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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수경관(3) 수경관의 형식 2

계간 조경생태시공20091256l조경생태시공

계류
1) 개관
우리나라의 건축공간은 계류를 끼고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른바 바람 막기 좋고 물 얻기 좋은 장풍득수(腸風得水)의 조건을 얻기 위함이었으리라. 특히 경승지에 조성된 별서의 경우에는 계류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산속 깊은 곳에 터를 잡게 되는 사찰은 물줄기가 좌우로 흘러내려가는 한복판에 자리를 잡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계류는 천연적으로 형성된 수경관이기 때문에 사람들에 의해서 인공적으로 조성되는 수경관과는 차이가 있다. 즉, 인공적으로 조성되는 수경관이 건축공간의 무미건조함을 완화하기 위해, 완상의 대상으로, 미기후를 조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되는 것이라면, 계류는 건축공간이 자리를 잡기 위한 기준으로, 조경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기반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2) 대표적 사례
소쇄원(瀟灑園) 계류
목판 소쇄원도를 보면 소쇄원은 계류를 중심으로 형성된 별서정원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건물의 배치가 계류를 향하고 있음은 물론 담장이나 단의 축조 역시 계류가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쇄원을 만든 소쇄옹 양산보는 이 계류를 그냥 버려두지 않고 정원으로 끌어들였으며, 이곳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놓았다. 이러한 양산보의 생각을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는 소쇄원 48영을 지어 노래하였으니 목하 염화시중의 미소가 바로 그것이리라.

소쇄원 중심을 흐르는 계류는 멀리 옹정봉 쪽에서 발원하여 흘러내린다. 이 계류가 정원의 요소로 등장하게 되는 것은 오곡문(五曲門)을 통과하면서부터인데, 양산보는 이 천연적 계류를 인공적인 정원요소로 바꾸어놓은 장본인이다.

고암동 골짜기를 흘러온 물은 정원의 안팎을 구분하기 위해 조성한 담장 밑을 통해서 소쇄원 내원으로 들어온다. 이른바 소쇄원 48영 중 14영 원규투류(垣窺透流: 담장 밑을 통해 흐르는 물)가 바로 그것이다. 담장에는 물의 흐름을 위한 수구를 조성하기 위해 5개의 돌이 담장을 지탱하고 있는데, 높이는 1.5m, 양쪽 수구의 너비는 각각 1.5m와 1.8m이다.

담장 밑으로 들어온 물은 살구나무 그늘 아래를 굽이치며 흘러내린다. 이 물이 오곡류(五曲流)로, 목판 소쇄원도에는 다섯구비로 흘러내리는 물을 잘 표현하고 있다. 소쇄원 48영중 15영인 행음곡류(杏陰曲流: 살구나무 그늘아래 굽이치며 흐르는 물)는 이러한 경관을 노래한 것이다.

살구나무 아래를 흘러내려온 물은 너럭바위가 움푹 파인 곳에 담긴다. 조담(槽潭)이다. 이곳에서 미역을 감았던 모양인지 하서는 소쇄원 48영 중 25영에 조담방욕(槽潭放浴: 조담에서 미역을 감고)이라는 제목을 붙여놓았다.

조담을 지나면 물살이 도는 곳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왕희지의 난정기(蘭亭記)를 연상시키는 유상곡수를 즐겼던 모양이다. 소쇄원 48영 중 21영의 복류전배(洑流傳盃: 돌며 흐르는 물길 따라 술잔을 돌리니)에서 그 당시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홍광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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