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원, 땅을 존중하고 책임질 줄 아는 기업

[인터뷰] 안계동 동심원 대표
환경조경신문l하상원 기자l기사입력2011-02-17

안계동 ()동심원 대표는 땅을 사랑하는 조경인이다. 자신들의 터전을 사랑하는 것이 무에 대단하냐고 반문하지만 그가 만들어 온 작품들에서는 땅에 대한 안 대표의 사랑이 물씬 묻어난다. ‘땅이 없다면 자신도 없다는 신념을 고집스레 고수하는 그의 당당함에서 더욱 푸르게 변할 우리의이 보이는 듯 

하다. 안계동 ()동심원 대표는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안 대표는 조경가라는 직업도 희미한 시절부터 조경업계에 투신한 우리나라조경 1세대. 그가 조경업계에 투신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지 30년이 지났다. 현재 안 대표는 조경업계에서도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조경업계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안 대표가 그간 축적해 두었던 기술과 노하우가 비로소 빛을 발했던 것이다.

 

안 대표 자신은시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그런 시운에 편승할 수 있는 날개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안 대표의 노력 덕분이었다. 크고 작은 회사에서 내공을 쌓고 그간 노력의 결정체인 ()동심원을 창립한지 올해로 15년째로 접어들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동심원의을 생각하는 마음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조경업계에 투신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1981 ROTC 복무를 마친 후 첫 직장으로 도시계획 조경설계 사무실인 아더영(유중종합기술)에 들어갔습니다. 충정로 빌딩에 있던 아틀리에처럼 예뻤던 사무실, 가족 같은 직원들인 이자형, 박창섭, 이정호, 임장열 씨 등 아직도 얼굴이 선하네요. 그분들한테 제도며 그림이며 인쇄 작업 등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수 년 간 고생을 했던 덕분인지 환경대학원에서설계를 잘한다며 눈에 띄게 됐습니다. 이후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에 뽑힌 걸 시작으로 본격적인 설계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때 연구소 조경멤버가 이필수, 이명우, 홍광표, 이인성, 진양교, 김현선 씨 등입니다. 그 후 원도시건축, 서인환경(실장), 두산개발(부장)을 거쳐 지금(동심원)에 이르렀습니다.


1996
년에 현 회사를 설립하셨는데, 그간의 조경업계를 회상해 보신다면 어떠십니까?

회사 창립 이전에는 두산개발에서 설계실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후 두산건설과 합병되는 시점에서 독립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조경설계일이 많지 않았고 설계사무실도 손꼽을 만큼 적었지요. 서인, 한림, 서안, 신화, 마당, 정도가 전부였지요. 저는 아직 걸음마 단계였죠. 일이 없어서 초반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나오는 일을 주로 했어요. 그리고 이듬해 IMF가 왔죠. 다행히 무역센터 일을 담당하고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IMF를 보냈습니다. 

 

전반적인 조경업의 부진을 딛고 2000년을 전후로 우리나라 조경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지자체도입, 월드컵대회, 턴키제도 활성화, 아파트분양가 자율화, 골프장 건설 붐 등을 계기로 조경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것이죠. 당시에는 일거리가 너무 많아 골라서 할 정도였어요. 그러니 실력으로 성장했다고 하기보다는 시운이 따라 준 것이죠.

 

당시에 많은 일을 했지만 저희 동심원의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것은 월드컵공원설계, 서울숲 설계 등 서울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잘 수행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동심원 사옥을 스스로 지었다는 사실이 저와 직원들이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동심원을 운영하시며 느끼시는 점은 무엇입니까?

설계라는 분야는 늘 쫓기고 바쁜 일과의 연속입니다. 제가 그렇게 일하며 힘들었던 기억이 있기에 직원들에게즐기자! 낮에 더 집중해서 일하고 정시 퇴근해보자!”라고 늘 독려 해보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서둘러 끝내면 작품이 성에 안차고 여럿을 붙여 일하면 사무실의 유지가 어려운 것이 설계사무소의 비애죠. 야근·철야도 모자라 주말과 휴일근무도 자주 하다 보니 사생활은 물론이고 건강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도 소장을 믿고 잘 따라주는 직원들이 고맙고 미안하죠.

 

그래서 동심원의 목표는 좋은 작품과 함께 각개인의 성장에 두고 있습니다. 직원이 회사에 혹은 일에 소모되는 것이 아닌 회사가 일을 통해 직원을 좋은 조경가로 성장시키는 것이죠.

 

예서림의 강수호 소장, 채움의 김병채 소장, 싸이트의 장귀환 소장, 계림원의 신계식 소장, 순천대 최정민 교수 등이 동심원이 배출한동심원 패밀리들입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큰 제 자랑이죠.


현재 외국 대학교에 교환교수로 가있는 중이신데요. 혹시 향후 교단에 설 마음은 있으신가요?

지금 미국 아이다호 주립대학에 Visiting Scholar 1년간 가있습니다. 그동안 쉼표 없이 설계만 하다 보니 내공도 바닥났고 머리가 굳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새로운 창의력과 유연한 사고가 설계가의 생명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소장노릇 15년 만에 안식년을 감행했습니다.

 

일단 내 자리에서 떠나 쉬면서 머리를 좀 비우려고 했습니다. 다시 한 번 설계를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을 하고 그 동안 밀린 여행도 다니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요. 컴퓨터로 치면 포맷하고 재부팅하는 것이랄까? 그러니 강의와는 거리가 멉니다.

 

예전에 대학강사를 십 여년 한 적이 있는데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소질이 별로 없다는 것만 깨달았습니다. 특강이나 대화를 통해 경험담을 들려주는 정도라면 모를까요.

 

제가 현재 안식년을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회사 내 후진들에게안소장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주도적인 자기설계를 해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참신한 동심원으로의 재탄생하는 그런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심원의 작품들을 보면 공원이나 녹지 등 공공부문의 작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주로 어떤 것을 감안 하시나요?

동심원의 프로젝트는 건축외부공간, 주거단지, 공원녹지, 관광레크레이션시설 등 골고루 다양합니다. 특히 대규모 빌딩과 공원, 골프장조경은 많은 경험과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운 좋게도 올림픽공원, 파리공원, 서대문독립공원, 월드컵공원(평화의공원), 서울숲, 난지한강공원, 잠실한강공원 등 주요공원을 설계하고 참여했습니다.

 

프로젝트 수주는 저희를 믿고 맡기는 일을 우선으로 택합니다. 저희에게 신뢰를 주면 의리와 성의로 보답하려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뤄지는 실천적인 일을 좋아합니다. 그런 일들은 작은 프로젝트라고 해도 보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300평짜리 싸리재공원, 사도감공원, 1000평 규모의 대현공원 등의 설계가 바로 그런 것이죠.
 

설계를 수행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는 동심원의 설계철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땅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조경가와 땅과는 운명적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심원은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책임감을 가지고 그 땅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시간의 누적이자 자연의 힘과 사람의 이해가 얽혀있는 땅, 삶의 터전인 땅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는 일은 조경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확신합니다.

 

둘째, ‘진화하는 유연입니

다. 조경은 변치 않는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가꾸어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의 변화, 사회의 변화, 삶의 방식 변화에 주목합니다. 동심원이 만들고자 하는 환경은 고정된 그릇이 아니라 변화하는 삶을 담아낼 수 있는 진화하는 유연한 그릇입니다.


셋째, ‘실용과 절제입니다. 동심원은 설계자의 이상보다 의뢰인의 현실과 꿈의 실현을 앞세웁니다. 과다하거나 낭비적인 디자인을 경계하고 비용과 가치를 고려한 절제된 디자인으로 최선의 결과를 모색합니다. 동심원은 수사적 설계보다는 이용자가 체감하는 입체적이고 미시적인 경관, 계절과 시간에 따른 미세한 변화를 깊이 생각합니다.

 

넷째, ‘실천적 새로움입니다. 조경의 특성은 설계만으로 질이 보장되지 않고 시공자의 손을 거쳐 비로소 완성되는 것입니다. 동심원은 시공과정을 이해하고 현장에 적합한 해법과 정교한 마무리를 중시합니다. 더 나은 삶의 문화를 이끄는 실천적 예술성과 새로움의 추구는 동심원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8 5000억원에 달하는 조경업계의 급속한 발전과 팽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3~4년 전부터 지나친 호황에 따른 위기를 걱정해왔습니다. 관발주공사인 개발사업과 정비 사업은 선진국 예에서 보듯 곧 성장의 한계에 부딪칠 것이고 민간부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 사업도 한계가 있는 것이니 이렇게 많이 늘어난 입들을 먹여 살릴 일들이 언제까지 있을지 의아했던 것이죠.

 

지금은 성장을 논하고 조경물량이 8조가 넘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연착륙을 걱정하고 준비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조경업계의 개선점이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학회와 조경발전재단에서는 조경법제정을 최대 현안과제로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

조경발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로 인식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제도에 의해 보호받고 생존하려는 태도보다는 시장에서 실질적인 필요를 창출해 내는 노력과 조경가의 역량으로 전문성을 인정받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례로 도시가로는 건축가와 환경미술이 차지하고 경관계획은 도시설계가가, 생태복원사업은 환경복원업이, 식물원 조성은 가드너가 차지하려는 형국입니다.

조경가는 개발 사업에 따른 건설 분야 혹은 마스터플랜에 같은 큰일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점점 끝이 보이는 데 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며 미래를 위한 단단한 토대를 쌓은 것이 중요합니다.

 

향후 조경업계가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경 선진국인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우리나라 식의 조경은 거의 없습니다. 개발 사업이 거의 없다는 말이죠. 그것은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일본의 조경분야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선진국으로 접어들 때의 조경 산업의 변화를 읽고 대처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지금 건설시장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의 일본과 매우 흡사합니다. 인구가 줄고 노령화가 급속이 진행되는 한편 부동산 거품이 걷히고 뉴타운사업이나 건설회사·골프장들이 줄줄이 부도를 맞이하는 모양새 말입니다.

 

소득증대로 조경일감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조경역할과 유형의 변화를 초래할 것입니다.

조경은 개발에 수반되는 건설로부터 정비와 관리로, 관발주 위주의 공공시설로부터 민간기업이나 개인을 위한 사적공간으로, 입찰식 수주로부터 기술에 의한 수주로, 마스터플랜식 계획으로부터 정원을 가꾸는 감성적 디자인으로 눈을 돌려야 되는 시기가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조경업계 스스로의 자성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출처_ 환경조경신문(www.hjnews.net)

하상원 기자  ·  환경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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