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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여름, 세 번째 이야기

계간 조경생태시공2007937l조경생태시공

8월의 현장 일지

대학 후배가 실습생으로 왔다. 여름 방학 내내 현장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 5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 것도 모르고 실습 나오자마자 지방 현장에 배치되어 한 달간 일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나 지난 일이다. 후배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마치 군대에 가서 훈련병으로 고생할 때처럼 아무 것도 잘 모르는 데 이것저것 시키면 불안하고 겁도 나듯이.
“너는 조경과를 어떻게 알고 갔냐?” “제 삼촌이 토목기술자인데요 저더러 조경쪽이 비전이 좋으니까 가라고 그래서요” “나도 그런 말에 혹해서 조경 일을 한다마는, 우리 쪽에서 버티어 나가려면 일단 맘을 굳게 먹어야한다. 나중에 사장이 되는 그 날까지” “저는 사장하기 싫은 데요? 그냥 월급받고 안정된 직장 다니고 싶은데요?” “사장을 왜 해야하냐하면, 그건 설명하기 길어지니까 일단 현장에 잘 적응해봐. 한 달간 해보고 너한테 맞지 않으면 애진작에 포기하고. 요샌 생명보험사에선 전공 불문하고 뽑으니까 그런 데도 알아보고” “아닙니다.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군에서도 수색대대에 있었는데요 뭐” “그래 그런 정신 상태로 잘 적응해라. 지나고 나면 별것두 아닌데. 처음 겪을 땐 좀 황당할 거야. 그렇지만 자기 전공 살리며 사회 생활하는 게 나을 거야” “조경 현장이 그렇게 어렵나요?” “아니야. 얇고 넓게 일하는 거야. 현장은 넓고 해야 일은 많고. 실내가 아닌 바깥에서 일한다는 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닐거야. 난로와 에어컨이 그리울 거다.”
실습후 사장님이 하던 말이 생각났다. 일단 1년 동안은 회사에서 제시하는 대로 받아라. 그리고 입사 2년차부터는 능력에 맞는 급여를 주도록 하겠다. 요사이 후배들은 나름대로 희망하는 보수가 제시되지 않으면 입사를 거절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전국에 조경학과는 40여 대학에 설치되어 있으나 정작 시공 현장에 기꺼이 뛰어들만한 졸업생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여학생들은 설계나 계획 분야를 선호하고, 남학생들도 넥타이 메고 사무실에서 편하게 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집이 지방인 경우에는 굳이 서울까지 올라와서 회사에 취업을 하려하지 않는다. 초봉이라도 작으면 어머니가 그깟 돈 정도는 내가 줄테니까 집에서 놀면서 딴 거 알아보라 그런다는 어느 후배의 푸념도 들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보면 매월 사원을 뽑는 회사가 여럿 있고, 매일 직장을 구하는 경력자가 여럿 있다. 서로의 눈높이가 맞지 않는 탓이다. 조경 전공자의 대부분을 고용하고 있는 전문건설업체의 경영자 입장에서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자를 부르는 대로 대우해 줄 수 없고, 조금이나마 조경현장을 꾸려갈 능력이 있는 경력자는 아주 좋은 조건을 제시하여 받아들여져야 입사를 결정한다. 경영자의 대부분은 ‘우리가 젊었을 땐 저러지 않았는데’라고 생각하고, 경력기술자들은 ‘오너들은 우리 기술자를 이용하기만 하고 우리의 복지에는 관심이 없는 욕심쟁이들.’ 이라고 지레 짐작한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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