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평론] 낯익은 낯섦(Serendipity)의 신한옥의 건축풍경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 평론 – 完
라펜트l조세환 명예교수l기사입력2024-01-31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 - 5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 평론 
신한옥 원림건축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 미학 읽기 - 完


낯익은 낯섦(Serendipity)의 신한옥의 건축풍경





_조세환 경관평론가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V. 에필로그 : 낯익은 낯섦(Serendipity)의 신한옥의 건축풍경


중국의 고전 원야(園治)에 따르면 ‘사람과 토지 등 환경이 바뀌면 모든 것을 새롭게 디자인 하라’는 평범하지만 진리인 어귀가 출현한다. 한옥호텔 ‘유와’는 비록 ‘한옥’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전통적 한옥과는 다른 목적의 용도, 이용자, 부지의 환경, 시대적 상황 등 모든 면에서 조건이 바뀌는 동시대적 산물이다. ‘어쩌면 찌들린 삶, 도시로부터 걸어와 머무는 여행객’, ‘한옥촉진지구’, ‘부지 주변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그로부터 빚어지는 경관 – 남산, 선도산, 반월성, 재매정, 월정교, 남천 등 주변부 자연·역사·사적지 등의 남다름’, 게다가 부지의 배를 가르는 듯한 ‘남북 관통의 공공도로 설치’ 등의 조건처럼 한옥호텔 ‘유와’의 환경조건은 모두가 새롭다. 이런 맥락에서 한옥호텔 ‘유와’를 조선조의 유교·성리학 기반의 전통한옥을 그대로 복사하여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림없는 일일 것이었다.

손명문이 한옥호텔 ‘유와’를 디자인하며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한옥이 지니고 있는 전통적 유전형질을 동시대에 맞는 새로운 유전형질로 변이시키는 일이었다. 한옥호텔 ‘유와’에 와서 머무는 사람은 조선조 때 양반, 노비, 남과 여 등 사회적 인물들이 지녔던 유교와 성리학 기반의 삶, 도덕과 윤리체계와는 전혀 다른 동시대 사람들이었다. 도시생활로부터 일탈하여 찌든 삶을 치유하기 위해 ‘유와’를 찾는 여행객, 그들이 곧 ‘유와’의 주인으로 머물게 된다. 이 경우 건축 수요자의 소비 욕구 즉, 여행객의 마음은 ‘유와’에서 무엇을 요구할까. 이 부분에서 손명문은 ‘휴(休)’, ‘낙(樂)’, ‘기(氣)’ 즉, 쉬고, 즐겁고, 그럼으로써 다시 활력의 정신을 찾아 몸과 마음을 치유해 가는 것을 한옥호텔 ‘유와’가 품어야 할 한옥호텔의 새로운 유전형질(Gentype)로 받아들였다.

손명문은 한옥호텔 ‘유와’가 이 새로운 유전형질을 품도록 결정하는 그 순간부터 수많은 고민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유전형질에 변이가 생기면 다분히 그 유전형질을 최적화 하기 위한 표현형이 발현되어야 하고, 새로운 표현형질(Phenotype)의 발현이 곧 한옥호텔 ‘유와’가 가지는 진화된 참모습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건축가 손명문이 한평생 쌓아 온 수많은 건축적 지식에 더하여 오랜 기간 다양한 유형의 한옥 건축의 경험을 바탕으로 번뇌하고 또 성찰하여 마침내 통찰(Insights)의 문을 열어젖힌 것으로 평가한다. 그가 열어젖힌 한옥호텔 ‘유와’의 건축은 동시대 한옥이 나아가야 할 길, 또는 미래 한옥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법 제시, 어쩌면 본질적으로 한옥이 지녔던 구시대적 관념의 벽을 극복하고 동시대 한옥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해도 과히 지나치지 않다는 맥락에서다.

그가 열어젖힌 ‘신한옥’의 건축풍경은 한옥의 ‘세렌디피티 미학(Serendipity Aesthetics)’ 창출로 압축될 수 있다. 그의 한옥건축이 마치 여행을 가서 많은 호기심과 기대심리로 여행의 묘미를 한껏 느끼게 하는 것과 같은 ‘낯선 풍경의 미학’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그러하다. 하지만 한옥인 듯한 외양의 모습은 우리에게 이미 충분히 익숙한 건축으로 다가오기에 좀 더 정확하게는 ‘낯익은 낯섦의 미학’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언뜻 보면 한옥인 듯한데, 그 한옥은 전혀 새로움의 유전형질을 품고 있고, 단순한 한옥 건축의 모습인 듯한데, 또 건축 속의 자투리 땅, 정원(Garden)의 개념을 넘어 마치 건축으로 풀어낸 원림(Architecture of Forest Garden)처럼 하나의 새로운 ‘건축풍경(Architectural Landscape)’으로 승화시켜냈기 때문이다.

손명문은 단지계획 과정에서 부지 내를 관통해야만 하는 공공도로 설치를 전통한옥에서는 숨겨져 지내던 ‘축(軸)’의 개념을 밖으로 노출 시켜 ‘돌담 골목길’이라는 실용 미학으로 이끌어 냈다. 그리고 그는 이 축선을 따라 양쪽 부지에 독특한 형태의 ‘ㅜ’자형과 ‘ㅁ’자형의 평면을 가지는 한옥군을 배치시켜 한옥호텔 ‘유와’가 전체적인 좌우 비대칭의 균제미를 이뤄내는 단지계획으로 그려냈다. 이 큰 틀의 계획체계 내에서 세부적인 한옥건축들과 공간들의 기능과 구조, 배치와 배열 등 관련 디자인의 모티브를 창안해 냈고, 이 과정에서 ‘ㅜ’자형의 한옥 평면을 창안하여 유클리드 기하학이란 전통적 건축의 형태 디자인 툴(Tool)을 넘어 ‘프랙탈 미학(Fractal Aesthetics)’의 건축이라는 새로운 한옥건축 프로토콜(Protocol)을 만들어 냈다.

또한 비워놓은 땅을 ‘건축하고 남은 자투리 공간이 아니라 건축물의 가치와 필적하는 또 다른 의미와 유형을 갖는 무형의 건축’으로 자리매김시킴으로써 건축분야에서 ‘공간건축(Space Architecture)’이란 이름의 새로운 건축기법을 창시했다. 전통한옥에서 꼭 있어야만 했던 대문을 ‘정자 아닌 정자’ 즉, 정자형으로 대체함으로써 전통한옥에서 낯선 자와의 경계로 여겼던 대문을 초대(Invitation)와 환영의 개념으로 승화해 냄으로써 ‘오브제 건축(Object Architecture)’이라는 신개념 건축의 길을 열었다.

한옥의 누마루와 같은 휴식과 놀이 기능을 담은 ‘ㅜ’자형 평면의 창안과 이들의 병렬적 배열, ‘ㅁ’자형의 한옥 평면의 구심적 셋 프론트(Set-Front) 기법을 통해 한옥 채의 외부공간은 갯수와 둘레와 면적이 많아지고, 길어지고, 넓어지고 연결되는 프랙탈 패턴의 창출, 이를 통한 다양하고 풍요로운 공간건축의 실현, 마침내 이들을 통해 각각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갖는 개별들의 정원으로 발현시켰다. 그러나 이 모든 정원들은 건축물에 붙어 있는 자투리땅의 분신과 같은 ‘건축정원(Garden in Architecture)’이 아니다. 고색의 돌담과 함께 야생의 자연처럼 다지(多技)의 관목과 나무들이 위·아래로 서로 휘어지고 엮이고 그 틈 속에서 자연스럽게 꽃으로 피어나는 야생화들이 어울려 마침내 이 정원들은 상호 연결되고 한옥과 통합되어 전체적으로 풍부한 자연과 이지러지는 미(美)가 살아있는 ‘원림건축(Architecture of Forest Garden)’의 탄생으로 마무리된다.

이 모든 것은 한옥호텔 ‘유와’가 품어야 할 한옥의 새로운 유전형질 ‘휴(休)’, ‘낙(樂)’, ‘기(氣)’ 즉, 쉬고, 즐겁고, 그럼으로써 다시 활력의 정신을 찾아 몸과 마음을 치유해 갈 수 있는 한옥으로 건축해 가는 프로세스였다. 이 프로세스의 종점은 신한옥 건축풍경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 미학의 창출이었고, 한옥건축의 ‘원림건축(Architecture of Forest Garden)’화라는 동시대 신한옥의 새로운 장르 개척이었으며, 마침내 전통 한옥으로부터 진화된 동시대 공감의 ‘신(新)한옥 건축풍경짓기’ 시작의 자리매김이다.




<건축가 손명문 약력>



 
건축가 손명문은 30대 후반에 건축개인전 개최를 시작으로 동시대 수많은 건축 작품을 남겼다. 그는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와 국토교통부 건축디자인 평가위원으로 활동하였고, 한국건축가협회상 심사위원, 경상북도 건축대전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였다.  

대한건축사협회 작품상, 국토교통부 주최 공동주택경기설계 입상, 경향하우징페어 주택공모전 입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바다를 품은 집’과 ‘한옥건축 유와’ 작품으로 경주시 건축상 대상 및 최우수상을 각각 수상하였다. 


현재 경주에서 건축사사무소 건·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쏟고 있다.  


그는 고향인 경주에서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2022년도엔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를 통해 우리시대 새로운 한옥의 아름다운 모습을 디자인했다. 헤리티지 유와 외에도 그의 대표적인 한옥 작품으로는 황남관, 소설재, 월성과자점, 위연재, 경주 테라로사 등이 있다.




<편집자주>

2024년 신년기획으로 <경관평론> 코너를 마련합니다. 조경분야에서 공원, 생태, 정원 등 환경관련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조경의 문화화 및 확산 맥락에서 관련 작품들에 대한 평론은 비교적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라펜트 <경관평론>의 첫 번째 코너에는 건축가 손명문이 한옥을 설계하고, 작가 황지해가 정원설계한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에 대한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이 게재됩니다.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 평론은 모두 2편으로 구성되는 데, <제1편>은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평론 관점에서, <제2편>은 작가 황지해 작가의 정원 작품에 대한 평론이 개제됩니다. 특히, 제1편은 경주문화원에서 2023년 12월 31일에 발간하는 「경주문화」 제29호에 동시에 게제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Ⅰ. 프롤로그 : 동시대 신한옥 건축의 탄생

Ⅱ. 건축가 손명문의 전통한옥 DNA의 창의적 변이 전략  

Ⅲ. ‘공간건축’과 ‘오브제 건축’의 조합 : 정원과 건축의 관계성 확장 

Ⅳ. 프랙탈 미학의 공간으로 그려내는 건축풍경 전략_원림건축의 발현

Ⅴ. 에필로그 _낯익은 낯섦(Serendipity)의 신한옥의 건축풍경


<경관평론> 코너는 구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당 코너에 경관평론을 기고하실 분들은 lafent@naver. com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사진 _ 조세환 명예교수  ·  한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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