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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4) - 잔디시공

월간 환경과조경20031177l환경과조경
- 2002 서울세계불꽃축제 기념 세계풋볼경기대회 풋볼장 잔디시공 - 문제와 실마리 우리가 행사 주최측으로부터 협조요청을 받은 시기는 행사가 1달밖에 남지 않은 4월 30일이었다. 대상지의 기존 잔디와 잡초들을 제거하고 새로운 잔디구장을 조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반 여건 또한 불리하였다. 첫번째가 1달밖에 남지않은 시간적인 문제. 국제적인 경기이니 만큼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잔디면을 조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1달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물론 잔디시공에는 문제가 없지만 중요한 것은 경기가 행사 당일인 5월 30일 11경기가 집중적으로 열린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의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잔디시공이 완료 되더라도 최소한 2달 이상은 지나야 잔디가 지반에 뿌리를 내려 경기도중 선수들의 스파이크에 들뜨는 현상들이 덜할텐데 그러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 어떠한 방법으로 할 것인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처지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두 번째가 관계부처와 아직까지 이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일단은 장소를 이용하는 것은 승인을 받은 상황이었지만 기존의 시설을 훼손하고 새로운 잔디구장을 만드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관계부처에 제시를 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세 번째로 이에 대한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 당초 행사를 계획할 때는 새로운 잔디구장을 마련하는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예산확보가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좋지 못한 상황들은 행사관계자나 우리 팀 모두를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국제적인 행사를 마련해놓고 마냥 한숨만 쉴 수 없었다. 일단 행사주최측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으며 빠른 사업을 추진을 위해 관계부처인 한강관리사업소에 협조를 의뢰하기로 했다. 한강관리사업소가 몇일전 대상지에 공공근로 인력을 투입하여 잔디묘 이식작업을 시행한 뒤라서 까다롭게 나올지도 모른다는 근심과는 달리 한강관리사업소장님의 배려로 이 문제는 쉽게 풀 수 있었다. 일단은 기존 지반을 최대한 살려서 시행하되 행사 후 원래의 상태대로 복구하는 조건에서 협의가 이루어 졌다. 하지만 원상복구는 기존과 동일한 한국잔디로 조성하게 되므로 양질의 한국잔디구장을 그대로 살려 반환하기로 했다. 그날 밤 우리 팀은 어떤 방식으로 잔디구장을 조성할 것인지 검토에 들어갔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첫 번째 이미 재배되어 있어 시공이 간편하고 품질이 우수한 캔터키블루그래스 롤잔디로 조성하는 방법, 두 번째 한국잔디로 조성하는 방법, 세 번째 인조잔디로 조성하는 방법 등 세가지를 놓고 검토를 했다. 첫 번째 방안은 품질이 좋은 잔디면을 빠른 시기에 조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예산상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대상지를 기존과 같은 한국잔디로 원상복구를 시켜야 했기 때문에 또다른 예산을 야기시키는 방안이었다. 세 번째 방안도 예산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시공 기간이 길어지고 첫 번째 방안과 마찬가지로 원상복구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잔디로 조성을 하게 되면 잔디면의 품질은 다른 방안들보다 떨어지긴 하지만 예산이 적게 소요되고 행사 후 복구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는 이점이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최종적으로 중엽형 한국잔디로 조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주최측에 한국잔디로 조성하되 일반 뗏장이 아닌 롤형태(40cmX100cm)의 잔디를 이용하자고 제안하고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서 망설일 여유 없이 한시라도 빨리 서두를 것을 종용하였다. 하지만 주최측은 우리만큼 마음이 급하지 않은 모양인지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우리는 마음이 급했다. 장비와 자재를 대기 시켜 놓고 최종 결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까지 계약이 안된 상황에다 다른 업체와 협의를 하고 있는 눈치도 보였기 때문에 쉽사리 현장에 뛰어 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5월 6일이 되어서야 우리의 안대로 하자는 연락이 왔다. 공사의 시작 하루라도 빨리 잔디공사를 마무리하여 잔디의 활착율을 높여야 했다. 연락을 받은 5월 6일 경기장의 위치를 정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강과 평행하게 2개의 경기장과 관람석을 배치하게 되어 있었는데 잔디밭 양쪽의 배수로 때문에 계획대로 배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배수로와 배수로 사이의 간격을 재어 보니 80m 였다. 풋살경기장의 규격이 40m X 20m 이기 때문에 2개의 경기장과 관람석을 1열로 배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방법으로 한강과 직각으로 배치하는 방법을 검토해 보았지만 이 방법 역시 3그루의 나무를 이식해야 하는 문제로 여의치 않았다. 풋살연맹의 경기장 규격은 직사각형으로 길이가 최대 42m, 최소 25m가 되어야 하고, 넓이는 최고 22m, 최소 15m면 된다고 정해져 있다. 따라서 경기장의 규격을 조절하면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최측은 당초 계획과 차이가 있어 상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하루동안 결정을 미뤘다. 안타까움으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오후에서야 해결책이 나왔다. 결국 경기장의 규격을 38m로 조정하고 2개의 경기장을 2m의 간격으로 나란히 배치하는 한편 관람석은 옆으로 옮기기로 했다. 선수의 안전을 위해서는 배수로와의 간격을 많이 두어야 하지만 다행히 풋살경기는 태클과 심한 몸싸움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불상사가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경기장과 관람석의 위치에 표시를 해놓고 포크레인덤프트럭을 대기시켜 놓았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날저녁부터 장대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결국 5월 9일에서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작업예정은 지반작업 2일, 잔디시공 1일, 배토 및 시비 1일, 관수 및 기타작업 1일 등 5일동안 잔디시공을 완료하고 그 이후로는 잔디가 잘 활착할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를 하기로 했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잔디농장에 연락하여 5월 11일 아침 7시까지 잔디가 도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을 하였다. 주문수량은 여유있게 1,800M2를 주문하였다. 잔디는 생산과정을 고려하여 사전에 주문하지 않으면 제시간에 물건을 반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2~3일전에 주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주문량도 평떼, 줄떼 등 시공방법에 따라 소요되는 양을 산?하여 여유있게 주문해야 한다. 잔디생산자에게 점토질(논에서 재배한 잔디가 대부분 점토질임)에서 재배된 중엽형 잔디로 생산을 하되 규격을 40cmX100cm, 흙의 두께 2cm로 유지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시기상 여름철임을 감안하면 점토질에서 재배된 잔디가 수분의 함유량이 많아 제 규격이 잘 나오고 시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흙의 두께가 일정해야 잔디시공시 잔디면을 맞추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잔디를 심는 인력도 함께 섭외해 놓았다. 요즘에는 잔디심는 인력들도 전문화 되어 버스나 봉고차에 10명에서 50명까지 다양하게 타고 다닌다. 이러한 인력들은 잔디하차에서부터 면고르기, 잔디심기, 잔디심기 보조 등 분업화가 잘 이루어져 있어 작업을 능률적으로 수행하므로 이들을 이용하면 잔디식재를 손쉽게 할 수 있다. 지반작업을 시작으로 공사는 시작되었다. 이왕 하는 김에 축구장과 같이 맹암거와 자갈층, 모래층, 상토층을 갖춘 경기장을 조성하면 좋을텐데 일시적인 행사를 위한 것이고 예산 또한 부족했기 때문에 기존의 지반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축구장의 지반은 보통 미국골프협회에서 개발한 USGA시스템(Perched water table, under specified mix system)을 충실하게 적용하되 경기장의 용도, 조성비용, 관리의 정도에 따라 그에 적합한 지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한국잔디로 조성하는 경우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USGA공법에 준하는 잘 갖추어진 지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건강한 잔디의 생육이 가능하고 향후 배수불량으로 인한 잔디의 피해가 없으며 우천시에도 이용이 가능한 잔디구장이 될 수 있다. 지반의 토양은 답압과 통기성, 투수성을 감안하여 모래(0.25~0.5mm) 위주의 토양층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는 일차적으로 포크레인으로 10cm정도의 표토를 걷어내고 모래를 채운다음 그 위에 잔디를 시공하기로 했다. 6W포크레인을 투입하여 지정된 장소의 표토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걷어낸 표토의 처리가 문제였다. 한강공원의 특성상 큰 덤프트럭(15톤)이 들어오기 곤란할 뿐만 아니라 들어오게 되면 주변의 잔디밭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여 작은 트럭을 이용하여 처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변의 매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표토의 잔디와 흙을 자신들의 매점 앞에 이용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잔디는 심고 흙은 파인 곳을 매꾸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작업을 수월하게 도와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표토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해 표토가 물기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곳곳에 질컥거리고 마치 늪지와 같이 표면의 유동이 심한 곳이 발생했다. 이런 곳은 적당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으면 향후 이어지는 롤링작업이나 잔디시공 후에도 표면의 유동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배수시스템을 개선하여 물빠짐을 원활하게 해주고 토양개량을 해주는 방법으로 향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비가 오던 어제와 달리 이날은 다행이도 햇볕이 쨍쨍하고 바람이 불어주어 문제를 보이는 곳의 흙을 40cm 이상 걷어 내고 잘 말린 다음 그곳에 물빠짐이 좋은 굵은 모래를 채워서 문제를 해결했다. 표토를 걷어낸 다음 가는 모래를 채워 넣고 토양개량제와 복합비료(21-17-17)를 뿌리고 트렉터로 로터리 작업을 해 토양개량제와 모래가 잘 섞이도록 했다. 그런 다음 포크레인에 달린 그레이더를 이용하여 평탄작업을 하였다. 다행히 포크레인 기사가 포크레인으로도 평탄작업을 잘 하는 사람이어서 토목용 그레이더 없이 평탄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축구장의 경우 이러한 평탄작업은 토목용 그레이더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양질의 평탄면 작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평탄작업을 할 때에는 표면 배수를 고려하여 1%이내의 경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평탄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잔디 시공시 표면이 고르지 못하고 요철이 생겨 물고임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토목용 그레이더보다 작업이 더디긴 했지만 평탄작업을 완료하고 2.5톤 로울러를 이용하여 다짐을 했다. 이러한 다짐작업은 평탄작업과 아울러 중요한 작업이다. 로울러 다짐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공 후 요철이 발생해 잔디면이 망가지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철저하게 로울러 다짐을 해주어야 한다. 국정대학원 운동장의 경우 USGA공법을 성실하게 적용하였지만 공사일정에 쫓겨 다짐을 충분히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잔디시공을 병행하여 잔디면이 고르지 못하고 요철이 생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많은 부분의 잔디를 떼어내 수정하고 인력배토를 실시해서 보완하였지만 지금도 부분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5월 11일 주문한 잔디가 반입 되었다. 사전에 주문한대로 점토질 토양에서 재배된 잔디로 규격도 알맞게 되어 있었다. 1가지 흠이 있다면 잔디의 깎기 높이가 5cm정도로 긴 것이다. 이렇게 잔디잎이 길면 배토할 때 배토사가 충분히 스며드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3cm정도의 길이로 반입하면 좋다. 1톤 트럭과 손수레를 이용하여 잔디를 심을 위치에 옮겼다. 이렇게 적당량을 조절하여 군데 군데 옮겨 놓으면 시공시 매우 용이하다. 잔디를 적절하게 펼친 다음 잔디심기에 들어 갔다. 우리가 주문한 잔디는 롤형태이기 때문에 시공이 용이하다. 뗏장 사이의 간격이 없이 줄을 맞춰 펼쳐나가면 손쉽게 잔디면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롤형태로 특별히 주문을 한 것이다. 이 방법 외에도 평떼나 줄떼를 심는 방법이 있지만 조잡할 수 있으며 뗏장간의 간격이 클 경우 이 간격이 잔디로 채워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축구장의 경우 이처럼 롤형태의 잔디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이런 잔디는 평상시에는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주문을 하는 것이 필수다. 잔디를 모두 펼친 다음 뗏장이 떨어져 나간 부위나 평탄하지 않은 곳은 흙을 보충하면서 잔디면을 맞춰 나간다. 이 작업이 모두 끝난 뒤에 복합비료를 시비하고 배토기를 이용하여 배토를 실시하였다. 전체적으로 5mm정도의 배토를 실시하였다. 배토를 충분히 해주어야 잔디면을 고정시키고 이용성도 향상되기 때문에 세심하게 체크해 가며 실시했다. 배토는 강에서 채취한 고운 모래를 사용하였다. 때에 따라서는 비료나 토양개량제를 혼합하여 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모래만 사용하였다. 한강쪽 빈 공간에는 10M2 정도의 비상 잔디포지를 만들었다. 잔디의 상태가 나빠지거나 경기도중 스파이크에 의해 망가지는 등의 만약에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5월 12일 드디어 잔디시공을 완료하였다. 시공을 완료했다는 마음에 한숨을 돌리고 다음날 오전 현장에 도착했는데 새로 조성된 현장에 사람들이 들어가 뛰놀고 있었다. 잔디를 보면 당연히 가서 뛰어 보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인지라 미리서 울타리를 설치해 놓았어야 했는데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다. 불꽃축제가 이어지고 있어서 매일 많은 인파가 이곳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나무와 로프를 이용하여 울타리를 만들고 밤마다 보초를 서야 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잔디가 마르지 않게 잘 관찰하고 충분히 관수를 해주어야 한다. 양수기를 한강에 설치해 놓고 계속 관수를 실시했다. 여름이 가까워 오는지 찌는 더위가 계속 이어졌다. 5월 17일 행사까지 채 보름도 남지 않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잔디의 잎이 말려 있었다. 한국잔디는 수분을 빼앗기면 그것을 막기 위해 잎을 말리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잎이 많이 말리고 심한 곳은 말라버린 곳까지 생겼다. 꾸준히 관수를 해 오다가 양수기가 고장이나 2일간 물을 주지 못했다. 설마 하고 방심하며 2일간 현장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결과치고는 너무나 비참했다. 뙤약볕에 강변이라 바람까지 불어대니 뿌리가 잘려 온 잔디가 당연히 마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행사관계자들은 이 사태에 어쩔줄 몰라 하면서 우리를 원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리나케 물을 주면서 극약처방으로 잔디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비닐을 덮기로 했다. 한국잔디의 생육최적온도는 25℃∼35℃이기 때문에 비닐을 덮어주면 지온이 올라가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더 큰 화를 불러 올 줄이야. 점심 때 비닐을 덮었는데 저녁 때 회복은커녕 오히려 더 말라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 비닐을 벗겼지만 이미 잔디는 잎이 많이 말라 색이 바랜 연두색을 띄고 있었다. 잎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고온일 때 생장이 빨라지지만 이번의 경우와 같이 마른 잎에는 더 피해만 준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주최측에서는 이제라도 인조잔디를 까는 방법이 없냐고 수선을 피우고 있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찌됐든 우리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해결해 볼테니 믿어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이미 망가져 가망이 없는 부분들은 교체작업을 하고 현장에서 밤새 물을 주면서 비상대책회의를 가졌다. 그 결과 이미 마르고 있는 잎을 깎아 버리고 칼슘이 많이 함유된 액체비료를 준 다음 수분증산억제제를 뿌려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관수를 중단하고 11시경 잎에 묻어 있는 물기가 마를 즈음 잔디깎기를 시행하였다. 잔디 잎 2cm 정도를 깎고 나니 그래도 색깔이 많이 녹색을 보이고 있었다. 뿌리 가까이로 갈수록 수분을 덜 빼앗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깎기 후 액상비료인 타이탄 F와 엑토졸을 시비하고 2시간정도 흐른 뒤에 크라우드카바를 50배로 약하게 희석하여 살포하였다. 그리고 저녁 9시 이후 다시 관수를 시작하여 새벽까지 이어졌다. 너무나 큰 근심 속에 날이 밝았다. 그러나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기야 하루만의 처방으로 벌써 효과가 나타날리 만무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잔디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주최측의 고위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한다는 것이 아닌가. 행사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점검을 하러 나온다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잔디는 푸른색을 잃어버린 상태인데 이 광경을 그 분이 보신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주최측 관계자들과 우리는 다시 모여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잔디착색제이다. 몇 년전 잠실주경기장에서 우리 국가대표와 브라질 축구 대표팀이 평가전을 치를 때 잔디에 페인트를 칠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바로 그것과 동일한 약품이다. 어떻게든 이 위기를 모면해야 했기 때문에 잔디착색제를 어렵게 구해서 살포하였다.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아니지만 어느새 잔디는 푸르른 빛을 띄고 있었고 고위직의 현장점검에도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물을 주는 방법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저 잔디가 깨어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잔디도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는 듯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5월 25일 행사를 5일 앞둔 시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쳤다. 잔디가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일진데 그렇다면 경기도중 선수들의 스파이크의 놀림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관수를 지속적으로 해서 뗏장의 흙과 지반이 접촉해서 쉽게 떨어지지는 않지만 경기도중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잔디에 못을 박아서 고정하는 방법도 고려하였지만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다른 이물질로 고정을 하는 것보다는 훼손되면 즉각 보완을 하기로 했다. 행사 이틀전인 5월 28일 최종점검에서 풋살경기장은 주최측의 반신반의하는 표정에도 불구하고 합격점을 받았다. 이제 풋살경기용 골대를 설치와 라인마킹 작업만 하면 행사의 모든 준비가 완료된다. 골대는 이미 제작되어 있는 제품을 구입하여 설치하였고 라인은 우리가 직접 그렸다. 경기장의 모든 라인은 선명하여야 하며 선의 폭은 8cm를 유지하되 홈을 판 경계선은 허용되지 않는다. 5월 30일 잔디면이 완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도중 발생할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잔디 예비포지를 점검하고 4명의 직원이 파견되어 대기했다. 예상대로 스파이크에 걸려 떨어져 나오는 잔디가 발생하긴 했지만 결국 부상선수 없이 11경는 그대로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참고로 이 대회에서는 호주가 우승, 미국이 준우승을 했고 한국은 아쉽게도 꼴찌를 해 월드컵 4강의 나라라는 사실을 무색케 했다. 정 종 일 Jung, Jong Il · 미성잔디 소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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