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안전기준, 아이들을 위한 법인가 침해인가?

통합놀이터만들기네트워크 토론회 개최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7-06-15


제충만(세이브더칠드런), 김남진(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김은희(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 이영범(경기대학교 건축학과), 문정석(도시연대 커뮤니티디자인센터), 김연금(조경작업소 울), 김수현(참교육학부모회 와글와글놀이터) 좌부터


놀이터 안전기준이 아이들의 놀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합놀이터만들기네트워크는 지난 14일 오후 2시 W스테이지에서 '자유로운 놀이공간을 규제하는 안전기준'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놀이터에서의 안전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국사회의 법과 제도가 어린이 놀이 활동에 적합한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통합놀이터가 확산되기 위한 사회적 환경마련을 함께 고민하고자 마련된 자리이다.


노영일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제는 제도의 개선과 사회적 인식도 변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인증제도 방식도 규제중심의 관주도에서 선진국처럼 자율적인 민간주도로 전환되어야만 놀이터를 혁신해 나갈 수 있다. 오늘 토론회에서 어린이놀이터에 대한 현주소를 냉철하게 분석하여 해법을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영범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놀이터 안전기준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을 다시 한번 짚어볼 시기인 것 같다. 제도의 틀 안에서 안전 기준에 대한 부분을 다시한번 정리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노영일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영범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국내 놀이터는 보호자들이 놀이터의 기구 쓰임의 기준을 아이들에게 안내함으로써 아이들의 놀이를 규제하고 있는 형태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물의 쓰임새에 끌려가지 않고 오히려 그 쓰임새를 비틀며 자신들의 놀이를 더욱 놀이답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김명순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어린이 놀이에서 중요하게 볼 점에 대해 ▲어린이가 놀이에 대한 통제, 주도성,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고 믿음, ▲놀이할 때 자연스러운 신체적 더러움(진흙 묻는 등)을 의미로운 가치 행동으로 인식, ▲놀이는 아이의 개성과 잠재력을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경험, ▲놀이에서 적절한 도전과 위험감수 행동이 필요하다는 믿음과 지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놀이의 힘이란 세계의 본질을 드러내주며, 새로운 대안을 고안해 냄으로써 상투적인 관행의 한계를 시험하게 한다. 놀이는 단순히 즐기는 것, 어떤 부담이나 책임감을 않고 그저 무엇인가 하거나 만드는 즐거움의 추구이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5일 후보 당시 어린이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총 5가지 아동 정책 중 첫 번째가 '어린이의 쉴 권리, 놀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였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옹호팀장은 "대통령이 된 후보자의 아동 관련 1번 공약에 '놀 권리'가 명시돼 있다는 것은 아동의 놀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 화두로 올라왔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는 놀이 관련 논의들이 담겨 있지 않아 한계 또한 느꼈다"고 말했다.


2015년 1월 「어린이놀이시설법」에 따라 안전점검을 통과하지 못한 놀이터를 일시 이용금지시켰다. 전국에 1,740개 어린이 놀이터가 일시에 이용이 금지됐다. 1년이 지나도록 이용금지가 장기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 같은 해 12월 「어린이놀이시설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전국 173개 어린이 놀이터가 이용금지 상태이다. 이중 74.6%인 129개 놀이터가 영세하고 노후한 아파트 단지이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바쁘다. 짧은 시간에 밀도 있게 놀게 하려면 놀이터는 모험을 즐기고 상상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50년째 천편일률적이다.

제 팀장은 "이번 토론회가 갈수록 아이들의 놀권리가 침해 당하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아이들의 상황을 제자리로 되돌릴 방법을 찾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그 시작은 아동의 놀 권리를 중심으로 기존 놀이터 안전관리 법령 체계의 한계와 개선방안을 점검하는 일일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놀이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야 하고, 새롭고 창의적인 놀이터와 놀이 기구가 아이들을 이끌어내야 한다. 기존의 안전에만 초점을 둔 법령은 바뀌어야 하며, 국가아동놀이정책이 수립돼 이런 움직임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충분한 예산을 지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몸이 불편한 장애 어린이들은 어떨까. 김남진 장애물없는 생활환경시민연대 실장은 "장애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어린이와 학부모(보호자)의 반응을 살펴보면,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어울릴 때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 어린이의 보호자도 안전에 대한 걱정 때문에 유형별로 분리된 놀이터를 원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실장은 "장애,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정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유니버셜디자인을 적용한 놀이터에 일방적 규제가 아닌, 질서가 있는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실장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옹호팀장, 문정석 도시연대 커뮤니티디자인센터장


문정석 도시연대 커뮤니티디자인센터장은 해외의 놀이터 안전기준 및 제도를 소개했다. 


'놀이시설의 위험관리-시설물 가이드 2013'에 따르면 모든 유형의 놀이터는 어린이들에게 위험을 수반한 작은 환경이다. 아이들의 안전에 관한 부모들의 두려움은 종종 아이들에게 잠재적 위험을 가진 놀이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자라면서 만나게 될 많은 유형의 도전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배우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정석 센터장은 "위험의 감수는 놀이공간과 아이들이 합법적으로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모든 환경에 있어 필수적이다. 놀이공간은 동기유발적이고, 모험적이며, 통제된 학습 환경의 일부분으로써 아이들에게 수용 가능한 위험을 만날 수 있는 기회제공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사회적 합의와 참여과정이 빠져 있는 안전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은 "안전기준과 관련된 사회적 합의의 큰 틀이 필요하고, 민주적인 언어와 절차가 필요하다. 지역사회에서의 합의와 위험 및 혜택을 지역사회에서 같이 평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안전 기준은 전문적인 부분이더라도 지역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빠져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역사회와 나라 전체에서 놀이 정책과 놀이에 대한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희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안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느 경계까지 정의할 수 있는지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은 안전 기준이 가장 강력책을 발휘하다 보니 결국 결정은 인증기관이 하고 있다. 참여과정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가치에 대한 부분과 더불어 현재 벌어지는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모험놀이터, 기적의 놀이터 등 여러가지 시범적인 놀이터들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어 정확히 어떤 부분이 발목을 잡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놀이시설들이 펼쳐질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와글와글놀이터 큰 이모 김수현씨는 "놀이성이란 말은 한 개인에게 측정 될 수 있는 지수는 아닌 거 같다. 공동체 지수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놀이시설 안전기준이란 말보다는 놀이 영향평가라는 말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안전기준이 그 지역에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데 공헌하는 총체적 기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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