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의 아름다움 담은 한옥정원, 황지해 ‘헤리티지 유와’

경주 월성의 해자에서 출토된 한국 자생종의 씨앗 모티브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6-18

헤리티지 유와의 입구 ‘지붕난로’

신라의 유적이 잠들어있는 경주 월성지구와 대릉원지구, 그리고 경주의 핫플레이스 황리단길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과거와 현재의 아름다움을 담은 한옥호텔 ‘헤리티지 유와’가 있다.

지난해 조성된 ‘헤리티지 유와’는 건축가 손명문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옥과 정원디자이너 황지해가 경주 월성의 해자에서 출토된 한국 자생종의 씨앗을 모티브로 조성한 정원이 어우러져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걸음 유迶 누울 와臥를 쓰는 이곳은 한 걸음 한 걸음이 힘을 빼고 누운 듯 편안한 휴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한옥호텔의 콘셉트는 신라의 명장 김유신 장군에 관한 설화로부터 출발한다. 백제와의 전쟁을 앞두고 자신의 집 앞을 지나던 김유신 장군이 잠시 말을 멈추고 우물에서 물을 마시며 “우리 집 물맛이 아직도 옛날 그대로구나!”했다는 이야기. 김유신 장군에게 그 잠깐의 휴식은 어떠한 의미였을까를 생각하며 한옥과 정원이 조성됐다. 유와의 담벼락 너머에는 바로 그 우물, ‘경주 재매정’이 보인다.


가로수정원 야경

입구에 도착하면 바로 ‘가로수정원’을 만나볼 수 있다. 독채로 이루어진 프리미엄 객실과 하나의 안뜰을 공유하는 여러 개의 스탠다드 객실을 구분하는 정원으로, 입구부터 ‘작가정원’까지 직선으로 조성돼 있다. 가로수정원을 걷는 이 잠깐의 산책은 머릿속을 비우고 자신을 둘러싼 자연에 집중하게 만든다. 날이 어두워지면 은은한 조명과 함께 더욱 운치 있는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입구에서 한 발짝 들어서면 나무 뒤에 가려져 있던 기와지붕 형태의 ‘지붕난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채꼴모양으로 펼쳐진 기와의 아름다운 배열과 그 사이로 기어올라가 뿌리를 내린 풀과 지붕을 뚫고 나온 나무를 눈높이에서 볼 수 있다. 이곳은 소위 ‘불멍’을 하는 곳으로, 날이 어두워지면 장작을 태워 불의 생명력을 느끼고, 낮에는 정원 곳곳에 세심하게 수놓은 우리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지붕난로(Roof Firepit)
지붕 모양 난로 앞에 앉아 아무런 고뇌 없이 그저 멍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자연은 순간에 집중하게 합니다. 우리는 삶을 창조하고 싶은 지독한 열망과 자칫 흐려질 수 있는 마음의 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충분히 쉬고 비워내길 바랍니다. 헝클어진 내면에 질서가 부여되고 명료한 삶과 시간, 그리고 궁극의 나와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바람에 살랑이는 나무, 짙게 푸른 하늘에 빛나는 별과 함께 순간에 집중해 보세요.


지붕난로


작가정원

헤리티지 유와 가장 안쪽에는 황지해 작가의 ‘작가정원’이 숨어있다. 경주 월성의 해자에서 출토된 오얏나무, 가래나무 씨앗이 주된 정원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오얏나무, 가래나무는 입구에서부터 나란히 이어지는 세 개의 독채에도 식재돼 있으며, 이 독채들과의 연장선에서 정원에는 보이지 않는 네 번째 집을 개념예술로 승화했다.

또한 이 정원은 故이어령 선생이 황지해 정원디자이너에게 준 ‘화왕계’ 아이디어와 김유신 장군의 우물 ‘경주 재매정’을 편집해 만든 정원이기도 하다.

정원식물의 60% 이상은 한국의 자생종으로 식재돼 있다. 황지해 정원디자이너는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주는 게 정원의 본질적 메시지이다. 한국 자생종의 선과 형, 색을 통해 우리 고유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나아가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가정원
헤리티지 유와는 생태계를 지키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한국 토종식물을 보존하고, 지키며, 자생식물을 보호하려는 마음가짐과 태도로 이 공간을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의 개체수는 줄어가고 있고 멸종위기 처한 식물도 많습니다. 이 식물들은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 쉽습니다. 자원의 보호와 보존에 힘을 모으는 움직임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습니다.

자생식물은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존재이며 나아가 그 자체로서 가치있는 존재입니다. 식물은 본래 원시로 돌아가고자 하는 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돕는 게 인간의 역할이며, 이는 결국 인간의 생존을 돕게 됩니다.

정원은 고도로 현대화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태적, 지구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또한 한국 자생종의 고유한 정체성을 통해 우리 자신을 이루고 있는 근간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정원에 머물며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천천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밖에도 독채마다 하나의 색을 테마로 다양하게 정원이 디자인됐으며, ㅁ자 구조의 스탠다드 객실 한옥 안뜰에는 커다란 팥배나무를 둘러싼 형태로 정원이 조성돼 있다. 툇마루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면, 같은 곳에 시선을 둠으로써 따로 또 함께 사는 한옥에서의 삶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한편, 황지해 작가는 정원디자이너이자 환경 미술가로, 정원을 원예와 조경의 한계를 넘어선 더 다양한 가치를 지닌 예술로서 확장하고자 한다.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에서 창작의 의지를 찾으며,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고유한 종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정원을 이야기한다.

국내뿐 아니라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 다양한 국제 무대에서 활동했으며, 2011년 첼시플라워쇼에서 ‘해우소 가는 길’로 첫 출품과 동시에 아티즌가든 부문 금메달과 최고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고요한 시간-DMZ 금지된 정원’으로 새롭게 신설된 전체 최고상(회장상)과 금메달을 동시 수상했다.

그리고 헤리티지 유와 정원과 같은 메시지를 담은 ‘백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가 올해 첼시 쇼가든 부문 금메달을 수상했다. 정원은 1500여 종의 지리산 약초 중 많은 것들이 멸종과 서식지 감소의 위협에 직면한 현실을 상기시키며 치유와 보존 노력을 해나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한옥을 건축한 손명문 건축가는 경희대학교 건축학과와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건축사사무소 건‧환 대표로 있다. 대표적인 한옥 작품으로는 황남관, 소설재, 월성과자점, 위연재, 경주 테라로사 등이 있다.


작가정원













지붕난로





















가로수정원





안뜰





















독채





















Keyplant
교목 오얏나무, 가래나무, 팽나무, 씨향나무, 길마가지, 비자나무, 보리수나무, 가시나무, 올괴불나무, 함박꽃나무, 노각나무, 팥배나무, 앵두나무, 때죽나무, 개회나무, 물철쭉, 칠자화, 개암나무 등
관목 은목서, 호랑가시, 백동백, 줄댕강, 미선나무, 울릉도만병초, 삼지닥나무, 히어리, 이스라지, 가침박달나무, 까마귀밥나무, 매발톱나무, 백당나무, 홍괴불나무, 식나무, 후피향나무, 돈나무, 섬개야광나무, 고추나무, 해당화, 송악, 식나무, 산수국 등
초화 한라개승마, 백두산터리풀, 금꿩의다리, 은꿩의다리, 오이풀, 산오이풀, 작약, 목단, 수호초, 노루오줌, 산마늘, 할미꽃, 속단, 돌단풍, 관중, 청나래고사리, 고비, 미나리아재비, 흰금낭화, 범부채, 복바위취, 털머위 등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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