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원 ‘입체화’ 모색, 해외는 용도, 거리로 개념 정립

도시정원의 조성과 작동 전략을 모색하는 국제학술회의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17-12-19

 




"지금까지 정원·공원·숲을 땅의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이제는 입체화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독일과 일본에서는 정원, 공원, 숲을 용도(활동), 거리(위치)에 따라 개념을 달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에게는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그린인프라와 통섭적 접근이 필요하다."

윤후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 산림청·(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주관으로 지난 18일(월)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도시정원의 조성과 작동 전략을 모색하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정원, 도시에서 꽃피다’를 주제로 도시의 삭막한 환경을 정원을 통해 해소하고 치유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정원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지금은 정원의 조성과 그것의 작동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담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라며, "도시정원이 가지는 효용가치는 단순히 도시를 녹지에 제공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일상의 공간을 창조한다는 데 두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개회사에서 “산림청에서 정원의 역할과 기능을 한 층 더 구체화시키고 정책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응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늘 이 심포지엄에서 논의되는 사항과 제언들을 바탕으로 정원문화가 국민의 삶 속에 뿌리 깊게 녹아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정원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환영사에서 “도시정원의 조성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만들 수 있다면 도시에서의 녹색공간이 확충되어 도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됨은 물론 도시의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도시의 품격도 높이는 일거다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동국대학교 교수)

김재현 산림청장,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국건설신문

이날 좌장을 맡은 조세환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정원·공원·숲을 땅의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이제는 입체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로, 인도, 건축물 등 모든 부분이 덮여 있는 도시의 밀집된 공간 속에 정원을 만들 공적 장소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해석이다.

맨트레드 퀠러 독일 노이브란덴부르크 응용과학대학 교수는 “기존에는 땅에 정원을 조성했다면, 이제는 건축물 위와 벽면에 조성되고 있다. 땅과 건축물의 환경은 다르지만 동시에 이뤄진다면 두 가지 공간이 통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조경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해외에서는 앞서 도시정원 입체화를 위한 제도들이 마련됐다. 맨트레드 퀠러 독일 노이브란덴부르크 응용과학대학 교수와 코시미즈 하지메 일본 도시녹화기구 이사장이 기조발제에서 발표한 독일과 일본 사례가 이를 뒷받침 해준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BUGA(연방가든전시 1985)의 일환으로 4명의 건축사를 초청해 에코주택을 조성함으로써 공간절감, 에너지절감, 녹지, 영속농업의 한 형태로 결합시켰다. 독일 조경회사인 BGL은 모든 건축물을 정육면체, 기둥, 피라미드 형태의 녹지로 전환해 주고 있다. 이밖에도 1978년 옥상녹화 가이드라인을 시작으로 그린 인프라, 벽면 녹화에 관한 'FLL-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생물 다양성과 그린인프라를 통합한 도시자연을 위한 백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일본은 1900년대 '녹지기본계획'에서 대지만이 아닌 옥상 등의 건축공간에도 그 대상을 넓혀, 옥상녹화를 일반적인 녹지로써 인지하는 계획으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했다. 이것이 전국의 공공단체로 확산되어 민유지의 녹화조성이 옥상과 벽면으로 이뤄진 건축공간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문화적 접근에서 사회적 규범을 공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철학, 예술 등 문화적 감성을 풍부하게 부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문학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시스템적으로는 공급 중심에서 주민들이 참여하고 가꾸어 나가는 수요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린인프라에 정원, 공원 숲 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기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의 공공영역은 조경과 정원 뿐만 아니라 공공디자인, 공개공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구분돼 있어, 사실상 그린인프라를 정원이나 공원에 포함시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고 피력했다. 세계는 지금 초연결사회, 초지능사회, 공유경제로 급속도로 가고 있고, 이에 따라 빅데이터에 기반한 식물의 유지관리부터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인한 교통 시스템 변화 등 곧 모든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도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쇠퇴도시까지 포함하여 정원, 에너지, 에코, 자연회복, 재생 쪽으로 넓힌다면 정원 산업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자연 재생이 추진될 수 있는 동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영 중부대 교수, 진혜영 국립수목원 연구관, 권진욱 영남대 교수, 이혁재 태양환경연구소 소장, 코시미즈 하지메 일본 도시녹화기구 이사장, 조세환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맨트레드 퀠러 독일 노이브란덴부르크 응용과학대학 교수, 서주환 경희대 교수, 오충현 동국대 교수, 이상익 산림청 산림보호과장, 최희숙 LH 도시경관부장 (좌부터)


종합토론에서는 정원의 과도기적 상황을 되짚어 보고, 조경과 원예 등 인접 분야와의 협업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주환 (사)한국조경학회 회장(경희대학교 교수)은 “정원은 도시 속 그린 인프라 시스템에 포함된 하나의 작은 단위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런데 정원의 본질적인 의미를 잃어버린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원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과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산림청에서 정원과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정책화하고 있고, 여러 가지 사업을 펼쳐내고 있다. 도시계획이나 국토개발에서 도시정원 정책의 터닝포인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된 여러 정책들이 발굴되고 추진되기를 바라며, 기존 조경인들과 폭넓은 협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상익 산림청 산림보호과장은 “정원은 본래 사적공간이였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개념이 바뀌면서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정책적으로 조경이나 원예분야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을 만나 여러 논의를 걸쳐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정원산업이 발전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최희숙 LH 도시경관부장은 “도시재생사업에 있어 정원은 장소적·환경적 제약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주택과 마당에서의 정원 개념이 아닌 다른 형태로의 접근도 필요하다. 정원박람회에서 체험하는 작가정원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가까이 녹색공간이 우리에게 즐거움과 치유공간이 될 수 있는 정원산업으로 함께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코시미즈 하지메 일본 도시녹화기구 이사장은 "일본은 한국의 뉴타운처럼 고령화가 심한 도시들이 있는데 녹지나 정원, 산림이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전문성이 없는 주민들이 커뮤니티를 이뤄 정원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추세이다."라며, 참여 정원에 대해 소개했다.


 맨트레드 퀠러 독일 노이브란덴부르크 응용과학대학 교수, 코시미즈 하지메 일본 도시녹화기구 이사장

권진욱 영남대학교 산림자원 및 조경학과 교수, 진혜영 국립수목원 연구관

박은영 중부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이혁재 태양환경연구소 소장




글_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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