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수의 자연예찬] 똑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눈(目)
글_정정수 오피니언리더(JJPLAN 대표)라펜트l정정수 대표l기사입력2024-01-08
정정수의 자연예찬
똑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눈(目)
글_정정수 JJPLAN 대표,
ANC 예술컨텐츠연구원 원장
사람들에게 빛은 위에서 아래로 비추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인식되어 있다. 만일 어두운 곳에서 사람의 얼굴을 향해 빛을 아래서 위로 비추고 서 있는 모습을 본다면 바로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될 것이다.
이렇게 빛은 위에서 아래로 비춰진다는 인식이 만들어진 원인은 태양이 주로 우리의 머리위에 떠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따른 빛과 그림자의 관계가 인류의 오랜 삶속에서 학습된 것이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모든 건축물의 실내에 설치된 조명기구들이 거의 천정에 배치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벽에 붙이는 벽등도 높은 곳에 설치한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일 태양이 하늘 높이 떠 있는 시간보다 아침저녁으로 노을이 지는 위치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가정한다면 인류는 조명기구들을 천정보다는 벽면에 더 많이 설치했을 것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자연을 극복한다고 해도 자연의 근본을 위배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을 우리는 ‘자연스럽다’라고 말한다.
사진 1, 2. 빛의 방향에 따라 발자국의 凹凸이 각각 반대로 보인다.
모래사장에 새겨진 발자국은 사진1은 정상이다.
빛의 방향이 촬영자의 앞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이 아닌 발자국의 실물을 보고 있는 현장에서는 빛의 방향이 앞이지만, 사진으로 볼 때는 입체가 아닌 인화지라는 평면이므로 빛의 방향이 앞뒤가 아닌 위, 아래로 인식되어 백사장 위에 오목하게(凹) 보이므로 정상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사진2는 예시를 돕기 위해 사진1을 위아래로 돌려놓음으로써 발자국이 볼록해 보이는 것이다. 빛의 방향으로만 본다면 사진 찍는 사람의 뒤에서 비스듬히 비치는 빛의 방향을 이용해서 찍어도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어떤 물체를 보았을 때 빛의 방향에 의해 볼록한 형태가 순간적으로 오목한 형태로 보이는 착시를 경험했다면 이 글의 내용을 매우 소중하게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한 번 더 예를 들어 아래의 짧은 글만을 읽고 상상을 해본다면 도움이 된다.
1) 빛이 위에서 아래로 비칠 때 얼굴의 콧등이 밝고 콧구멍 근처가 어둡다.
2) 빛을 아래서 위로 비칠 때는 얼굴의 콧등이 어둡고 콧구멍 근처가 밝다.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빛을 비춘다면 실체가 볼록한 것(凸)이지만, 아래에서 위쪽으로 비춘 빛은 형태의 입체를 반대로 왜곡해서 오목한(凹)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
위와 같이 1)과 2)의 명암은 빛의 방향에 따라 우리에게 전해지는 입체적 느낌이 서로 상반되게 나타난다. 이렇게 시각을 통해 전달되는 경험치에 대한 결과로 실체의 입체를 반대로 인식하는 오류가 생겨나지만 뇌는 이런 반대되는 현상을 오류로 인식하지 못할 때도 많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적응이 안 될 때는 어지럽기도 하지만 눈을 감았다가 뜨는 방법으로 쉽게 적응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착시는 동일한 그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서로 다른 방법으로 凹凸을 자동적으로 번갈아가며 인식할 수도 있다.
높은 차원의 시각적 훈련이 된 시지각을 가진 사람을 제외하고는 잘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시각적 경험에 의해 기억된 것들의 대부분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기억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기억만으로 판단하려 하기 때문이다.
사진 3, 4. 약간의 요철이 있는 회화나 이집트 상형문자와 같은 릴리이프 형식의 조각 또는 사진을 실수로 위 아래를 바꾸어 인쇄를 하면 사진 3처럼 오목해야 할 부분들이 사진 4처럼 볼록하게 보이게 된다.
태양 빛이 위에서 아래로 비춘다는 사실에 의해 만들어진 보편적 기준에 익숙한 시지각적(視知覺的) 오류라고 생각한다.
사진, 인쇄, 그림 등 미술과 관련된 전문직을 갖고 있다면 반드시 이해하고 적용하기를 강력하게 추천 드리는 바이다.
- 글·사진 _ 정정수 대표 · JJ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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