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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물을 철학하다

월간 환경과조경20132298l환경과조경

Water is expressed philosophically as old paintings

 

신화시대의 물1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던 물-홍수로 인간들을 쓸어버려라

 

신화와 현실이 뒤범벅되어 살다
1972년 중국 호남성(湖南省) 장사시(長沙市) 마왕퇴(馬王堆)의 무덤에서 50대 여인의 미라가 발견되었다. <채색백화(彩色帛畵)>는 그녀의 관 위에 덮은 장례용 비단그림인데,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T자형으로 생긴 백화의 윗부분은 천상세계를 표현했고 중간 부분은 무덤 주인의 현실세계를, 아랫부분은 지하세계를 표현했다. 천상세계에는 중앙에 인면사신(人面蛇身), 사람의 얼굴에 뱀의 몸을 한 여와(女媧)를 중심으로 양쪽에는 해신(日神)과 달신(月神)이 배치되어 있다. 해신 속에는 다리가 셋 달린 삼족오가, 초승달 속에는 두꺼비가 그려졌는데 모두 해신과 달신의 상징이다. 해신 아래 구불구불한 나무에는 사과처럼 붉은 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것은 열 개의 태양이 부상수 위에 머물러 있다가 하루에 하나씩 떠오른다는 고대신화를 의미한다. 해와 달 아래에는 승천하는 용과 기괴한 동물, 새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중간 부분의 현실 세계에는 묘 주인이 살았을 때의 모습을 그렸다. 주인공의 앞뒤에 시중드는 사람들을 배치하여 그녀가 높은 신분임을 말해준다. 그녀는 하늘문(天門)을 통해 천상세계로 승천하려는 중인데, 양 옆에 둥근 고리 같은 벽(璧)으로 연결된 두 마리 교룡(蛟龍)이 지키고 서 있다. 벽에서 내려뜨린 깃털 같은 휘장 위에는 인면조신(人面鳥身, 사람의 얼굴에 새)의 몸이 지키고 서 있고 그 아래에는 사람들이 죽은 자의 명복을 비는 듯 제사상 앞에 앉아 있다. 하단의 저승세계에는 사람 형상을 한 신괴(神怪)가 땅을 떠받치듯 서 있고 용, 뱀, 물고기, 거북 등의 기이한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해신과 달신은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등장한다. 여기서는 인면수신의 남녀가 해와 달을 손으로 받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10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오르자 예羿가 활을 쏘아 떨어뜨린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전승된 단골 이야깃거리였다. 이 밖에도 <채색백화>에는 기이한 형상을 한 여러 동물과 새들이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 그 모든 생물들은 현실 세계에서는 볼 수 없고 상상의 세계에서나 존재하는 것들이다. 인면사신(人面蛇身)이나 인면조신(人面鳥身) 등은 그야말로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신화 속에는 절반은 사람이고 절반은 짐승인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괴이한’ 형상들이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 <채색백화>는 실재했던 사람의 관을 덮었던 그림이다. 그녀의 실존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신화는 사실을 기록한 실증적인 역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실재했던 사람의 관을 덮은 그림에서 신화와 현실이 뒤섞여 있다. 삶 속에서 귀신의 존재를 당연시하며 살았던 시대의 사람들 속에서 어디까지가 신화고 어디까지가 현실인가를 구분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신화 속에서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사상을 읽어내는 것이다. <채색백화>는 한나라 사람들이 고대신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조정육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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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gardn@hanmail.ne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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