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평론] ‘공간건축’과 ‘오브제 건축’의 조합 : 정원과 건축의 관계성 확장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 평론 – 3
라펜트l조세환 명예교수l기사입력2024-01-17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 - 3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 평론 
신한옥 원림건축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 미학 읽기 - 3


‘공간건축’과 ‘오브제 건축’의 조합

 : 정원과 건축의 관계성 확장





_조세환 경관평론가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Ⅲ. ‘공간건축’과 ‘오브제 건축’의 조합 : 정원과 건축의 관계성 확장


얘기인즉슨 이렇다. 손명문의 한옥호텔 ‘유와’의 건축 디자인은 특이한 풍광 디자인으로 형상화된 단지 내 돌담 골목길을 중심으로 동·서편 한옥군의 공간을 기묘하게 엮어내는 건물 평면과 배치형태, 거기서 빚어지는 절묘한 유형의 마당공간(空間), 모든 것들의 조합을 통해 자연이 빚어내는 생명의 프랙탈 미학(Fractal Aesthetics)으로 승화되어 발현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리적 균제와 비균제 등을 논하는 인간의 형식미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미학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제IV장에서 후술하겠지만 이 프랙탈 미학이야말로 손명문이 그려내는 신한옥 건축풍경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힘찬 디자인 동력으로 작동한다. 한옥호텔 ‘유와’에서 건축가 손명문이 빚어낸 프랙탈 미학의 발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건축에 예속된 주택 정원(Garden in Architecture)’의 전통을 넘어 ‘자연에 묻혀 있는 원림의 건축 풍경(Architectural Landscape of Forest Garden)’으로 승화시킨, 건축 디자인의 최대 업적임과 동시대 ‘신한옥 풍경’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낸 본질적 요소다.


그림2. 입구 정원과 인사하는 나무


그림3. 돌담 골목길


의도된 유혹의 디자인_ 호기심·의아함·안도감

실제로 한옥호텔 ‘유와’ 입구에 도착하면 숲으로 가려진 한옥군의 모습을 보면서도… 뭐지… ? 한옥호텔에 왜 대문이 보이지 않지…? 여행객은 왠지 낯선 느낌으로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허리를 거의 90도로 꺽은 듯한 특이한 형태의 수목과 함께 자신들을 맞이하는 아기자기한 입구정원(Enhance Garden)(그림 2 참조)에 눈길을 빼앗긴다. 그리곤 거의 동시에 입구정원 너머로 직선으로 쭉 뻗은, 낯섦의2) 돌담 골목길(그림 3) 풍경 속으로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한옥호텔 주출입구에 ‘대문’이라는 한옥 형상의 건축물이 눈에 띄지 않는 내심의 가벼운 놀라움도 잠깐, 방문객은 이내 입구정원을 지나 골목길을 향해 눈길의 초점이 모아지면서 여행객의 몸은 이미 그 돌담 골목길을 향해 움직여 나가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바로 이 대목에서 필자는 손명문의 범상치 않은 디자인 전략을 읽어낸다. 한편으론 시각적 눈길을 끌고 다시 어떤 끌림의 느낌을 통해 몸이 움직여 나가게 되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적 행동 규범과 행동심리학을 건축계획과 디자인에 적용한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여행자의 행동과 심리는 이어져 계속된다. 그저 무심코, 하지만 한옥건축에서 대문이 없을 때 생기는 의아함과 대문을 찾을 수 없음에서 오는 긴장감을 유지한 채 그 골목길을 향해 몇 발자국 옮기는 순산, 이내 왼쪽 편에 서 있는 특별한 건축물, 이른바 ‘정자 아닌 정자’, ‘대문 아닌 대문’, 이른바 ‘정자형 대문’3)(그림 4, 5)과 조우한다. 여행객은 직감적으로 ‘아! 여기가 한옥호텔 ‘유와’의 건물 출입구로구나’하는 마음속의 탄성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그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쩌면 그 여행객은 비로소 목적지에 다 왔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골목길에 접어들자 순식간에 왼쪽 편에 나타난 정자형 대문으로 인해 조금 전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것 같았던 돌담 골목길 풍경(그림 3)을 순간 잠시 잊고 그만 ‘정자형 대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 것이다.


그림4. 정자형 대문 진입 부분 / 그림5. 정자형 대문 진출 부분

손명문은 이처럼 입구정원(Entrance Garden)과 골목길과 ‘정자형 대문’으로 빚어낸 특출한 건축풍경 창출을 통해 대문과 채로 이어지는 전통적 한옥건축의 진입 양식의 틀을 일시에 깨트려 버리고 새로운 한옥건축의 풍경을 연출해 낸다. 이 과정에서 잠시 여행자가 경험했던 강력했던 돌담 골목길 이미지는 이내 가까운 시간에 되찾을 수 있는 회상(Recalling)의 대기 상태로 여행자의 뇌 속 기억공간에 살포시 저장된다. 이 돌담 골목길은 한옥호텔 ‘유와’의 건축풍경 그리기에서 포토존의 역할을 할 정도로 여행객들에게 낙(樂)을 주는, 매우 비중 높은 가치를 차지하는 매력물로서 조금의 손색이 없다. 하지만 ‘정자형 대문’의 뜻밖의 출현으로 이 골목길은 여행객들에게 잠시 잊히게 되고, 여행객은 ‘정자형 대문’ 속으로 급속히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한옥호텔 ‘유와’ 디자인에서 손명문의 ‘정자형 대문’은 대회 초반에 날리는 솔로 홈런에 다름 아니다.

손명문의 신한옥 건축풍경 감상의 첫 걸음은 이처럼 사람을 순간적으로 느끼고 지각하고 인지해서 동시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고, 그것을 기제로 의아함과 낯섦이 안도의 쾌감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감흥 유발, 유혹의 건축계획과 디자인 마법을 구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필자는 이 마법 구사의 기제로 사용된 것이 바로 ‘공간건축(Space Architecture)과 ‘오브제 건축(Object Architecture)’의 두 요소라고 읽어 낸다. ‘입구정원’처럼 건축할 수 있는 땅을 건축하지 아니하고 비워서 또 다른 건축 의도의 공간으로 건축하는 것, 그것도 단순히 건축물의 배경이나 전경으로 비워두는 것이 아닌 분명한 건축공간의 한 장르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외부공간으로 디자인하는 것, 이것이 이런 바 ‘공간건축(Space Architecture)’의 정의다. 또 한편으로 건축물은 건축물이되 ‘정자형 대문’처럼 시선을 유도하는 랜드마크로 작동하되 단순히 시각에 머물지 않고 공간적 행위의 매개적 기능을 수행하는 건축, 이른바 ‘오브제 건축(Object Architecture)’이다.


오브제 건축_정자로 변신한 대문

이 신한옥 건축풍경의 첫 감동을 주는 심리 드라마 체험을 제공하는 첫 주인공은 단연 ‘오브제 건축(Object Architecture)’,즉 ‘정자형 대문’의 도입과 디자인에 있다. 전통 한옥에서 입구는 대문으로 상징된다. 대문은 열고 닫는 문을 두게 됨으로써 바깥과 안, 안과 바깥의 경계지점으로서 주인과 객을 차단하고 연결하는 입구이자 출구로서 기능을 한다. 그리고 전통한옥에서 높이 솟은 대문은 고도의 권위를 나타내 보이기도 하지만, 단순하게 보면 대문은 객의 출입을 막는 기본 수단으로 작동하고 상징한다.

하지만 손명문의 신한옥 풍경에서 이 ‘정자형 대문’은 이 전통적 관념을 폐기한다. 내·외공간의 경계가 아니라 내·외공간의 자연스러운 연결과 막힘 없는 흐름(Frow)을, 객을 가로막는 차단의 의미가 아니라 객을 환영하는 초대(Invitation)의 개념을 깊이 함유한다. 사람의 눈길을 끌어들이되 막아서는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매개공간으로의 대변신을 기한다. 높은 대문처럼 전통적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퓨(休)의 편안함과 대문이 아닌 정자로 초대하는 낯섦의 낙(樂)이 있는 상징건축으로 작동한다. 예기치 않은 형태로, 예기치 않은 기능으로,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예기치 않은 행동을 이끌어 내는, 한옥 형태로 언뜻 익숙한 듯하지만 기실은 낯선 기능으로 방문객의 호감을 일으키고 이끌어 들이고 마음의 편안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공간없는 오브제는 어쩌면 배경없는 그림과 같다. 그만큼 오브제의 질이 떨어질 개연성이 있다. ‘정자형 대문’이 ‘오브제 건축(Object Architecture)’으로 성공하기에는 마치 무열왕을 보좌하는 김유신 장군처럼 주변에 중직한 공간건축(Space Architecture)이 있기에 가능했다. 바로 ‘정자형 대문’의 양 옆(북과 남)을 지키는 양수겸장의 공간건축(Space Architecture) 디자인이 그들이다. ‘정자형 대문’의 북쪽에 붙어 있는 공간은 이른바 한옥호텔 ‘유와’의 입구정원(Entrance Garden)으로서 한옥호텔 ‘유와’의 전정(Front Garden) 공간에 해당된다. 한옥호텔 ‘유와’에서 이 공간건축의 기능은 단순히 자투리땅의 활용을 넘어서, 특정의 건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화장 기능을 넘어서, 또 다른 적극적 +a의 기능 수행을 위한 공간으로 건축되었다. 이 공간은 여행객이 주차장 또는 부지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한옥호텔 ‘유와’의 편안한 이미지로 휴(休)의 느낌을 주기 위함과 동시에 오브제 건축인 ‘정자형 대문’이 시각적으로 바로 직격되는 것을 막아주기 위한 목적의 공간건축(Space Architecture)으로 디자인되었다. 결코 우연히 남겨진 땅의 처리가 아니라 필연적 의도의 공간건축(Space Architecture)이 었고, 한옥호텔 ‘유와’ 건축에서 손명문표 신한옥 건축(Space Architecture)의 정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 된다.


그림6. ‘정자형 대문’ 의 오른쪽에 있는 공간건축


그림7. ‘정자형 대문’ 에서 바라 본 공간건축(Space Architecture) 불멍의 정원

그래서 일 것이다. 손명문의 공간건축(Space Architecture)은 단지 ‘입구정원(Entrance Garden)’과 ‘정자형 대문’과의 관계에서만 머물지 않는 듯하다. ‘정자형 대문’의 곁을 지키는 또 다른 공간건축으로 그 오른편(남쪽 편)을 지키게 함으로써 ‘정자형 대문’을 진입의 중심으로서 단단히 고정시키고 있는 듯하다.(그림 6, 7) 여행객이 ‘정자형 대문’을 지나며 체크 인(Check-In) 건축물로 들어갈 때 오른쪽 공간에 무언가가 강한 관심과 흥미를 끌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과연 이 공간건축(Space Architecture)(그림 7)의 정체는 무엇일까? 왜 이곳에 또 다른 공간건축의 마술을 선보였을까? 조금 암시하자면 이 이야기는 ‘낙(樂)’의 유전형질을 작동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디자인된 것인데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후술하는 제IV장에서 이어가 보도록 한다.




2) 후술하겠지만, 전통 한옥마을의 골목길과의 풍경 이미지와는 무언가 다른 ‘낯선 풍경(Serendipity Landscape)’의 골목길로 다가온다. 거기엔 마치 이태리의 사이프러스 나무와 같은 수직적 경관을 주는 선향이 심어져 있고,이것이 고색창연한 빛깔의 돌담과 어울려 익숙하되 낯선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3) 일반적으로 정자는 전통 건축에서 풍경 좋은 곳에 세워서 쉬고, 시 짓고, 노래하고, 풍유 등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세우는 시설물이다. 그러나 건축가 손명문은 한옥호텔 ‘유와’에서 이 정자를 대문의 기능을 대체하는 건축물로 창의적으로 디자인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건축가 손명문 약력>



 
건축가 손명문은 30대 후반에 건축개인전 개최를 시작으로 동시대 수많은 건축 작품을 남겼다. 그는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와 국토교통부 건축디자인 평가위원으로 활동하였고, 한국건축가협회상 심사위원, 경상북도 건축대전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였다.  

대한건축사협회 작품상, 국토교통부 주최 공동주택경기설계 입상, 경향하우징페어 주택공모전 입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바다를 품은 집’과 ‘한옥건축 유와’ 작품으로 경주시 건축상 대상 및 최우수상을 각각 수상하였다. 


현재 경주에서 건축사사무소 건·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쏟고 있다.  


그는 고향인 경주에서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2022년도엔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를 통해 우리시대 새로운 한옥의 아름다운 모습을 디자인했다. 헤리티지 유와 외에도 그의 대표적인 한옥 작품으로는 황남관, 소설재, 월성과자점, 위연재, 경주 테라로사 등이 있다.




<편집자주>

2024년 신년기획으로 <경관평론> 코너를 마련합니다. 조경분야에서 공원, 생태, 정원 등 환경관련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조경의 문화화 및 확산 맥락에서 관련 작품들에 대한 평론은 비교적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라펜트 <경관평론>의 첫 번째 코너에는 건축가 손명문이 한옥을 설계하고, 작가 황지해가 정원설계한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에 대한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이 게재됩니다.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 평론은 모두 2편으로 구성되는 데, <제1편>은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평론 관점에서, <제2편>은 작가 황지해 작가의 정원 작품에 대한 평론이 개제됩니다. 특히, 제1편은 경주문화원에서 2023년 12월 31일에 발간하는 「경주문화」 제29호에 동시에 게제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Ⅰ. 프롤로그 : 동시대 신한옥 건축의 탄생

Ⅱ. 건축가 손명문의 전통한옥 DNA의 창의적 변이 전략  

Ⅲ. ‘공간건축’과 ‘오브제 건축’의 조합 : 정원과 건축의 관계성 확장 

Ⅳ. 프랙탈 미학의 공간으로 그려내는 건축풍경 전략_원림건축의 발현

Ⅴ. 에필로그 _낯익은 낯섦(Serendipity)의 신한옥의 건축풍경


<경관평론> 코너는 구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당 코너에 경관평론을 기고하실 분들은 lafent@naver. com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사진 _ 조세환 명예교수  ·  한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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