 조경 도입기부터 2010년대까지, 30~40년간 고도의 호황기를 누렸다. 그 맛을 알거나 취해 있었던 어제의 조경가는 그 시절의 부흥 꿈을 꾸면서―어쩌면 세월 가는지 모르고 좋은 꿈만 즐겼다는 고사 속의 남가일몽(南柯一夢)처럼―‘행여나 내년에는 회복되겠지?’ 하는 장미빛 꿈과 막연한 기대에 녹아 사는 딱한 전문가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 전설적 얘기를 들어왔던 오늘날의 조경가는 어쩌면 참담하게도 그 희망마저 접었을지도 모른다.   

변해야 한다. 2017년의 조경계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Landscape architecture가 정착되기 위해 40여 년간 이상을 Landscape gardening과 치열하게 경쟁하였고, 그 이전에 Gardening에서 Landscape Gardening으로 진화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Gardening - Landscape gardening - Landscape architecture - Landscape urbanism으로의 진화를 거쳐 온 조경은 이제 또 다시 랜드스케이프라는 유전자형(genotype)을 변이시켜 또 다른 조경 표현형(phenotype)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마침내 조경은 제4차 산업혁명의 경제·사회·문화·환경·윤리 차원을 담아내는 새로운 생명기술로 진보적 진화에 성공해야 한다. 그 표현형이 경관생태복원이든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든, 도시가드닝, 아니 그 무엇이든 간에 동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예컨대 디지털, 지구기후변화, 플랫폼, 초연결사회 등)에 맞춰 변해가야 한다. 도시든, 농촌이든, 국토든 그 가상의 환경을 확산시키고 새롭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거대 담론을 띄우고, 연구하고(학회, 조경진흥센터 등) 분야 내·외간 협력 체계와 경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 프레임 속에서 협력(cooperation)하고 또 협력(collaboration)해야 한다. 개인이 모여야 하고 단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뭉쳐야 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힘없는 개미가 복잡성의 법칙을 극대화함으로써 지구상 진화에서 가장 성공한 종이 되듯, 조경분야 내 대학 간 파벌, 학·업 간 분열, 공기업과 사기업 그리고 업·업간 힘 싸움.., 이젠 지양해야한다. 

조경계는 찌를 보고 덤벼드는 물고기가 아니라 찌를 이용해 큰 물고기를 낚는 지혜의 횃불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2017년의 조경계는 새로운 조경혁명으로 일어서는 출발과 준비의 한 해여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 조경으로 급격한 변화와 진화의 횃불을 밝혀야 한다. 거기에는 너나가 없다! 조경혁명적 사고와 가치, 협력과 행동만이 필요할 뿐이다.
_ 조세환  ·  한양대 도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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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h3@hanyna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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