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4-03-15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371



모로코와 파리편 - 28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파리에 머물 때마다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이번에도 베르사유 궁전을 가야 하나?

혹시 그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미술관은 포기하고 정원에만...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되지요.

이번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였답니다.

결국 궁전의 실내는 예약도 복잡하고 번거로워 포기하였지요.

정원은 입장료가 저렴하고 예약 없이도 쉽게 입장이 가능한 옥외 정원에서 하루 종일 답사하며 운동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파리 시내에서 제법 떨어진 교외에 위치하지요.

하지만 숙소가 있는 라데팡스에서 기차를 이용하면 의외로 교통이 좋답니다.

기차에서 내려 궁으로 이동하며 주변을 살피며 기록하지요. 

크게 변한 것은 없다지만, 습관적으로 카메라에 손이 갑니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베르사유 궁전에 도착하였습니다.

궁전은 그의 아버지 ‘루이 13세’의 사냥터였다지요.

궁전과 광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반갑고 고맙게 이방인을 맞이해줍니다.

여전히 뮤지엄은 붐비고 예약이 필수이지요.

광장을 지나 곧장 정원으로 들어갑니다.

이 화려하고 웅장한 궁전은 2만 명이 머무를 수 있는 유럽 최대 규모라지요.

1710년 왕실 예배당이, 1770년에는 오페라 극장이 완성되었답니다.

베르사유 조약으로 유명한 ‘거울의 방’도 외면한 채, 숲이 기다리는 정원으로 향합니다.












정원으로 입장하여 왼쪽에 위치한 오렌지 정원으로 향합니다.

처음으로 베르사유 궁전을 찾았을 당시, 오렌지 정원을 내려다보고 느낀 감동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지요.

그 당시에는 니콘 F2 카메라에 슬라이드 필름을 장착했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감동스러운 장면이라, 36매 필름 한 통을 금방 소진했답니다.

그러한 잊지 못할 추억 때문에 이곳을 번번이 찾게 되지요.

오늘 역시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난간에 기대어 한참을 내려보며 수십 장의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오렌지 정원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지에서 구해온 감귤과 종려나무, 석류, 월계수가 목재로 만든 용기(화분)에 식재되어 멋지게 배열되어 있지요.

이들 식물은 이곳에서 월동이 되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온실로 옮겨졌다가 따뜻한 봄이 되어야 모습을 드러낸답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이곳에서 머물기로 작정을 하였습니다.

예전에는 많아야 고작 3-4시간이라 시간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요. 

그래서 오렌지 정원의 바닥으로 내려왔답니다.

오렌지 정원은 프랑스어로 ‘오랑주리’라지요.

프랑스 현대 회화를 주로 전시하는 ‘국립 오랑주리 미술관’ 이름의 유래는, 현재 미술관으로 이용되는 건물이 루브르 궁전의 오렌지나무를 월동시키던 온실이었답니다.

정원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궁전 앞 분수와 뜰을 구경하며 대운하 쪽으로 코스를 선택하지요.

이곳은 의외로 조용하고 한산합니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조감도처럼 보이지만, 내려오니 또 다른 분위기네요.

오렌지 정원 앞에는 ‘스위스 병사의 연못’이 있습니다.

루이 14세 당시, 궁전 경비병으로 고용되었던 스위스 용병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네요.




















베르사유 정원은 왕실 조경사 앙드레 르 노트르(Andre le Notro, 1613-1700)가 설계를 맡았지요.

그는 당시 프랑스 최고의 정원사로 평가된답니다.

앙드레 르 노트르가 추구한 조경계획이나 정원디자인 수법은 이후,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스페인에서 활동한 여러 제자를 통해 유럽대륙 전역에 전파되며 지구촌 정원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지요.

높은 생울타리(수벽) 사이로 길게 뻗은 정원 산책로가 스케일이 큰 미로처럼 보입니다.

생울타리로 활용된 나무의 종류나 높이, 질감이 다르고, 바닥포장재도 다양하지요.

생울타리용으로 활용된 수종은 너도밤나무를 비롯하여 느릅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베르사유 궁원에서는 하루종일 걸어도 지루하지 않고 다닐 정도로 방대하고 다양한 공간과 시설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호수와 조각분수, 운하를 비롯하여 정교하게 다듬어진 토피어리나 울창한 숲, 멋진 조각상도 수없이 볼 수 있지요.

정원에 대한 시대적 배경이나 사조, 양식 등에 관하여는 이미 많은 자료가 소개되었기에 공간감이 있는 시각적 자료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이곳이야 말로 정원이라지만 왠만한 도시공원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넓습니다.

공기도 상쾌하고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 트래킹 모드로 걷기에 최고의 환경이지요.

답사는 일반적 관광과는 달리 운동을 할 수 있기에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해외 답사를 앞두고 언제나 걷기를 통한 체력조정을 하게 된답니다.

평상시에는 하루 일만 5천 보를 목표로 하지만, 해외 답사를 앞두고는 2만 보를 목표로 삼지요.




















하루 종일 평지의 숲속 그늘에서 걸을 수 있는 기회는 결코 많지 않을겁니다.

일생을 통틀어서 과연 오늘 같은 기회가 몇 번이나 올까요?

그것도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종일토록 거침없이 걷게 됩니다.

평생을 걷기로 단련된 처지라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네요.

정원 산책로는 잔디와 마사토가 많아 걷기에 너무 편안합니다.

딱딱한 보도블록이나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과 비교할 수 없지요.

사방이 초록으로 감싸줍니다.




















걸어도 걸어도 숲속의 산채로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국토의 65%를 차지하지요. 

그래서 경사가 없는 평지에 조성된 공원이나 넓은 면적의 정원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도 앞으로 노령사회로 변하게 되면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는 평지공원이 더욱 필요하겠지요.

광대한 정원을 걷다 보면 자연성을 간직한 원생림 분위기도 만날 수 있고, 정원사의 손길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매력적인 정원도 나타납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야생적 분위기와 잘 정돈된 뜰을 교대로 만나며 새로운 공간으로 계속 이동합니다.

이 정원의 평면도를 펼쳐보면 기하학적 땅가름으로 경직되어 보이지요.

하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정원의 분위기는 부드러운 편입니다.

격자형의 땅가름으로 인한 직선 도로가 대부분이지만, 가로수가 성장하여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지요.

그래서 정원이 전체적으로 웅대한 숲으로 인식된답니다.

















방대한 공간을 수목들을 통하여 시선을 차단하거나 유도하며 공간의 질서를 부여하고 깊이감을 더해줍니다. 

요소요소에 호수와 분수가 있고 쉼터가 있지요.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이용자 밀도는 점점 낮아져 더욱 한적하답니다.

노약자를 위한 이동수단들이 있지만 젊은이들이 더 많이 이용하네요.

대운하 가까이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도 좋습니다.

저는 오늘도 변함없이 보행으로 마무리하였지요.

녹음수들도 여러 수종들이 등장합니다.

마로니에(서양칠엽수)와 플라타너스를 비롯하여 피나무류(Tilia), 느릅나무, 너도밤나무가 많이 이용되지요.













차량이나 도시 소음에 노출되지 않고 하루종일 정원을 답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직 베르사유 궁원에서나 할 수 있는 매력이지요.

오늘도 3만 5천 보를 기록하였습니다.

도심에서 행하는 답사보다는 다소 많은 수준이지요.

다음 기회에 다시 파리를 오게 된다면, 역시 하루는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의 종일 걷기를 우선적으로 계획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쉼 없는 10시간 정도의 노동현장이었네요.

하지만, 몸과 마음은 더욱 홀가분해졌습니다.

파리의 상징인 베르사유궁은 다음호에서 한 번 더 소개됩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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