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행] 신기자의 유럽 탐험기, 이탈리아 -1

전세계인들의 사랑받는 도시, 로마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7-05-12







전세계인들의 사랑받는 도시, 로마

이탈리아 로마 위치도

Roma라는 단어를 거꾸로 쓰면 사랑을 뜻하는 Amor가 된다. 로마는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도시로 로맨틱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호주를 떠나 가장 먼저 이탈리아 로마에 첫 발에 내딛었다. 도착하기 이전에 느꼈던 공포감과 달리 어느새 설레임으로 가득찼다. 그렇다. 로마에 도착한 것이다. 약 8개월 간의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유럽과 마주하게 됐다!

첫 날은 사전에 예약한 한인민박에서 짐을 풀고 오랜 만에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문뜻 보수상이 된 기분이 들었다. 오랜 시간 여행하는 여행자나 장사꾼들은 이런 재미로 떠도는 것이 아닐까. 

낯선 공간에서의 대화는 그 동안 경험했던 것을 정리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부족한 정보력에 큰 보탬이 된다. 나홀로 여행을 한다는 건 사실 목숨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대화는 살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 되기도 한다.


바티칸 미술관 Musei Vaticani


피냐의 정원(솔방울 정원) 내 포모도로의 '지구 안의 지구' ⓒ신혜정 기자
파냐 정원의 '솔방울 상' ⓒ신혜정 기자

다음 날 아침 바티칸 박물관으로 향했다. 바티칸 시국은 19세기 라테란(Laterano) 협정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이 됐다. 1984년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시국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예술을 상징하는 여러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기독교를 상징하는 가장 성스러운 장소 중 하나이다. 중앙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인 산피에트로 대성당이 위치해 있다. 

바티칸 박물관은 유럽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다양한 미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 곳을 들린 이유가 있었다. 바티칸 박물관 내부에 조성된 피냐의 정원을 보기 위해서이다.

솔방울 정원으로 통칭되는 피냐 정원은 브라만테가 디자인을 시작해 리고리오가 정원을 완성했다. 솔방울 정원이란 이름은 정원에 놓인 4m 크기의 커다란 솔방울 상 때문에 붙여졌다. 

이 곳에는 1960년 로마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구리 지구본이 위치해 있다. 이 지구본은 오염된 지구를 형상화한 현대적 조형물로, 포모도로(Arnaldo Pomodoro)가 '지구 안의 지구'라는 이름으로 제작했다.

대학 시절, 설계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우연치 않게 솔방울 정원을 보게 됐다. 정원 한 가운데서 기계장치 같은 지구본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던 게 신기해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도 인터넷 상에서 자주 맞닥뜨리게 돼 몇 번이나 호기심을 자극했던 터였다.

그렇게 마주한 지구본은 역시나 신기했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건축물 사이로 미래 도시에서 볼법 할 지구본이라니. 이런 묘한 조합을 관찰하기 위해 오랫 동안 정원을 서성거렸다. 주위에 있던 대부분의 관광객들도 나와 같은 비슷한 호기심에 한참을 서성이는 것 같았다.


벨베데레 정원 ⓒ신혜정 기자

라오쿤군상 ⓒ신혜정 기자

피냐의 정원 옆 Giardino Quadrato ⓒ신혜정 기자

바티칸 박물관 내부에는 또 다른 유명한 정원이 있다. 8각형 정원으로 불려지는 벨베데레 정원이다. 클레멘스 14세 교황과 비오 6세 교황이 만들어서 비오-클레멘스관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수세기 동안 서유럽의 궁정과 정원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벨베데레 정원에는 라오콘군상과 아폴로상이 위치해 있다. 최고로 꼽히는 라오콘군상은 1506년 에스퀼리노 언덕에서 발견돼 미켈란젤로가 소장했다가 율리우스 2세 교황이 사들이게 됐다고 한다.

피냐의 정원 바로 좌측에도 작은 정원이 조성돼 있다. 특별히 상징할 만한 유명거리는 없지만, 서양식 정원의 정석을 그대로 담고 있어 조경학도에겐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해 줬다. 

장축과 단축에 의해 4분되는 공간에 화단이 배치돼 있고, 축이 교차되는 지점에 원형의 분수가 설치돼 있다. 또한, 청량한 소리를 제공해 주는 물풍금과 일정한 거리마다 배치한 플랜트는 서양조경사에서 배운 그대로였다. 


지도의 방 ⓒ신혜정 기자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中 천지창조 (1511~1512) ⓒ신혜정 기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신혜정 기자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1498~1499) ⓒ신혜정 기자

조각품 통로 ⓒ신혜정 기자

조경을 흔히 종합과학기술예술이라고 말한다. 조경은 땅을 디자인하는 랜드아트(Land Art)의 개념과 역사, 현재와 미래를 활용한 시간 예술(Time Art)의 개념, 공간을 활용한 4차원 예술(4차원 Art)의 개념을 포함한다.

전공 교수님 중 한분은 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 문화, 환경, 지리, 철학, 심리, 신화, 트랜드, 디자인, 건축, 역사, 미술사 등을 전반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말 그대로 종합과학기술예술인 셈이다.

이미 앞선 호주 여행에서 조경은 생각보다 많은 분야를 알아야 한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조경은 수목 몇 그루 아는 것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영역 이였다.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색채나 재질, 공간배치나 프로그램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예술작품에도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림은 색채와 공간배치를 알게 해주고, 조형물은 공감각적 비례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그래서 인지 바티칸 박물관 내 전시작품들에게도 큰 관심이 생겼다.

바티칸 박물관하면 당연 '지도의 방'을 빼놓을 수 없다. 1580년 유명한 지질학자인 인냐지오 단티의 미도그림을 프레스코화 기법으로 그려 넣었다. 방 안은 40여개의 지도로 둘러쌓여 있으며, 그레고리오 13세 교황 당시의 교황청령을 지도로 표현했다.

이밖에도 500년간 사랑을 받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피에타' 등이 전시돼 있다. 어마어마한 면적의 천장화와 극사실주의의 미술품과 조각상을 마주하면 예술을 모르는 사람 조차 전율을 느끼게 된다. 하나하나의 작품들이 전부 너무나도 섬세해서 특정 한 작품만 보라고 추천할 수 없을 정도이다. 

바티칸미술관 출구 계단 ⓒ신혜정 기자

바티칸 출구와 긴 대기줄의 입구 ⓒ신혜정 기자

박물관을 나오자 들어가려는 행렬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바티칸 박물관의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전 세계인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조형물은 살아 움직였고, 그림은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예술을 몰라도 온 몸으로 느껴지는 전율은 한 동안 계속됐다. 

발걸음이 가볍다. 어느새 북새통을 이루는 바티칸 박물관을 지나 산피에트로 광장으로 향했다.


산피에트로 광장 Piazza di San Pietro
산피에트로 광장 중앙에 세워진 오벨리스크 ⓒ신혜정 기자
산피에트로 성당 ⓒ신혜정 기자
하얀 대리석으로 조성된 산피에트로 성당 기둥 ⓒ신혜정 기자

바티칸 시국의 중심지에 위치한 산피에트로대성당으로 향했다. 산피에트로광장은 베드로가 순교한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뽑힌다. 

광장은 대리석 고유의 색상으로 웅장함을 더해주며, 타원형의 대칭구조을 갖고 있다. 성베드로광장이라고도 불리는 광장은 이탈리아 바로크양식의 거장인 베르니니(Bernini)가 1656년 설계해 1667년 완공됐다. 베르니니의 대표적인 걸작 중 하나이다. 

광장 중앙에는 로마의 3대 황제 칼리굴라(Caligula)가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가 설치돼 있다. 오벨리스크 꼭대기에는 알렉산데르 7세 가문의 문장과 십자가가 장식돼 있다. 높이는 무려 25.5m이다.

원래 목표는 성당을 방문하는 것이였지만,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는 성당에 들어갈 수 없어 광장에서만 만족해야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스카프만 둘러도 입장이 가능했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심지어 여행책자 한 권 들고 다니지 않은 것이 때때로 이런 착오를 만들곤 한다.


산탄젤로 성 Castel Sant'Angelo

산탄젤로 성 ⓒ신혜정 기자
산탄젤로 성에서 이어지는 강과 다리 ⓒ신혜정 기자
산탄젤로 성에서 이어지는 도로 ⓒ신혜정 기자

바티칸 시국을 나와 로마 시내로 접어들었다. 산피에트로 성당에서 직선으로 가다보면 테베레 강변에 로마의 요새, 산탄젤로성이 보인다. 산탄젤로성은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135년경에 기공하여, 139년 안토니누스피우스 황제에 의해 완성됐다.

산탄젤로 성의 재밌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성 꼭대기에 있는 대천사 미카엘 조각상은 1600년 성 그레고리우스 마뉴스의 꿈에 나타난 천사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성 앞에는 엘리오 다리가 있는데, 이 역시도 이때부터 천사의 다리라는 뜻의 산탄젤로 다리로 불려지게 됐다.

또한, 이곳은 원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무덤으로 만들어졌다. 이후에도 여러 황제가 매장된 대분묘이다. 높이만 해도 총 55m에 이른다. 대분묘가 요새가 된 배경에는 로마제국이 붕괴되면서 부터이다. 1379년 교황의 소유가 되면서 우르바노 8세가 개조를 했고, 지금은 르네상스 이후의 여러 실내장식과 미술품을 소장한 박물관으로 개방됐다.

여러 과거사를 지닌 산탄젤로 성은 다리를 따라 설치된 천사 조각품으로 유명세를 타게 만들었다. 많은 관광객들은 테베레 강변의 풍경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직접 보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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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nki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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