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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갈림길에 서다

월간 환경과조경20095253l환경과조경
 

“조경설계공모전”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조경설계공모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유도 공원, 서울숲,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중앙부 오픈 스페이스, 삼덕공원 등 크고 작은 공모전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고, 또한 크고 작은 논란들도 이어져 왔다.

 

공모전,미리 지르 밟고 가는 길

 

하지만, 굵직한 조경설계공모전들이 지난해만큼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해는 없었던 듯 하다. 뉴타운, 신도시 개발 사업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대규모 녹지 공간 조성 사업도 활기를 띠었으며, 도시 환경에 대한 지자체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조경사업물량이 늘고 대규모화 하는 경향도 짙어졌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발주처들이 기존의 계약 방식보다는 공모전을 통해 좋은 설계안을 얻으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발주처가 공모전을 개최하는 이유는“좋은 설계안”때문만은 아니다. 조금 노력을 더 들이는 대신 마케팅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고, 심사위원의 권위를 빌어“공정성”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투명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청렴도가 생명인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각종 이권개입 의혹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가시적인 정책 홍보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공모전”은 분명 유혹적이다. 이렇게 발주처의 이해와 맞물려 있는 이상, 앞으로도 공모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올해도 서울시,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에서는 조경설계공모전을 다량 발주할 예정에 있다.

 

조경설계공모전이 본격화 된 것은 2007년 초에 있었던 대한주택공사의“성남판교지구 도시기반시설 조경설계공모전”이라고 판단된다. 당시 공모전의 의의는“신도시의 공원을 공모전으로 선정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혔다. 이전까지 신도시의 공원들은 설계경쟁을 통해 설계된 적이 없었고, 특히 조경분야는 몇개 안되는 설계공모전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공정성과 표절논란 등으로 많은 홍역을 치루기도 하여, 성숙된 공모전에 대한 의구심도 높았다. 실제 판교지구도 공모전이 시작되면서, 미리부터 결과에 대한 각종 추측성 시나리오가 나돌았다. 공모전을 준비하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매우 힘든 일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일단의 개연성만으로 단서도 없이 유포되는 이런 루머 사건은 판교지구 설계공모전에서 처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국제설계공모전 때도 악성 루머가 돌았었다. 한국의 A와 외국의 B가 사제관계라는 등 설계자와 심사자의 유착 가능성을 통해 일찌감치 공정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양상이었다.

 

신도시의 그 수많은 공원 가운데 어느 하나도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거나 선도하는 사례로 거론되지 못한다. 도시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적절한 설계안과 설계자를 고르는 설계공모를 통해 동시대의 조경이 안고 있는 문제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신도시의 공원들은 설계 경쟁(competition)을 통해 설계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자리를 가격 경쟁(설계가입찰)이나 자격 경쟁(PQ;사전자격심사)이 대신하고 있었다.

 

박광윤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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