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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운동장 ;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사업 공모전이 남긴 아쉬움

월간 환경과조경200711235l환경과조경

공모지침Design Guidelines 내용상의 문제
본 설계경기의 목적을 보면 공공을 위한 최신의 도심지 공원인 World Design Park를 조성하고, 이 공원의 일부에 컨벤션센터, 전시장, 디자인 지원센터 등을 포함하는 World Design Complex 및 부지 주변에 지하부속시설을 포함하는 지하연결부를 만드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모지침이 작성되기 전에 제시되었던 수많은 논문과 아이디어를 수렴하려는 노력은 일과성에 그쳤다. 예컨대 주·야간의 전혀 다른 이용행태와 주간·주말 간의 상이한 이용행태를 충분히 반영치 못했다던가, 동대문운동장 주변지역을 아우르는 지역적 맥락이나 부지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설계공모지침이 마련되지 못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개발규모를 늘리는 것만이 동대문 상권을 부활시킬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고정관념의 틀이 문제의 핵심이다. 청계천개발과 같이 충분한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상권부활의 촉매제로 작용한다는 점을 간과한 채, 오로지 건축면적과 연면적을 늘리는 것이 경제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는 단세포적 발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사업의 명칭이 ‘동대문 월드디자인 파크 콤플렉스’로 최종 명명되었으나 기본개념은 어디까지나 공원 조성과 디자인 컴플렉스 조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내용을 깊게 살펴보면 공원화에 대한 의지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공모 방식의 폐쇄성
서울시 균형발전추진본부는 당초 3,7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시민아이디어 공모를 해 놓고, 당선안의 내용도 공개하지 않는 밀실행정을 펴더니, 형식적으로는 국내 건축, 도시, 조경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국내외 저명 건축가 8명 (국내외 각 4명)을 지명초청방식으로 현상설계경기를 집행했으나, 각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의례적인 회의를 통해서 조경 전문가의 지적을 소수의견으로 묵살하고 정치행정가의 입맛에 맞고, 다수로 구성된 건축분야 전문가들의 뜻대로 집행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심사위원으로는 국내외 각 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했다. 심사위원으로는 국내 건축가인 김종성, 조성중, 김영섭 등 3명과, 미국 도시설계가인 조나단 바넷J. Barnett, 프랑스 건축가인 장 마리 샤팡띠에J. M. Charpentier, 미국의 조경가인 다이아나 발모리D. Balmori 등 외국 전문가 3명이 선임되었다. 여기에서 주목할 수 있는 사항은 심사위원 6명 중에는 조경가가 포함되어 있으나, 지명초청 대상자 중에는 조경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선정위원회의 과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적어도 공원화사업을 지향하는 한 조경가의 직접적인 참여기회를 주든지, 건축과 조경이 협동설계자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했어야 마땅했다.
최근 국가의 주요사업이 T/K로 발주될 때에는 대부분 참여자격을 각 분야 전문가로 이루어진 컨소시엄을 구성토록 의무화하는데 반하는, 소수를 위한 잔치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T/K사업과 같이 여러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것이 절차상 번거로웠다면, 전문가 그룹 중 최소한 디자인을 하는 건축과 조경분야의 협동설계체제로 유도했어야 마땅한 처사이다.
엔지니어링 차원의 기능적 해결이 필요한 부지를 제외할 때, 일반적인 설계 대상지는 건축물이 우세한 건물 지향적 부지(Building Oriented Site)와 옥외경관 조성이 우세한 조경 지향적 부지(Landscape Oriented Site), 중립적 부지(Intermediate Site)로 대별될 수 있다. 건물 지향적 부지는 부지 전체가 건물의 규모와 배치 및 형태에 따라 설계의 내용이 결정적으로 변하는 부지로서 건축가가 주된 설계(Master Design)를 하고 기타 전문가들이 컨설턴트(consultant)로서 보조하는 경우의 부지를 말한다. 둘째 조경 지향적 부지는 공원이나 생태 복원 대상지 등과 같이 옥외경관 및 옥외시설의 규모나 배치 및 형태에 따라서 설계의 내용이 결정적으로 변하는 부지로서 조경가가 주된 설계를 담당하고 건축을 포함한 기타 전문가들이 컨설턴트로서 보조하는 부지를 지칭한다. 마지막으로 중립적 부지는 조경과 건축이 대등한 영향을 끼치는 부지로서, 접근 방법에 따라 판이한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는 부지이므로 조경가나 건축가의 창의성의 결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지가 된다. 그러므로 중립적 부지는 선정된 대안의 성격이나 설계개념에 따라 조경과 건축은 주연과 조연의 위치가 결정된다.
중립적 부지 중에서도 대단위 개발사업의 경우에 해당되는 택지개발사업이나 주택단지 개발 사업의 경우를 보면, 토지공사의 경우 도시계획, 교통, 조경, 환경, 건축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M.P(Master Planners)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택공사나 SH공사의 경우 상기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M.A(Master Architects) 제도를 통해서, MP 또는 MA 위원들이 공동으로 공간의 기본골격을 계획,설계하도록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어느 특정분야의 소수의견보다는 전문분야별 의견을 수렴하는 협동적 접근방법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더욱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본다면 행정중심 복합도시 중심행정타운 현상공모를 들 수 있다. 당선작이 선정되었을 때 많은 건축가들은 일상적 단지설계와 차원을 달리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설계안을 보고 고정관념의 충격을 느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기존의 개념적 틀로는 이해가 잘 될 수 없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그 당선작의 기본철학과 개념적 형태나 네트워크 기법 등은 조경가로 참여한 다이아나 발모리의 철학과 디자인 경향이 큰 몫을 담당했으리라 추측된다.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사업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다이아나 발모리가 행정중심 복합도시 현상공모에 파트너로서 참여하여 협동설계를 통해 이루어낸 당선작은 다른 출품작들과의 차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남을 볼 수 있다. 이런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조경가의 접근방법에 의한 설계결과물과 건축가만의 접근방법에 의한 그것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볼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조경가가 참여한 작품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동대문운동장의 공원화 사업의 기본방향은 상기 분류 중에서 조경 지향적 부지가 되거나 중립적 부지가 될 필요가 있었으나, 앞서 설명했듯이 설계공모지침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개발규모를 확대하는 결정과정과 도입공간 프로그램(Space Program)에 대한 졸속적 결정으로 말미암아 조경 지향적 부지로서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에 이르렀으며, 그나마 종합적인 부지로서의 다양한 가능성은 건축가만으로 한정된 설계가들을 지명초청함으로써 그 한계를 노출하게 되었다.
본 사업의 발주방식은 사업의 중요성으로 보아 턴키는 아니더라도 국제 현상공모방식을 취할 수도 있었으나, 지명현상으로 결정한 것은 분명 행정편의적 발상이며 졸속적 행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선정위원회에 의한 소수의 초청작가 선정은 적어도 국제 현상공모에 의한 1차 작품 선발을 통해, 2단계 지명현상의 수순을 밟았더라면 수많은 건축가, 조경가의 비난을 받지 않았을 것이며, 더욱 수준 높은 작품을 열망하는 시민과 관계전문가들의 요구에 부합되었을 것이다. 선정위원회가 수행한 유일한 업적은 다이아나 발모리를 포함하여 세계적 설계흐름을 이해하는 외국 심사의원의 선정에 있었을 뿐이다.

 

 

 

조경계의 대응능력의 미약
본 사업은 균형발전추진본부에서 주관하며 일방통행식이고 독단적으로 사업추진을 하는 바람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이면에, 조경관련 분야의 대처능력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사업추진 단계마다 유관부서에서 근무하는 의식있는 조경관련 공무원들이 문제점들을 지적했으려니와, 조경관련 조직의 태생적 무력감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최근 급격히 증가되는 조경에 대한 사회적 수요확대에 발맞춰 민관 합동으로 조직 확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시기이다. 또한 균형발전추진본부의 사업추진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하여,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 조경관련 단체들의 응집적 대응력 한계도 안타깝고, 많은 문제가 내포된 정보를 사후 약방문격 대증요법으로 늑장대처한 정보의 수집, 공유, 확산 시스템에도 한계가 느껴진다. 우리 분야의 일천한 역사를 또다시 변명으로 언급하기에는 진부할 따름이다. 각자 처한 입장에서 조경공동체로서의 임무와 역할을 재삼 다짐할 때이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김경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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