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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물을 철학하다

월간 환경과조경201311307l환경과조경
철학자가 바라본 물(4) _ 장자
북쪽바다같이 깊고 동해바다같이 아득한 장자

광활한 장자의 세계
북녘 바다(北冥)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이 곤(鯤)이다. 곤의 크기는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바뀌어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鵬)이라 하는데 붕의 등은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가 마치 하늘에 가득히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 기운이 움직이면 남쪽 바다(南冥)로 날아가려고 하는데 남쪽 바다는 하늘못(天池)이다. (중략) 붕이 남녘 바다로 날아가고자 함에, 물을 쳐서 3천 리에 물결을 일으키고, 회오리바람에 날개를 실어 하늘 높이 9만 리를
오른 다음 여섯 달을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고 한다.

『장자(莊子)』의 첫 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무한히 넓은 공간을 펼쳐 보이는 장자의 세계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곤이라는 물고기가 붕새가 되어 날아가는 자유의 세계 또한 좁은 소견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3천 리, 9만 리, 6개월 등의 숫자
도 매미와 비둘기같이 좁은 머리로는 도무지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매미와 비둘기는 붕새의 광활한 세계를 이해할 수 없어 붕새의 날갯짓을 ‘터무니없는 공연한 짓’이라고 비웃는다. 대붕의 세계는 조그만 날짐승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교외의 들판에 나가는 사람은 하룻밤 걸려 곡식을 찧어야 하고, 천 리 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동안 식량을 준비해야 한다.’ ‘물이 괸 곳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만한 힘이 없다.’ 그러므로 9만 리나 올라가야 날개 밑에 충분한 바람이 쌓여 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등에 진 채 아무런 장애도 없이 남쪽을 향해 날아가는 붕새의 뜻을 매미와 비둘기가 알 리 없다. 하룻밤 곡식을 준비하는 사람이 석 달 식량을 준비하는 사람의 세계를 알 리 만무하다.
조정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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