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공간 탐색, 이태원로
이태원로에서 리움으로 진입하는 삼거리 코너에 있는 건축물의 외부 공간을 “공간 공감”의 첫 번째 토론 대상지로 선정했다. 연말의 추운 날씨에 네 명의 멤버 김용택, 박승진, 이홍선, 정욱주가 현장에서 만나 공간 탐색전에 돌입했다. 1층에 의류 매장, 2층과 3층에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는 대상지에는 코트 야드나 선큰 공간도 있었지만, 우리는 이태원로와 면한 전면 공간에 집중했다. 걸어보고, 앉아보고, 꼼꼼히 살펴보다가 짐짓 어슬렁거리기도 했다.
그러다 누군가의 입에서 건축물 파사드의 색감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검정색으로 효과를 낸 노출 콘크리트, 짙은 색으로 도장된 철판, 태닝된 유리 그리고 전벽돌 등 일관된 블랙 톤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확실히 검정이 주는 무게감과 깊이감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건축물에서 약간 비켜나 있는 대상 공간 역시 블랙 톤의 전벽돌에 의해 규정되고 있었는데, 주변의 지형을 잡아주면서 공간을 감싸고 있는 옹벽과 바닥 포장에도 모두 이 재료가 적용되었다. 이곳은 파사드, 옹벽, 포장까지 통일된 색조를 띤 다분히 건축적인 공간이다. 깔끔하게 처리된 이 건축적 공간은 디자인의 컨트롤을 놓치지 않은 일관성의 결과라는 데 모두 동의했다. 물론 깔끔하게 처리된 것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이런 방식의 디자인은 질감 때문에 평면적인 공간감을 준다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시간의 깊이를 담아낼 수 없다는 의미의 평면성. 하지만 이런 평면성은 어느 정도 식물 재료에 의해 완화되고 극복되고 있었다.
- 글·사진 _ 정욱주 ·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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