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의 정체성과 비전

라펜트l나창호l기사입력2009-06-03

2009년도 (사)한국조경학회 제1차 학술심포지엄



지난 27일 (사)한국조경학회(회장 조세환)에서는 ‘한국조경의 정체성과 비전’이란 테마의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본 심포지엄은 조경과 Landscape Architecture의 본질과 정체성을 다시금 짚어봄으로써 조경의 비전을 모색해 보고자 마련된 자리이다. (사)한국조경학회의 2009년도 첫 번째 학술 심포지엄의 테마라는 점에서도 ‘조경의 정체성 찾기’는 무게감을 더하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행사는 한양대 신소재공학관 세미나실에서 약 60여명의 조경계 인사가 참석하고,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여 가량 진행되었다. 안승홍 교수(한경대)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조세환 회장((사)한국조경학회)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황희연 회장((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과 손세관 부회장((사)한국도시설계학회)의 축사로 인사말을 이어갔다.


▲(사)한국조경학회 조세환 회장의 개회사

 
▲황희연 회장(좌측,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손세관 부회장((사)한국도시설계학회)의 축사

본격적인 주제발표는 심우경 교수(고려대), 이유직 교수(부산대), 조세환 회장 순의 발제로 진행되었다. 발제자들은 각각 ‘한국 조경계 위기의 진단과 대응방안’, ‘조경의 21세기적 정체성 재검토: 랜드스케이프의 함의와 역할’,'A Convergence of Urbanism and Landscape Architecture'라는 주제를 준비하였다.

주제발표1. 심우경 교수(고려대)
"세부 분야별 전문성을 높여라“
심우경 교수는 조경의 정의에 대한 동서양의 견해차를 짚어본 후, 최근 조경분야는 Landscape art와 Landscape architecture의 구분을 못하며, 언어사용에 혼동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며, 실질적으로 현재 조경의 본연에 역할 중 상당부분을 빼앗기거나 놓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는 조경학과 교수들의 전공이 불명확함에 따른 교과과정 편중, 조경직 공무원의 부재와 미숙, 기관장의 생각에 좌지우지 되는 발주기관의 횡포, 그리고 조경의 전문성 부재로 산림청을 비롯한 인접분야의 침범 등이 현재 조경분야가 안고 있는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사)한국조경학회의 학회장과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의 분리, 대국민 홍보를 위한 봉사활동의 적극적인 전개와 같은 단기전략을 제시하는 동시에 조경설계 교육에서 식재설계와 시설물 설계를 분리하여 분야의 전문성을 제고시키고, 조경업의 성격상 국무총리실 산하의 독립부서로서 연구를 시행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중장기전략을 제안하기도 했다.


▲ '한국 조경계 위기의 진단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심우경 교수(고려대)

주제발표2. 이유직 교수(부산대)
“조경에는 화장술도 있지만 건강술도 있다”
이유직 교수는 Landscape의 함의를 도출해 가는 과정을 통해 조경의 정체성을 모색해나갔다. Landscape의 어원과 개념을 정리하는 동시에 시간 흐름마다 변화되는 패러다임과 Landscape 역할에 대해 서술한 것.
이어서 이 교수는 최근에 불어오는 Landscape의 흐름들에 대한 다양한 해외사례와 이론을 소개하였다. 그 속에는 Landscapes와 Community의 연결고리로서 Green Infrastructure의 대두가 진행되어가고 있다고 전하였으며 주목해야 할 흐름으로는 Landscape Urbanism을 언급하였다. 이미 만들어진 공간위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를 조성하려면 도시와 자연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Landscape는 현대도시가 요구하는 개방성, 가변성 등의 시스템에 부합되는 유일한 매체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조경계획의 회복을 강조하기도 하며, 표피를 다루는 경관계획과 생태적 기능회복에 주안점을 둔 환경생태계획, 이 두가지 모두는 조경계획의 학적 스펙트럼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 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이 교수는 “조경에는 화장술도 있지만 건강술도 있다”라는 비유를 통해 앞서 두가지를 아우르는 조경계획의 이해를 강조했다.
그 밖에도 이 교수는 4대강, 녹색성장, 도시재생 등과 같은 정책에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국가 조경Agenda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과 소규모 커뮤니티 속에서 활동하는 동내 조경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조경의 21세기적 정체성 재검토: 랜드스케이프의 함의와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는 이유직 교수(부산대)

주제발표3. 조세환 회장((사)한국조경학회)
“작동하는 도시환경 속 Landscape Urbanism 강조”
조세환 교수는 급변하는 사회환경, 그중에서 특히 급격히 증대하는 도시화율을 비롯한 지식정보화사회, 유동성과 불확실성, 양방향 소통, 혼성과 융합 등의 키워드를 강조하며 도시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고 말하였다.
이후 도시화의 새로운 형태로서 ‘Global City, Mega City, A Process City, A Hybrid City, A Sustainable City, A Brand City’ 등을 제시하면서, 작동하는 환경속의 실천적 전략으로서 Landscape Urbanism를 역설하며, 그 개념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후 아산 탕정 신도시의 사례연구를 설명하고, 이들 사례를 통해 공원국가로의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사회유동성에 대처하지 못하는 국계법, 하천법, 건축법 등에 대한 제도적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조세환 교수는 도시와 조경을 융합시키는 실천적 수단이 바로 Landscape Urbanism이며, 작동하고 역동적인 도시의 움직임에 대응가능한 패러다임이라는 주장으로 끝을 맺었다.


'A Convergence of Urbanism and Landscape Architecture'를 주제로 발표하는 조세환 회장((사)한국조경학회)


종합토론
서울시립대 이규목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고기연 과장, 경원대 김덕삼 교수, (사)한국도시설계학회 손세관 부회장, 고려대 심우경 교수, 부산대 이유직 교수, (사)한국조경사회 정주현 수석부회장, (사)한국조경학회 조세환 회장,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황희연 회장(이상 가나다순)이 자리를 채웠다.


▲종합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규목 명예교수(서울시립대)

이규목 명예교수는 “세가지 상이한 주제로 진행된 주제발표였다. 그러나 세가지 모두 중요한 주제임은 틀림없다.”며 주제발표에 대한 간략한 평을 내리며, 종합토론을 이어나갔다.

황희연 회장 "조경과 국토도시분야의 협업이 강화되어야"
우선 황희연 회장((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은 “산학협동이 원활한 조경의 모습이 부럽다. 최근 탈산업화의 특징이 혼성과 융합이라는 논지에 동감하며, 최근 떠오르고 있는 공공디자인 분야에서도 단순히 디자인 차원을 넘어 조경, 도시, 건축이 손을 잡고 함께 진행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최근 엔지니어링사와 건축사사무실이 서로 손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그 안에서 조경과 국토도시분야의 협력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 말하였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매니저로서 조경가가 정체성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세관 부회장 "도시설계 20%, 조경 20%, 각각의 교육 커리큘럼에 적용시키자"
손세관 부회장((사)한국도시설계학회)은 “사실 최근 여타분야에 비해 조경만큼 이목을 끌며, 좋은 세월을 보내는 분야도 없다.”고 시작하며 도시설계분야와 조경의 업무영역이 겹치는 현상을 설명했다. 그는 국토환경수준을 향상시킨다는 대의적 관점에서 조경가 개개인의 역량을 상승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교육에 있어서도 도시설계의 커리큘럼 중 20%를 조경분야에 할애해야 하며, 조경도 20% 정도를 도시설계 교육에 할애하며 교육을 병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손세관 부회장 또한 각 분야간 협업과 통합이 강조되는 시기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하면서, Landscape Urbanism을 공통의 이론으로 진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손세관 부회장(좌측, (사)한국도시설계학회)과 황희연 회장((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김덕삼 교수 "다루는 것은 많지만, 설 자리는 좁아져 가고 있다"
김덕삼 교수(경원대)는 조경이 다루는 영역은 광범위하지만, 실제 조경이 꾸리는 영역이 점차 협소해 지는, 양극단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과연 조경이 식재설계만을 다루는 것인지, 공간을 아우르는지 혼란스러운게 사실이라며, 다의적으로 해석되는 조경의 의미와 분화되어 가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정체성 확립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였다.


▲ 김덕삼 교수(경원대)

고기연 과장 "도시숲,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테두리에서 상생 필요"
고기연 과장(산림청 도시숲경관과)은 최근 도시숲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늘고 있다고 언급하며 도시림 사업의 파이가 점차 커지고 있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이에 대한 시행의지가 높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Urban forestry 서비스에 대한 사례설명을 통해 도시림 사업의 당위성에 대해 주장하기도 했다. 고기연 과장은 기후변화라는 큰 테두리에서 도시림이 가지는 역할을 찾을 수 있다며, 조경분야의 협조를 당부하였다. 

심우경 교수 "산림청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길"
심우경 교수(고려대)는 자체 설문을 통해 학생들이 선호하는 조경직군을 조사했다며, 그 순위가 ‘공사, 공무원, 대형건설사, 엔지니어링, 설계사무소, 시공업체, 전문업체’ 순이라고 했다고 말하였다. 심 교수는 전문 조경회사의 열악한 상황에 비추어 한국에서 조경업의 포지셔닝에 대해 반드시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심 교수는 도시림, 도시숲 사업과 관련하여, 해방이후 산림청에서 개발한 경제수종이 있느냐며, 산림청 본연의 산가꾸기도 미진한 가운데 도시의 가로수, 농촌의 마을숲에 손을 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하였다. 미국의 Urban forestry 사업은 그 곳의 산림청에서 충실히 숲을 가꾸는 가운데 진행된 사업이라고 설명하며, 한국의 가로수를 과연 산림청이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 하였다.

 
▲고기연 과장(좌측, 산림청 도시숲경관과)과 심우경 교수(고려대)

정주현 수석부회장 "미학적인 면만의 강조가 오히려 영역축소를 가져올지도"
정주현 수석부회장((사)한국조경사회)은 최근 설계경향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고 운을 떼며, 이들이 요즘 디자인과 감성위주로 치중되어 이용자 편의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어느 설계작은 기본설계에서 평면만 있고, 입면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기본계획, 기본설계, 실시설계의 기본조차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이 지금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서 정주현 부회장은 경관계획과 조경계획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실제 우리가 인정하는 분야도 모호해지고 있다면서, 오히려 Landscape urbanism이 우리 영역을 축소시킬 여지를 만들 수도 있으며, 이것들의 대두로 원심력이 없어질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이유직 교수 "스킨과 인프라의 연결성을 강조"
이유직 교수(부산대)는 정체성이란 외부에서 우리를 봤을 때와 우리가 우리를 봤을 때, 이 두가지를 염두해 보아야 한다면서, 오히려 조경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우리가 표면과 인프라를 다루는 사이의 간격이 단절되어있다면서, 조화로운 융화를 강조하였다.

조세환 회장 "도시가 공원이고, 공원이 도시라는 패러다임으로"
마지막 토론자인 조세환 회장((사)한국조경학회)은 공원도시, 공원국토를 만드는데 조경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며, 다양한 분야가 만나서 토론하고 대화하는 협력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회의 변화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면서, 도시가 공원이고, 공원이 곧 도시라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정주현 수석부회장(좌측, (사)한국조경사회), 조세환 회장((사)한국조경학회)

조세환 회장을 끝으로 종합토론이 막을 내리고, 마지막으로 이규목 명예교수의 심포지엄의 총평이 이어졌다. 그는 “전통문화로서의 조경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조경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상충되고 있다. 그만큼 정체성이란 많은 부분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만 우리가 국가 Agenda에 기여를 하게 되면 정체성 확립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라고 마무리 지었다.


나창호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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