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확산, ‘숲’이 사라지고 있다”

녹색연합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지역 현장 보고서’ 발표
라펜트l주선영 기자l기사입력2024-04-12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현황도(2024년 3월 25일 기준) / 녹색연합 제공


소나무재선충병이 영남지역의 산림을 뒤덮고 있다. 극심 지역의 감염 확산세는 방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영남의 포항시·경주시·울산시·밀양시·김해시·대구시·성주군·고령군·칠곡군·구미시·안동시 등 11개 시군은 심각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녹색연합이 최근 발표한 소나무재선충병 극심 확산 지역 현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봄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의 확산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에 유입됐다. 1차 확산인 2006~2007년과 2차 확산이었던 2014~2015년에는 정부·지자체·전문가·지역사회가 협력해 노력하면 완화하거나 저감할 수 있다는 의지와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영남권의 11개 시군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 있다.

 

김원호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더 이상 소나무재선충 확산의 기세를 꺾거나 확산을 차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라며 이번 보고서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현장 실태를 알린다. 그러나 영남지방의 11개 시군의 극심 지역은 소나무재선충병이 막을 수 없는 기세로 퍼졌고, 일선 방제 당국은 무기력감 속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주시 감포읍 오류리 극심 지역의 폭증하는 감염 현장 / 녹색연합 제공 

 

포항·경주·울산 재선충 감염벨트

 

소나무재선충병이 경북의 동해안 벨트와 낙동강 벨트를 따라 확산하고 있다. 포항 남구부터 동해면, 호미곶면, 구룡포읍, 장기면, 경주 감포읍까지 경북 동해안을 따라서 재선충병은 거대한 감염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31번 국도를 따라 포항부터 경주까지 동해안의 산지 곳곳 마을과 관광시설, 근린시설 주변까지 감염 지대가 나타나고 있다. 포항, 경주의 동해안 감염 벨트는 약 25,000ha 면적에 걸쳐서 퍼져 있다.

 

경주에서는 재선충병이 감포를 중심으로 문무대왕면과 외동읍을 포함해 보문단지 일대까지 확산됐디. 경주에서만 감염지대가 약 7,000~8,000ha까지 퍼져 있고, 감염 본수는 추정할 수 없다. 포항시와 경주시에서 정밀 조사를 시행한 적 없다. 앞으로 본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정밀한 깊이 있는 감염 지대의 면적과 감염 본수의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

 

동해안 재선충 감염 벨트는 방제 불능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재선충 감염 지대가 길고 넓게 퍼져 기존 방법으로 방제를 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포항 동해면, 구룡포읍, 장기면 등에서 감염 지대로 들어가 보면 지난해까지 방제를 진행한 훈증 더미가 곳곳에 있다. 하지만 워낙 넓게 펴져 있는 상태라 현재는 방제를 않고 있다. 포항과 경주는 재선충에 의한 피해 본 수와 피해 면적을 제대로 조사를 하기 힘들 정도다. 감염목이 광범하게 퍼졌고 숲속 구석구석까지 감염목이 퍼져 있다. 감염된 소나무가 단풍 든 것처럼 붉게 갈변된 것뿐만 아니라 방제를 못 해 6개월 이상 방치된 고사목도 보인다. 2022년까지는 포항 호미곶 일대에서만 고사목이 보였다.

 

포항은 도시 전체로 소나무재선충병이 퍼져 있다. 포항은 북구 칠포 해변부터 장기면, 경주 인접까지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보이는 대부분 산림에서 재선충 감염목이 보일 정도다. 앞으로 포항에서 소나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현실로 접어들고 있다.

 

포항시 호미곶면 대보리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면 손을 쓰지 못하고 1년 이상 방치한 고사목이 즐비하다. 포항의 호미곶에서 구룡포읍을 거쳐 장기면까지 퍼진 소나무재선충은 경주시 감포읍에서 폭증하듯이 퍼져 있다. 경주 감포 오류고아라 해변에서 보이는 모든 산림은 가을 단풍이 절정인 숲처럼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퍼져 있다.

 

경주 감포읍은 재선충병이 감포항 뒤쪽 산 전체로 퍼져 있다. 포항에서 경주로 연결되는 산림지역은 대부분 재선충이 들어와 있다. 감염 벨트의 산림지역은 재선충병이 50%~70%까지 퍼져 있으며, 80% 이상 퍼져 있는 곳도 있다

 

경주도 포항처럼 방제가 불가능하다. 재선충병 감염목은 세계유산이자 국립공원인 남산지구와 토함산 불국사 지구까지 맹렬한 기세로 퍼지고 있다. 극심지역인 감포 오류리 산림과 경주 국립공원 토함산지구는 9km 떨어져 있다. 경주 국립공원이 극심지역으로 변해가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경주의 문화유산 주변은 대부분 소나무림으로 형성돼 있다. 불국사 주변의 소나무 숲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숙제가 남은 상황이다.

 

포항 경주의 감염 벨트가 울산광역시 북구와 울주군까지 확산했다. 경주시 외동읍의 극심 감염지대가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과 북구의 소나무 숲까지 확대되고 있다. 동해고속도로 남경주IC부터 울주 범서IC를 지나서 울산 시내까지 고속도로에서도 재선충 감염목이 관찰된다.

 

김원호 팀장은 안타까운 것은 이번 2023~24년 겨울 방제 시기에 확산세를 차단하지 못한 점이다. 울산시가 이번 3월까지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산과 인력을 전면 투입했다면 양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라며 “325일 기준으로 포항 경주의 감염벨트가 울산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올 하반기부터 울산시도 포항과 경주와 같은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해시 생림면 생림리 재선충 극심 지역 / 녹색연합 제공 

 

밀양 김해 감염벨트

 

밀양은 도시 전체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으로 덮여 가고 있다. 밀양시내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재선충 감염지대가 확산했다. 밀양시 부북면·상동면·삼랑진읍·상남면 등의 극심 확산 지역은 붉은 소나무 지대로 변해 있다.

 

북쪽의 상동면부터 동쪽의 산외면 도심과 가까운 부북면 남쪽의 삼랑진읍과 상남면 그리고 서쪽의 무안면까지 시 전체의 산림 구석구석까지 감염목이 퍼져 있다. 10,000ha가량 감염 지대가 형성돼 있다. 극심지역은 차량 이동 과정에서도 붉게 타들어 가는 재선충 감염목을 발견할 수 있으며, 마을 뒷산 중에는 70~80%가량 감염 지대가 된 곳도 있다.

 

김원호 팀장은 극심 지역의 감염 확산에서 뼈아픈 것은 예찰과 조사의 미흡함이다. 방제의 기초가 되는 예찰과 실태 조사의 방법과 절차가 엉성하고 정밀함이 떨어진다. 현재 상황은 2015년부터 이어져온 것이다. 2022년이 정점에도 해당 시군은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됐다라고 말했다.

 

밀양의 감염 지대는 낙동강 건너 남쪽 도시인 김해시로 번졌다. 밀양시 삼랑진읍과 연접한 김해시 생림면과 상동면까지 감염 벨트가 넓어졌다. 김해시도 이번 방제 시기였던 2023~2024년 겨울 확산세를 누그러트리지 못했다.



밀양시 삼랑진읍 극심 지역 / 녹색연합 제공 

 

낙동강안동 감염 벨트

 

낙동강벨트도 마찬가지다. 대구광역시 달성군을 비롯해 낙동강 건너 성주군·고령군 등이 극심 단계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칠곡군과 구미시까지 광범위하게 퍼졌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대구 지하철 2호선이 지나가는 부곡리는 온통 감염목 천지다.

 

안동의 재선충병 감염지대는 임하면 예안면 와룡면 임동면 등으로 펼쳐지고 있다.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와 임하호 사이의 산림지대는 2020년부터 부분적인 방제를 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임하면은 금소리처럼 마을 뒷산 곳곳에서 감염 극심이 나타나고 있다.

 

손을 쓰기가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든 안동의 재선충병 감염 지대는 9,000~12,00ha 가량 추정된다. 안동의 극심 지역은 국내 최고의 금강소나무숲인 봉화 울진 영양으로 퍼져가고 있다. 봉화는 일부 감염 영향을 받고 있다. 안동의 극심 지역의 이대로 두면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핵심 소나무보호림을 위협할 것이다.

 

안동의 감염지대 외곽의 청정지역이나 준청정지역에 재선충 방제 선단지 개념을 도입하고 봉화 울진 영양 등의 금강소나무 보호구역과 보호림을 지키기 위한 특별방제전략 및 방제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시군, 시도를 포괄해 종합적이고 정밀한 금강소나무 보전 계획을 세우고 방어가 시급하다.



안동시 임하면 소나무 재선충 감염목 / 녹색연합 제공 

 

기후변화로 산림생태계 급변화

 

녹색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재선충의 매개충인 하늘소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평균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의 상승에 따라 하늘소 잠재 서식지가 점차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륙보다 해안지역이 서식지 적합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제주, 부산, 광주, 울산 순으로 높음을 확인했다. 2050년대에는 인천과 충청도의 서식지 적합성이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까지 제기된다.

 

기후변화로 산림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는 현실이다. 지리산, 한라산 등의 아고산대에서 구상나무가 집단 고사하는 것을 비롯해 울진삼척에서는 금강소나무가 기후 스트레스로 고사하고 있다. 온난화와 전반적인 봄가을 여름 온도의 상승과 불규칙적인 기상 변화로 한반도에서 곤충의 서식과 생존에 변화가 오고 있다. 여기에 병해충의 확산도 무시할 수 없다. 소나무재선충병을 비롯해 주요 침엽수를 위협하는 병해충에 대해 정밀하고 종합적인 관칠과 기록 그리고 현황 파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김원호 팀장은 소나무재선충의 확산을 비롯해 각종 산림 병해충의 확산을 기후변화 차원에서 정밀 모니터링하고 추이를 살펴야 한다. 그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기초와 기본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나무 숲이 사라진, 다음의 숲?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확산이 심각한 시군은 소나무 숲이 사라진 다음의 숲까지 대책을 고민해야 상황에 직면했다. 재선충 감염 확산은 소나무 숲을 중심으로 한 산림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의 27%가량이 소나무속의 수종이다.

 

감염 지대가 넓고, 감염 속도가 빠를 경우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재난 재해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정부와 시도 시군 그리고 지역사회 변화를 촘촘히 관측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원호 팀장은 소나무 숲을 어떻게 보전하고 관리할 것인지 지역공동체가 함께 논의하고 모색해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울러 1개국 이상의 전담 행정 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라며 병해충으로 변해가는 소나무숲의 생태계 변화 영향 연구, 재난 안전 대비책 준비, 또 다른 병해충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새롭게 구성될 22대 국회가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라고 강조했다. 

_ 주선영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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