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해·폴·레온 세계적 정원작품, 2024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재)고양국제꽃박람회, 세계작가정원 토크쇼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4-04-11

영국의 폴 허비 브룩스, 남아공의 레온 클루지, 한국의 황지해 정원디자이너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 한국의 황지해, 영국의 폴 허비 브룩스(Paul Hervey Brookes), 남아공의 레온 클루지(Leon Kluge)의 작품을 ‘2024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지구환경과 꽃(Flower in the Earth)’을 주제로 일산호수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2024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는 이들 세 정원디자이너의 세계작가정원이 200~300㎡ 규모로 조성된다.


(재)고양국제꽃박람회는 세계 작가 정원 토크쇼를 지난 28일 고양꽃전시관 ‘꽃, 락’에서 개최했다. 세계작가정원 작품 조성을 위해 사전답사차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팬들과의 만남을 위해 토크쇼가 마련됐다.


토크쇼에서는 이번 박람회에 조성될 정원에 대한 간략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황지해 작가는 메타세콰이어 숲에 30m 길이의 대형 나무젓가락 벤치를 설치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식물 중 음지에서 잘 자라는 호습성 식물인 바람꽃 종류로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어둠 속 작은 꽃들의 찬란함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사회 모순에 대한 비판을 엿볼 수 있다.


폴 작가에 따르면 정원은 실재하는 공간이지만 더 깊은 내면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으며, 이는 굉장히 감각적인 것에 기반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우리가 보는 나무는 천 년 전부터 살아왔을 수 있고, 그보다 더 오래된 것도 있다. 정원의 힘은 시간을 초월하는 것에서부터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원을 통해 자신과 깊이 연결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레온 작가의 정원은 ‘아프리칸 스피릿’으로 사바나를 연상시키는 초지, 아프리카의 자생종으로 정원에 들어서면 핏줄에서 아프리카의 정신이 느껴진다. 아프리카 생명의 피인 물이 벽에서 떨어져 마음을 맑게 하고, 점토 벽에 새겨진 문양들이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원의 중심에 앉으면 자연의 경이로움과 고대 아프리카의 영혼들에 둘러싸이게 된다.


해외작가들은 한국 시공팀과 매칭되어 작품을 시공한다. 레온 클루지는 히말라야의 상민정, 박재성, 김범수 씨, 폴 허비 브룩스는 기로디자인의 류광하, 이찬종, 윤석주 씨, 어반스톤의 김경동 씨, 더그린의 장보경 씨와 함께 작업한다. 


황지해 작가의 작품 투시도 / 월간가드닝 제공


폴 허비 브룩스 작가의 작품 조감도 / 월간가드닝 제공 




레온 클루지 작가의 작품 조감도 / 월간가드닝 제공 


토크쇼는 작가들의 정원작품 및 철학을 소개하는 팬들과의 귀중한 시간으로 구성됐다. 


황지해 작가는 지난해 첼시플라워쇼 금메달을 수상한 ‘백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 조성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하며, “우리는 자연과 멀어지며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갖게 됐다. 예로부터 우리에게는 산이 병원이고 약이었다. 오늘 아침 밥상 위에 올라온 푸성귀가 내 몸과 피를 이루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어떻게 인간이 겸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지리산의 약초군락를 정원의 콘셉트로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식재 시에는 “약초를 키우는 사람들로부터 약초는 이른 아침 햇살로부터 좋은 기운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약초는 지표면에서 1.5m 사이에서 자라기 때문에 미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식재를 할 때 식물의 향방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지리산의 식생을 구현하기 위해 30여 년 전 우리나라 자생종의 씨앗을 채종해 기른 영국의 부부를 찾아 때죽나무를 구하기도 했고, 1년 전부터 벨기에를 찾아가 적합한 조경수를 찾기도 했으며, 100년의 시간을 연출하기 위해 소가 소변을 누게 한 뒤 방치해 이끼가 낀 바위를 공수하는 등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황 작가는 “첼시플라워쇼를 찾는 사람들은 정원을 음악처럼, 책처럼 기억한다. 10년 전 함께했던 팬들이 다시 찾아와 ‘한국 정원은 계속 흐르고 있다’는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이 한 마디를 위해 정원을 하는 구나,를 느끼며 보다 확장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폴 작가는 다양한 국가에서 조성한 최근작 소개와 함께 정원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전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식물원을 다니며 식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후 다른 지역,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정원을 경험하면서 “단순히 식물에 대한 관심을 넘어 식물을 디자인해 분위기와 아우라를 만들어내야 정원이 힘을 가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정원이 역사와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대상지의 역사, 문화, 성격, 철학, 예술 등에 빠져들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를 통해 나만의 정원을 만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원은 결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협업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산’에서 영감을 얻으며 보통 산에서 지낸다는 레온 작가는 정원을 통해 아프리카의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아프리카의 식물은 물론 예술과 문화를 함께 녹여내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쇼가든을 작업한 그는 쇼가든에 관해 “경계나 고정관념을 넘어서고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름답게 깔린 레드카펫보다 더럽고 이상하게 생긴 길로 한 발짝 뛰어볼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을 발전하고 진화시킨다면 독특하고 의미있는 작품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황지해 정원디자이너


폴 허비 브룩스(Paul Hervey Brookes) 정원디자이너 


레온 클루지(Leon Kluge) 정원디자이너 


이후 플로어에서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나에게 정원이란?’이라는 질문에 황 작가는 “나로 온전히 살 수 있는 시간, 가장 나다운 것이다. 자연이 본질이 그렇기 때문이다”라 답했다.


레온 작가는 “창의성을 영감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자연 스스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에 작가가 정원을 통해 목소리를 내게 해줘야 한다. 이것이 저의 자연에 대한 사랑이다”라고 전했다.


폴 작가는 “황지해 작가의 정원에 들어서면 어느샌가 일상과 자신의 힘듦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과거, 현재, 미래를 성찰할 수 있는 명상적인 경험을 준다. 그것이 정원의 힘”이라고 말했다.


‘영감을 얻는 것’에 대한 질문에 황 작가는 “지나갔던 시간 속에서 드는 생각, 어쩌다 마주하게 되는 고통, 상처, 사랑, 상실감, 갈등 그 모든 요인이 큰 재료가 된다”고 전했다.


레온 작가는 “대자연 그 자체가 영감을 준다. 산, 들, 바다에서 오는 영감은 무한하다. 할 수 있는 것은 대자연의 품으로 한껏 들어가 자연이 주는 조언을 유심히 듣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 작가는 “공간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대상지가 어떠한 공간이 되는 것이 가장 합당한 지에 대해 공간의 소리를 듣고, 나의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섞여 정원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들인 만큼 세계의 정원쇼와 쇼가든에 대한 생각도 나누었다.


우선 다양한 정원쇼의 특징에 대해 레온 작가는 “프랑스, 싱가포르, 영국의 정원쇼는 각기 개성이 있지만 미디어의 관심이 크기에 격식을 차리고, 형식이 중요해지는 느낌이 있다. 한국이나 일본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지만, 행사를 조직, 운영, 참여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크다. 중요한 것은 관람객들이 배움과 영감을 얻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폴 작가는 “첼시플라워쇼는 정원의 크기에 상관없이 정원들 사이에 연결점을 찾고 맥락을 만들어내는 강점이 있다. 쇼마다 각자의 철학과 가치, 주체가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쇼의 철학과 가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함께 정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열정, 대화, 영감, 소통이다. 이것들이 모여 성공적인 쇼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원쇼와 쇼가든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황 작가는 “사람들은 첼시플라워쇼를 가장 우수한 경제활동, 문화활동이라고들 하지만 실은 산업이다. 쇼를 통해 식물과 정원을 소비하도록 한다. 셀럽이나 기업 총수, 다양한 사람들이 쇼장에 모여 자신의 회사와 브랜드를 홍보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그들의 생태관이 포함돼 함께 피력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태에 대해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래서 첼시플라워쇼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매우 민감하고, 그것이 슬로건이 되어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첼시플라워쇼는 정원의 세계적 트렌드를 견인한다. ‘해우소’를 통해 화장실에 꽃을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한창 트렌드가 됐듯 첼시에서 기후변화 대응 식물이 소개되면 그것이 전세계 트렌드가 된다”며 가든쇼가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설명했다.


레온 작가는 “쇼가든은 전시를 통해 자연을 소개하고, 사람들이 자연과 더 가까이하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 안에서 진정한 평온함을 느낀다. 자연으로부터 오는 영감을 창의성으로 보여주는 것이 쇼가든을 하는 정원디자이너의 역할이고, 식물을 기르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 육종가 등 모든 이들이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영상이나 사진으로 느낄 수 없다. 직접 경험해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것이기에 쇼가든의 존재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쇼가든을 조성했다가 철거하면 폐기물이 되는 것으로 보지 말고, 교감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지구환경과 꽃’이라는 꽃박람회 주제와 관련해 황 작가는 “정원을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예술을 논하고, 미학적 가치를 찾아내고, 창의성을 실험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지금 당장 다음 세대를 위한 액션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을 생각하지 않고서 무엇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번 전시도 아름다움과 미학을 이야기하기보다 실질적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행위자로서 자연이 하는 일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 작가는 “가드너는 건조와 더위, 이상기후에 대응해야 하지만 우리가 논의하고, 적용하고, 식물이 적응하는 속도보다 기후가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이슈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국가적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가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극복하기 위한 아주 작은 노력이라고 뭉쳐야 한다고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우울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기는 하다”고 전했다.


시민정원사들의 작가정원 유지관리에 대한 정원디자이너의 관점은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황 작가는 “정원은 살아있는 것이기에 관리시스템까지가 정원설계이다. 따라서 설계자가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기관은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정원의 최초 디자인을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시민정원사들의 자원봉사로는 관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자원봉사자가 식물관리도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디자인의 경향도 바뀌기 때문에 조금씩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식물의 번식력이 너무 왕성한 경우, 관리상 넘쳐나는 식물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행위 자체가 자연과 사람을 돕는 일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레온 작가는 “자원봉사자가 정원사로서 정원을 관리하면서 본인들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굉장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정원은 원래부터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로 살아있고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식물이 퍼져나가는 것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길 바란다. 식물들이 자라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고,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즐길 길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크쇼 전 정흥교 고양국제꽃박람회 대표이사는 “세계작가정원은 고양국제꽃박람회 최초, 최대의 기획사업으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박람회는 최초로 행사장을 확장해 일산호수공원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최대한 활용해 정원을 조성하게 된다. 이상기후 등 위기 환경 속에서 박람회는 우수한 정원 조성과 녹색환경 구축에 노력하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양유정 고양국제꽃박람회 운영본부장은 “올해 박람회는 꽃전시관에서 노래하는 분구 광장까지 1.7㎞ 길이, 24만㎡ 규모의 공간으로 확장 이전했다. 과거 박람회는 하늘광장과 주제공원에서 개최했으나 인공지반 위에 조성함으로써 철거 이후 복구작업이 어려웠으며, 지속 불가능한 박람회였다”며 대상지 확장 이전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시간이 지나며 공원 내 인공시설이나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들이 많아 황지해 작가, 푸른도시사업소 등에서 수차례 방문해 환경개선을 하고 있다. 언젠가는 호수공원 전체에서 울타리 없는 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을 꿈꾸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주변 북한산, 장흥습지 등 자연자원과 연계해 고양시 전체가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는 모멘텀으로서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흥교 고양국제꽃박람회 대표이사 


양유정 고양국제꽃박람회 운영본부장 


폴 작가와 시공팀


레온 작가와 시공팀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