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비엔나의 구도심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3-07-07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339


독일 중남부와 오스트리아편 - 47

비엔나의 구도심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Wien)는 화려한 문화와 합스부르크 제국의 분위기가 퇴색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도 살아 숨 쉬는 듯한 곳입니다.

구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비엔나를 거닐다 보면, 옛 제국시대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지요.

비엔나 시내곳곳에 산재한 27곳의 궁전을 비롯하여 160여 곳에 달하는 고풍스런 자태를 뽐내는 저택들이 현존하고 있답니다.

하나같이 명품들인데, 함께 모여 있으니 그냥 평범하게 다가올 따름이지요.

문득, 삼나무의 원산지 일본 야쿠시마 원생림이 생각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노거수로 주목받는 용문사 은행나무가 1,100년 수령으로 추정되는데에 비하여 야쿠시마 지역에는 수령 1000년 이상의 삼나무가 2,000그루가 넘는다고 합니다.

귀한 것도 한두 개가 있어야 돋보이고 빛이 나지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자 미술관이요, 한편으로는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합니다.

이 도시는 지난 600여 년간 합스부르크 황제들의 본거지였답니다.

아직도 과거의 영화가 고스란히 스며있는 듯한 모습의 웅장하고 화려하며 고풍스런 건물들엔 박물관과 미술관을 비롯하여 장르를 초월한 공연장과 접견실들로 변하였답니다.





















건축물들의 사이로 연결된 도로와 외부공간은 다양한 형상의 조각과 분수가 공원을 이루지요.

온통 역사와 예술로 조합되고 구성된 인류문화의 정제된 유산들입니다.

로마에서도 이렇게 한 곳에 집약된 모습은 쉽게 볼 수 없었지요.

그래서 비엔나는 수 많은 지구촌의 관광객을 불러 들입니다.



















도시가 옛스런 건축물로만 가득 채워졌다면 인기가 반감되겠지요.

꽃과 녹색지대의 오픈 스페이스가 있기에 한층 여유있고 향기롭게 다가오겠지요.

걸음마다 시시각각으로 미묘하게 변화하며 펼쳐지는 경관의 황홀함에 빠져듭니다.

무아지경의 경지를 어렴풋이 떠올려봅니다.

때를 만난 경관 사냥꾼의 카메라는 시종 분주하기만 하지요. 

당구에서도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자주 오지 않습니다.





























같은 장소에서의 비슷한 분위기이지만, 시각에 따라 미묘한 느낌의 차이를 비교해보세요.

이 도시의 구도심에서는 웅장함과 화려함, 고풍스러움과 여유로움 그리고 화사한 정원과 푸근한 녹색이 함께 어우러진 이상적인 분위기가 실로 조화롭고 감동적이지요.





















역사와 문화로 점철된 비엔나의 구도시 한복판에서 여유를 부려봅니다.

이 도시도 진주산업대학교 재직시절 조경학과 동료 교수님과 대학원생들과 함께 답사하는 등 여러 차례 왔지만 이번처럼 여유롭게 시간을 갖지 못하였답니다.

제한된 시간에 맞춰 쫓기며 둘러보는 경우와 자유롭게 머물며 답사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지요.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편리하고 좋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고 기록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적습니다.

효율적 측면에서 서로 비교하면 자유 여행에 비하여 30-40% 정도라 평가됩니다.

그래서 어렵고 힘들지만, 줄곧 자율 답사를 지속하고 있답니다.































화창한 여름입니다.

햇살을 강렬하지만 습도가 낮아 옥외 활동에 어려움이 없답니다.

칸나와 장미, 수련 등 여름꽃들이 화사하네요.

작은 연못에는 오리 등 물새들의 오르내림을 위한 데크 경사로가 인상적입니다.

연일 수많은 관광 인파로 붐비지만, 물새들의 생활은 평온하고 한가롭게 보이네요.

수백 년 된 건축물들이 고성처럼 울타리가 된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정원같습니다.

예전에는 황제와 일부 귀족들만의 전유공간이었으나, 지금은 시민과 관광객들의 여가공간으로 호평받고 있지요.















모차르트를 비롯한 베토벤과 유명한 음악가들의 동상과 기념물은 물론, 음악계 거장들이 영원히 잠든 묘지가 비엔나에 모여 있기 때문에 세계의 음악도시로 평가된답니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인물들의 동상이나 기념물들도 즐비하네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정치인보다는 예술가나 대문호, 철학자, 나라를 지킨 군인들이 더 많고 숭배받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비엔나의 중심에서 하루 종일 머물며 과거 여행을 즐겼습니다.

답사가 마무리되는 늦은 오후가 되었습니다.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며 머물고 싶은 곳은 역시 소담스럽게 가꾸어진 정원이었답니다.

역사와 문화의 힘도 강하다지만, 말이 없는 자연의 마력도 대단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깨닫게 되는 의미 있는 하루였습니다.







20여 일의 모로코와 파리 답사를 마치고 귀국하는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서...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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