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수의 자연예찬] 마을숲과 함양의 상림

글_정정수 오피니언리더(JJPLAN 대표)
라펜트l정정수 대표l기사입력2021-10-19
정정수의 자연예찬
마을숲과 함양의 상림




_정정수 JJPLAN 대표,
ANC 예술컨텐츠연구원 원장



가진 자는 가진 것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른다. 그러나 타인이 가진 것이 내게 없을 때는 갖고자하는 욕심을 끝없이 보여준다. 이것은 사람이라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서이다.

그러나 인지상정이라는 말의 속성에는 문제점이 발견된다. 자신이 소속돼 있는 단체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전체를 조금씩 훼손시키는 행동을 조금의 죄의식도 없이 실천하는 경우를 가끔 보기 때문이다.

선조들의 삶으로부터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산골 마을은 지리적 특성상 주변이 모두가 산으로 이루어져있다. 많은 숲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평지에 있는 숲을 훼손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대물림하여 보존하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역사를 가진 마을이 형성된 곳을 살펴보면 배산임수의 위치를 선호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산과 마을, 마을과 물 사이에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수구막이의 기능으로 숲을 조성하고 풍수를 믿는 마음으로 숲을 훼손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지금까지 보존된 것으로 이해된다.


동편제마을 입구에 위치한 동구숲. 선조들이 남겨준 소중한 자산을 보완하여 보존하려는 노력이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정정수 제공

그러나 지금을 사는 몇몇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면 선조들의 생각과는 조금은 다른 것 같다. 현대가 추구하는 경제적 욕심이 마을숲을 조금씩 훼손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사일에 종사하는 농민들의 개인적인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해해줄 수는 없는 상황이 있다. 농사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앞선 나머지 그늘을 만드는 나무의 가치보다 당장 벼 한 포기라도 더 심으려는 욕심이 한 삽 두 삽 주변에 있는 흙을 긁어내는 행위로 이어졌고, 수십 년째 계속된 결과 나무가 죽어가게 하는 것은 물론 숲이 줄이 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농지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그러나 점차 늘어났으며 이는 곧 숲이 점차 줄었고 나무가 죽어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에는 마을숲이 점점 더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함양의 상림 

마을숲을 생각할 때면 함양의 상림이란 곳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마을숲의 역사적 가치를 상림과 비유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상림은 통일신라 진성여왕시대에 최치원(857~?)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태수로 부임하면서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치수를 위해 만들어진다.


상림은 수명이 길지 않은 여러 종류의 활엽수로 이루어진 잡목림이다. 꽃이 피고 지고 또 다시 피어나듯이 활엽수들은 죽음과 삶을 반복하며 천년을 이어왔다. 상림의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 / 경상남도 제공

상림은 1100년 전, 토목공사를 위해 훼손하려는 장소의 나무들을 옮겨 심는 방법으로 조성된 인위적인 숲이다.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만 하는 토목공사 과정에서 자연을 거스르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기에 숲속을 따라 흐르는 작은 계류의 물길까지 만드는 것으로 훼손에 대한 보답을 했다.

우리나라 지리적 특성상 산이 많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평지인 마을에까지 숲을 만들만큼 농지가 여유롭지 않았던 것을 감안할 때, 상림을 포함한 국내에 분포되어 있는 마을숲은 자연 환경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인 것이 분명하다.

현대가 추구하는 사회는 개발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계속적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기반위에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은 자연훼손을 일삼으면서도 갈수록 힐링은 물론 웰빙을 자연으로부터 얻으려 하고 있다. 여기에서 마을숲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산간지방이 많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유럽의 중심에 위치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토의 대부분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국가들은 산이 부족하고 숲의 필요성에 의해 평지에 숲을 조성하기도 했다.

평지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상림, 그리고 유럽의 평지숲과 한국의 마을숲. 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주민들의 안녕을 자연을 통해 얻으려는 염원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으로 본다.
 

Bosgezicht(1848) 바로크와 로코코시대의 풍경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지에 조성된 숲. 숲이 몸과 마음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우리나라의 마을숲은 다행히도 미래를 읽고 있는 몇몇 주민들에 의해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나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마을숲 복원 및 보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생활공간을 일부라도 자연처럼 가꾸려는 실직적인 참여는 물론 마을주민들의 주인의식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남들이 나를 멋진 사람으로 보아준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를 가꾸고 내 집을 가꾸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남들이 우리 마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면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고, 지역의 경제적 가치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 나 또한 자랑스러울 것이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자연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며 환경을 비중 있게 생각할 필요가 없던 시대였다. 과거 조상들이 마을숲을 보존하거나 최소한 유지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과연 어떠한 힘이었을까 생각해본다.

마을숲은 생태적 가치는 물론 역사를 품은 문화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문화 다양성과 환경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사업으로 진행된다면 훌륭함을 넘어 현대가 추구하는 환경보전에 대한 가치이다. 과거에 만들어놓은 역사를 훼손해가며 이를 밑거름으로 발전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아주 먼 옛날 노자의 자연관은 무위자연으로부터 이야기된다. 오늘날 우리가 자연을 회복하려 노력하는 결과가 인위적이지 않은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은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글·사진 _ 정정수 대표  ·  JJ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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