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한국조경가협회, 형이 한 번 정리해줄게

김영민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영민 교수l기사입력2023-06-11
한국조경가협회, 형이 한 번 정리해줄게 



_김영민(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한국조경가협회가 5월 19일 창립총회를 열고 출발을 선언했다.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궁금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경가협회가 원래 있지 않았나? 뭔가 조경가협회를 둘러싸고 시끌시끌한 분위기인데 도대체 어떤 이슈가 있는 건가?

일단 조경계의 기존 단체부터 정리를 해보자. 조경계에는 공식적으로 1개의 재단과 6개의 사단법인이 있다. 실제 조경 관련 단체는 이보다 더 많겠지만 환경조경발전재단에서 규정한 공식 단체는 이 여섯이다. 환경조경발전재단이 무엇이길래 공식과 비공식을 규정하지? 환경조경발전재단은 따로 활동하던 조경 주요 단체들이 힘을 합쳐 조경계의 공통 사안을 논의하고 협력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환경조경발전재단 자체가 특별하다기보다, 원래 조경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던 단체들이 힘을 합쳤기 때문에 재단의 구성원이 공식 단체로 인정받는다고 보는 것이 더 맞겠다. 그런데 환경조경발전재단만 재단이고 나머지는 사단법인이다. 이건 또 왜 그런가? 법적으로 재단과 사단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두 가지이다. 첫째, 재단은 재산을 중심으로 하고 사단은 사람을 중심으로 한다. 즉, 재단은 반드시 돈을 출연한다는 조건이 있다. 둘째, 재단은 영리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사단은 영리 활동, 즉 돈을 버는 행위가 가능하다. 그러니까 환경조경발전재단은 조경계의 여섯 주요 사단법인에서 돈을 출연하여 조경계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 구성한 비영리단체로 이해하면 된다.

환경조경재단을 구성하는 6개 단체는 엄밀히 말하자면 4개의 조경 관련 사단법인과 2개의 건설업 사단법인의 조경 관련 위원회 혹은 협의체이다. 이 중 독립된 사단법인이 아닌 단체는 대한건설협회의 “조경위원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의 “조경식재·시설물공사업협의회”이다. 독립된 법인도 아닌 위원회와 협의회가 어떻게 6대 단체에 들어가 있는가? 그 이유는 이들이 속한 협회가 워낙 덩치가 커서 하부조직인 위원회와 협의회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름도 비슷한 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의 차이가 궁금할 것이다. 건설협회는 종합공사가 가능한 종합건설업체로 구성된 단체이다. 쉽게 말해 모든 종류의 건설공사가 가능한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같은 대형 건설사들이 모인 단체이다. 종합건설업은 토목, 건축, 토목건축, 산업환경설비, 조경의 다섯 업종으로 구성되며, 당연히 조경업을 다루는 조경위원회가 종합건설업에서 조경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한편, 전문건설협회는 종합공사가 아닌 시설물 일부, 혹은 특정 전문분야의 공사를 수행하는 시공업체를 말한다. 전문건설협회는 종합건설사보다 규모가 작은 전문 공정의 업체들로 구성이 된다. 전문건설업은 15개의 업종으로 구분되며, 그중 조경식재공사와 조경시설물설치공사, 2개 전문분야로 구성된 조경식재·시설물공사업이 조경과 관련이 된다. 

남은 네 개의 사단법인은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 한국생태복원협회이다. 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는 기존의 놀이시설물 업체와 조경자재 업체 중심의 두 단체가 통합한 협회이다. 한국생태복원협회는 이름처럼 생태복원업을 중심으로 하는 업체들의 단체이다. 사업의 참가 자격 조건이나 법적 체계가 달라서 생태복원업과 조경시공업은 분리가 되어있다. 한국조경협회는 설계, 시공, 자재, 시설물, 환경 등 모든 조경 관련 업체들의 종합적 단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이 때문에 조경의 여러 산업 분야에서 공동으로 대처할 사안이 생기는 경우 조경협회가 나서게 된다. 대부분의 단체가 조경산업의 현안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면, 한국조경학회는 학계의 단체이다. 한국조경학회는 대학교 교수들과 연구자들이 주축이 되며 학술교류, 연구, 교육 등의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크지도 않은 조경계에 단체가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하며 심지어 단체들의 성격도 중복되는 느낌도 있다. 그런데 기존의 단체들은 보면 뭔가 빠진 느낌이 있다. 조경 계획·설계와 관련된 별도의 단체는 없다. 설계가 조경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해서 그렇게 설계 과제 때문에 밤샜는데, 설계업을 위한 단체가 하나도 없다고?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한국조경협회는 1980년에 한국조경사회라는 이름으로 출발을 했다. 조경사회는 원래 조경기술사 자격증을 갖고 설계업을 하는 이들이 주축이 된 단체였다. 그런데 따져보면 설계만을 위한 자격인 건축사와 같은 조경사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 조경사는 사실 조경기술사의 줄임말이었는데, 조경기술사는 설계만을 위한 자격이 아니라 조경과 관련된 시공, 관리, 분석, 연구 등 기술적인 모든 업무를 관장한다. 그래서 조경기술사를 조건으로 모인 조경사회는 활동을 설계 분야로만 한정할 수는 없었고, 조경기술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업을 포함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현재의 조경협회 조직을 보면 시공, 자재, 정원 등의 세부 분과가 있으며 설계는 그중 하나의 분과일 뿐이다. 


한국조경가협회 2001년 전시 (유병림 작)


한국조경가협회 2001년 전시 (박승진 작)

조경협회가 점차 조경산업 전체를 대변하는 단체로 성격이 바뀌면서 계획·설계업의 중요한 과제들을 다루고자 2015년 조경설계업협의회(이하 조설협)가 새롭게 출범한다. 조설협은 계획·설계 관련 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해왔으나 그 외연을 넓혀야 할 필요성이 내외부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협의회 회원의 자격은 설계회사 대표로 한정된다. 하지만 유서가 깊은 회사의 소장들 중에는 작은 신생 회사의 대표보다 경력도 풍부하고 사회적 역할이 큰 분들도 많은데, 이들은 협의회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도 없다. 또한, 설계 담당 교수나 실무를 하는 조경설계사 직원들의 의견도 들을 필요가 있지만 협의회의 틀로는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조설협은 조경 계획·설계와 관련된 모든 조경가와 예비조경가를 포함하기 위해 한국조경가협회로 이름을 바꾸어 공식 법정 단체로 체계를 정비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한국조경가협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원로 교수들과 주요 설계사 소장들이 1980년에 한국조경가협회라는 이름의 모임을 가졌고, 1990년부터 약 10년간 전시를 하다가 활동이 중단이 되었다. 이후 2014년부터는 해외답사모임 성격의 활동이 이루어졌으나 그도 코로나 이후에는 답사도 중단되었다. 옛 조경가협회의 회원들은 조설협이 조경가협회로 명칭을 변경하는 데 반대 의사를 밝히고 2022년, 다시 옛 한국조경가협회의 활동 재개를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이렇게 조경가협회를 둘러쌓고 조경계에는 두 개의 입장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옛 조경가협회의 부활을 선언하는 2022년의 회고전은 과거를 아우르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취지로 기획되었으나 간담회에서는 오히려 조경가협회를 둘러쌓고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점이 더 부각되었다. 

어떻게 보면 조경가협회에 대한 생각과 입장이 서로 다르니 각자의 길을 가면 될 일이다. 건축계도 건축가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단체가 세 개나 있으니 이름이 문제라면 새조경가협회, 대한조경가협회 등 새로운 이름으로 따로 활동하면 된다. 그런데 건축계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 세 개의 단체가 병립해도 상관없지만, 조경계는 그나마 적은 조경가들이 둘로 나뉘게 되면 그 어느 쪽도 있으나 마나 한 단체가 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이견이 있었던 조설협과 옛 조경가협회의 주요 멤버들이 물 밑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차기 조경협회 집행부와 정식 단체는 아니지만 40대 조경가들이 모여 활동을 하던 조경이상의 멤버도 논의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기존의 조설협과 옛 조경가협회를 해산하고 다시 통합하여 새로운 한국조경가협회를 출범한다는 데 의견이 맞추어졌다. 과거 두 단체에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안계동 소장을 구심점으로 하여 빨리 준비위원회의 성격이라도 창립을 상징적으로 선언하기로 결정하였다. 물론 모든 세부사항이 완벽하게 정리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으며, 이를 논의한 주체들이 과연 조경가들을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잠정 휴업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조설협과 옛 조경가협회를 대체할 새로운 틀이 마련되어야 더 큰 차원의 논의가 시작될 수 있었기에, 서둘러 준비하여 5월 22일 한국조경가협회의 창립총회를 개최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조경가협회를 둘러싼 모든 문제가 해결된 해피엔딩인가?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프리퀄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과거의 단체, 그리고 과거의 조경가라는 표상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와 생각을 맞추는 과정이었다면, 이제 논의의 장은 더 넓어졌다. 과연 조경가는 누구인가? 그리고 조경가 모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경가라는 이름으로 한국 조경의 미래를 어떻게 규정하고 준비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의 답을 함께 찾아가는 공식적인 계기가 5월의 한국조경가협회의 창립총회였던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조경가협회의 창립 취지처럼 이는 몇몇 중요한 회사 대표, 교수, 단체장들을 위한 논의장이 아니라 그 모든 조경가, 그리고 조경가를 꿈꾸는 예비 조경가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자리여야 한다.
_ 김영민 교수  ·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다른기사 보기
ymkim@uos.ac.kr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