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Z로 바라본 로버트 메이플소프

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 ‘Robert Mapplethorpe: More Life’, 국제갤러리
라펜트l기사입력2021-04-06
편집자주 : ‘기술’과 ‘예술’과의 관계는 교류를 넘어서 ‘결합’이라고 생각될 만큼 점점 더 밀접해지고 있으며, 그 형태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핏 상반된 듯이 보이는 기술과 예술의 결합은 어찌보면 필연적이며, 자연의 기본질서로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은 산업생산시대의 종말과 함께 문화생산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습니다. 품질중심에서 품격중심으로 이행되면서 이제 상품이 아니라 작품을 팔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조경도 새로운 이미지 부여와 이야기, 감성 등의 투입을 통한 문화적 이미지 창출을 요구받고 있기에 라펜트는 예술의 영역 또한 끊임없이 다루고자 합니다.




세상이 권장하는 것과 금기하는 것이 있다. 일과 가정 모두를 챙기며 노동자의 역할과 부모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성적 매력은 운동으로 만들어진 선을 드러내는 것, 여행이나 근사한 장소를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 맛집의 음식사진을 올리는 것은 잘살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런 것들은 허용되며 인정받는 범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모두가 이걸 원하는 건 아니고 스스로 거리낌 없이 드러내기 어려운 지점에 있는 사람도 있다. 다수의 공감을 비껴갈 기호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은 금지를 상징하는 엑스로 가야할까?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품은 충격적이다. 온갖 금기가 모여 있다. 이성이 아닌 동성을 좋아한다는 성향을 밝히거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포르노잡지를 본다거나, 성적인 자극을 느끼는 방식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를 말하는 것은 어색하고 불편한 일이다. 성적지향은 사람에 따라서 수용의 범위가 다르고, 외설적인 잡지는 혼자 있을 때 봐야하고, 성적취향을 밝히는 건 친밀한 사이에서나 가능하다. 즉, 금기시하는 것들은 내밀한 곳에서 허용된다. 로버트는 예술로 인정받지 못한 사진이라는 형식에 사랑의 인정받지 못했던 동성애를 내용으로 담았다. 내용과 형식의 작품으로 결합된 것이다.

그렇다면 금기는 뚜렷한 이유나 근거가 있을까? 제도나 권력에 의한 규정이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허용하는 범위에 대한 암묵적 동의이기도 하다. 이 틀을 유지하는 것은 편하고 그 경계나 밖에 속하면 불편하다. 보통은 그 안에서 욕망을 실현한다. 성욕은 동성이 아닌 이성간의 관계로 해소되며 임신과 출산은 가정이라는 틀에서 이뤄진다. 자신의 부모 그리고 그 부모의 부모가 살았던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알파벳 와이는 하나의 길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개인은 어떤 길을 갈 것인지 선택한다. 선택지들 중에는 세상이 엑스라고 말하는 것도 있다. 

주체적인 물음을 갖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다. 로버트는 창작을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걸었다. 마약과 섹스 그리고 예술을 탐닉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만들었다. 그의 정체성 중 하나는 동성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선에서 여성에서의 남성성, 남성에서의 여성성을 드러내는 사진을 찍었고 세상이 보지 않는 시각으로 창작을 이어나갔다. 연인이었던 패티 스미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사진들이 있었고 왜 이런 것들을 찍느냐는 질문에 누군가는 해야 하고 그게 자기일 뿐이라고 답한다.   

Z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1988년 42살의 나이로 죽었다. 금기를 넘나들며 삶을 예술로 옮기는 작업을 죽는 순간까지 계속했다. 알파벳 에이에서 바라본 제트는 마지막에 해당하지만 공간좌표로 본 제트는 이차원에서 삼차원으로 만드는 축이다. ‘수우미양가’ 혹은 ‘ABCDEF’ 하는 식으로 학업성취가 평가되고 예술에 있어서도 1류 2류 등의 꼬리표를 붙인다. 수평적인 위계로 분류하고 일정한 틀로 체계화하는 것이 제도권의 작동방식이다.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이러한 현실에서 피사체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과 정체성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엑스, 와이, 제트는 그의 사진첩 이름이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 성적취향을 드러내고 이를 많은 사람이 보는 전시로 여는 건 예술인가, 외설인가? 영화에서 표현되는 남성과 여성의 성행위는 예술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고, 남성과 남성의 성행위를 담은 사진은 금기로 읽혀지는가? 여성에서의 남성성, 남성에서의 여성성, 청동상처럼 옮겨진 흑인의 검은 피부, 고정된 것이 아닌 관점에 따라서 달라지는 그 미묘한 부분들을 담았다면 이건 창조의 영역이 아닐까? 이런 것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작가의 작품은 편견에서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에게 하나의 좌표가 된다.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은 당신이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금기를 금지하고 정체성을 탐색하며 더 넓은 세계를 만들게 하는 힘이 있다.






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 ‘Robert Mapplethorpe: More Life’가 2월 19일부터 3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서울점 K2와 부산점에서 개최됐다.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는 20세기 후반 전 세계의 비평가와 예술가들에게 가장 호평 받은 사진작가 중 한 사람이자 사회적 논쟁과 예술의 검열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는 등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시대적 아이콘이었다. 메이플소프의 작품에 나타난 동성애적 이미지, 꽃을 중심으로 한 정물화, 셀리브리티 초상화, 폴라로이드 연작, 혼합 미디어 조각 등은 그의 예술적 시도와 기술적 실험을 통해 사진의 범주를 초월하여 일상성 안에서 마술적 환상성과 영화적 서사를 구현했다고 평가받는다. 

글·사진 _ 김기정 녹색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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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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