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a

조경과의 조우, 그리고 나를 있게 한 소중한 것들

월간 환경과조경19981122l환경과조경
81년 이른 봄 어느날 큰 고뇌없이 교수직을 깨끗이 던지고 설계실에 앉는다. 이때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부친 사람은‘나’라기 보다는 이규목 교수와 유병림 교수, 그리고 남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할수록 의아한 것이 왜 이런 험난하고 고달픈 길에 발을 들여 놓았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껏 경제적 고통을 받지 않고 지나온 것은 남편 덕일 것이고, 좋은 설계를 할 수 있는 것은 등 떠밀리듯 시작한 길에 격려하는 이 두 교수님과 은사 오휘영 교수, 그리고 수없이 많은 분들의 따스한 마음때문이었지, 내가 디자이너로서의 타고난 소양을 갖춘 적격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자타가 공인하는 것이다. 내가 과연 디자이너인가? 이럴 때 나는 가끔 시인 김남조 여사가 나를 두고 하신 말씀을 떠올리곤 한다. 수십년 전 청파동에 살 때 김남조 선생이 청파동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나더러 하신 말씀이 있다. 나는 말하자면 미칠듯한 열정이 없기 때문에 사랑도 못하고, 시인도 될 수 없다고. 너무 어줍쟎은 모범생 지향의 삶 가지고는 더 큰 것을 이룰 수 없다라고 못박으시면서 나를 쿡쿡 쑤셔대시곤 하셨다. 창작의 즐거움과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가,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그것을 계발(啓發)해야 되지 않는가 하는 나무람이셨다. ‘그래 시인이라면 적어도 선생처럼 풍부한 감성과 저 끝없는 깊이의 사랑이 있어야겠거니’하면서 한 걸음 물러서며, 나는 결코 평범한 생 그이상 넘지못하겠구나 생각했다. ※ 키워드: 정영선, 서안 ※ 페이지 : 30-35
정영선  ·  
다른기사 보기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환경과조경
  • 조경생태시공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