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상징공간’, 어떠한 인문학적 가치를 담아야 할까?

‘상징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시선’ 국제세미나 성료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4-02-05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건축공간연구원과 함께 ‘상징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시선’을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상징공간은 국가 정체성과 상징성을 담아내는 장소이자 역사·문화·시민 소통공간을 의미한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국가상징공간의 핵심가치와 조성 방향을 모색하는 마련됐다.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건축공간연구원과 함께 ‘상징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시선’을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2월 1일(목) 오후 3시부터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개최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와 협의체를 구성해 대표적 역사․문화자원을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이와 관련하여 국민 공감대 및 담론 형성을 위해 건축공간연구원과 함께 이번 국제세미나를 기획했다.



상징공간, 역사적 시간의 깊이 드러내야


김성도 고려대학교 교수는 ‘상징공간의 인간학 서설’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성도 교수는 “공간은 일상의 경험 형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간은 있는 그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산되고 구성된다. 공간은 개인들에 대해 가장 큰 정서적·정신적 영향을 행사하는 추상적 성질들과 현상들을 표상하는 단어들과 결속되기 때문에 공간과 장소는 가장 위대한 상징”이라며 상징공간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특히 “공적 공간은 특정 장소의 상징적 효과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공적 공간은 동일한 약호들을 공유하는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장소이고, 메시지가 모든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간은 인간의 기억과 가장 밀접하게 결합돼 있으며, 공간의 획일화와 상징성의 소멸은 곧 망각, 즉 집단 치매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과거와 현재의 병치는 시간의 흐름을 말하며, 때때로 그 대비는 설득력이 높다. 그러나 20세기의 서울은 시간적 깊이를 소홀히 한 나머지 도시를 심각한 역사적 기억상실증에 빠뜨렸다. 환경을 디자인할 때 린치가 제안한 과거 사건의 흔적을 축적해 역사적 시간의 깊이를 드러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새로운 상징공간의 디자인과 관련해 “서울은 시간적 콜라주를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 도시이며, 이를 통해 시간적 깊이감을 도시풍경에 부여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간적 병치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킬 만큼 강력할 수 있으며 순간적이고 신비롭게 공존한다”며, ‘시간적 콜라주’ 개념을 적용할 것을 제안하며, “과거 사건의 흔적을 축적해서 역사적 시간의 깊이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 한국의 대도시에 주어진 인문학적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대와 전통이 조화된 상호작용적이고 역동적인 공간으로


마시모 레오네(Massimo Leone) 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 교수는 상징적 장소로서의 로마의 광장들과 서울의 상징적 공간들을 살펴보고, “서울에 새로운 상징공간 조성 시 도시 디자인과 기념물 배치에 있어 로마의 광장 조성 개념이 서울의 독특한 문화와 도시경관에 적용될 수 있다”며 네 가지 디자인 방향성을 제안했다.


우선 통합된 기념물·광장 디자인이다. 로마에서는 광장이 기념물의 상징적 가치를 강화하는 공간적 틀을 제공한다. 서울 역시 새로운 광장을 디자인하거나 새로운 기념물의 중심지 역할을 하도록 기존 광장을 변경할 수 있고, 이 공간들이 미적으로 아름답고, 공동체와 역사 감각을 기르도록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 현대와 전통의 조화이다. 로마가 고대 유산을 현대 도시경관에 포함시키듯 서울도 전통유산의 모티브와 현대적 디자인을 혼합할 수 있으며, 이는 도시의 풍부한 역사와 역동적 현재 사이의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상호작용적이고 역동적인 공간들이다. 로마 광장들은 활기차고 생활적인 공간이다. 서울도 기념물과 주변 광장들을 상호작용하도록 디자인할 수 있고, 증강현실 등 기술을 통한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녹색 도시 공간’을 강조하며,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이자 시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시모 레오네 교수는 “이러한 공간은 사교모임에서 공공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시의 의례, 도시의 브랜드


파스칼 라르들리에(Pascal Lardellier) 프랑스 부르고뉴대학교 교수는 ‘기호적 도시로부터 의례적 도시로: 세레모니적 도시성을 위한 이론적 이정표’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그에 따르면 최초의 도시는 의례의 중심지였다. 도시가 상징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그들의 관심사에 대응하며,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도시는 어떠한 하나의 이상을 구현하고, 도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성곽을 쌓아 폐쇄적이었다. 이러한 도시에서는 각종 의례가 일어났다. 예시로 이상적 도시를 향해 가는 퍼레이드나 개선행진이 있다. 도시의 의례는 도시민에게 소속감을 갖게 하고, 도시 안과 밖의 사람을 구분했다.


그러나 현대로 오면서 도시에서 의례적 공간은 점점 사라지고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목적으로 활용되다가 이제는 관광지, 도시 브랜드로 활용되고 있다. 소속감의 붕괴, 이동성(모빌리티), 어바니티 출현, 다양한 소속 그룹의 탄생 등이 그 이유이다.


파스칼 라르들리에 교수는 “도시는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향해 가고 있다. 현대 도시의 의례는 ‘개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제는 관광과 유산이 종교적, 정치적 차원보다 우선한다. 지역의 정체성,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반영한 도시의 의례, 즉 즐기는 문화행사가 점점 그 도시를 상징하고 되고, 이것이 도시의 브랜드가 된다”며 이러한 포스트모던적 관점에서 상징공간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영걸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이영범 건축공간연구원 원장


김성도 고려대학교 교수, 마시모 레오네(Massimo Leone) 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 교수, 파스칼 라르들리에(Pascal Lardellier) 프랑스 부르고뉴대학교 교수



이어진 토론에서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에서는 장소 기반의 도시 의례들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상징공간에 대한 독점화와 디지털라이제이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극복방안 마련이 필요하며, 하나의 상징공간이 시간적, 지리적 격차를 넘어 국가 단위로 통합 연계해 가는 과정을 어떻게 기획하고 맞춰나가야 할지에 대한 국가의 역할도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플로어에선 국가상징공간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첫째로 “‘상징’이 붙은 말이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것이라면 지금 시대에 서울 시점에서 상징공간 자체를 계획해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김성덕 교수는 “‘국가’와 ‘상징’이 부자연스럽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으나 발제를 준비하며 타국의 역사를 보니 오히려 생각에 전환이 왔다. 결국 국가가 강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해야 하는 하나의 의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는 공적 공적을 만드는 것이며, 그 공간이 사람들에게 행복과 소속감을 주고, 국가의 정체성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국가나 광역 단위에서 추진하는 일이지만 공간의 특수성은 그 안에 사는 주민들로부터 나올 것이다. 기초지자체 단위에서는 어떠한 실천전략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김종헌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배재대학교 교수)은 “과거 국가상징공간이 전체주의적이고 거대한 이슈를 가진 개념이었다면, 이번 국가상징공간은 지역과 지역을 연계해 하나로 통합하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2월 열린 ‘국가상징공간 조성방향 논의를 위한 콘퍼런스’에서 제시된 ‘국가 마을정원 네트워크’를 예시로 꼽았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마을정원을 조성하고, 가족단위부터 마을단위, 지자체단위, 국가단위로 다양하게 구성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하는 개념을 설명했다.


아울러 김종헌 위원은 “기념공간이나 상징공간은 주로 영광스러운 역사나 절정기인 문화를 상징화해 오는 것으로 생각을 해 온 것 같다. 그래서 부끄러운 역사나 아니면 자랑스럽지 못한 역사를 어떻게 내세울 것인가 아니면 감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갖고 있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상징화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는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아주 중요한 정체성을 확보하는 개념이 될 것이고, 그것이 중국이나 일본, 다른 개도국에게 큰 이슈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축역사를 보면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을 통해 직접적으로 유럽 문화를 접했고, 한국전쟁을 통해 미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그동안 갖고 있었던 전통문화와의 충돌이 이루어졌고, 전통문화와 서양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문화가 독자적인 우리나라의 정체성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했다. 한국의 20세기와 21세기는 전통문화와 서양문화, 아시아의 문화들이 뒤섞이면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시기로 보인다. 이전에는 이러한 문화의 특성을 삼류나 아류 문화로 여겨왔지만, 오히려 이러한 보편적 독자성이 우리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동력이자 자원이 되고, 이것이 세계의 흐름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상징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논의에서도 이러한 흐름과 맥락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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