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기후변화에 따른 수목 식재 환경의 변화

김호걸 논설위원(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2-06-21

 

기후변화에 따른 수목 식재 환경의 변화




_김호걸 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기후는 조경 수목의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기후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요소인 기온과 강수량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경 수목의 생육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지역별로 생존 가능한 수목의 종류가 달라지고,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수목이 존재하기도 한다. 또한, 수목 식재에 적합한 시기도 기후에 따른 수목의 생육 변화에 따라서 결정되며, 적기에 식재를 하는 것이 수목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조경 수목의 생육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서식 가능 범위와 식재 적기에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조경 수목이 서식할 수 없는 장소에 식재하거나, 생존이 어려운 시기에 식재하게 될 경우, 수목의 고사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수목의 하자로 이어지므로, 하자보수로 인해 시공 업체에 막중한 경제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조경 수목을 적절한 장소와 적절한 시기에 식재하고자 하는 노력은 과거부터 계속 이루어져 왔다. 최적의 조경 수목 식재 방법을 연구해 온 전문가들, 풍부한 시공 경험을 가진 현장 전문가들, 그 외에 수목에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는 조경가들은 나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사 현장에 적합한 수목을 선정하고, 적합한 시기에 식재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조경공사 표준시방서에는 지역별 식재 적기가 제시되었다. 1987년에 작성된 조경공사표준시방서에서는 수목을 침엽수, 낙엽수, 상록활엽수 3개 유형으로 구분하여 이식의 적기를 제시하고 있다. 침엽수는 3월 중순~4월 중순, 낙엽수는 3월 중하순~4월 상순 새 잎이 나기 전과 10월 중순~11월 중순, 상록활엽수는 6월 상순~7월 상순 혹은 9~10월로 해설하고 있다. 이후 개정되어 2003년에 작성된 조경공사표준시방서에서는 우리나라를 중북부, 중부, 남부, 남해안, 제주 5개로 구분하고, 지역별 식재 적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2003년 조경공사표준시방서에서 처음 제시된 이후 2016년까지 동일한 내용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 식재 적기 판단기준(출처 : 조경공사표준시방서, 2003, 2008, 2016)

대한주택공사에서 2005년 제작된 공동주택 공사감독 핸드북(조경)에 담겨 있는 식재지역 구분도도 조경공사 표준시방서와 유사하게 우리나라를 중북부, 중부, 남부, 남해안으로 구획하고 있다. 


식재지역 구분도(출처 : 대한주택공사, 2005) 

기후변화는 식물의 생육과 생태의 변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제안된 식재지역 구분도의 정보와 식재 적기에 대한 정보도 지속적인 갱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식재지역과 적기의 변화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대상 지역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나, 많은 조경 수종들에 대해서 식재 적기를 분석 및 조사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연구 주제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 생육 적지의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저자는 조경수로 많이 활용되는 13개 종에 대하여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 적지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예측하고, 각 수종의 수목 고사율 자료를 통해 예측에 사용된 모형을 검증하는 연구논문을 게재하였다(Kim et al., 2020). 본 기고에서 해당 논문의 핵심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조경 수목 식재 적기나 식재지역 구분도의 갱신을 위해서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 생육 적지의 변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연구의 대상 수종은 상록침엽수 5종(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주목, 측백나무), 상록활엽수 4종(굴거리나무, 동백나무, 먼나무, 후박나무), 낙엽활엽수 4종(산사나무, 이팝나무, 자작나무, 팽나무)로 구성되었다. 이는 조경수로 많이 활용되는 동시에, 모형의 검증에 활용할 고사율 자료에 존재하는 수종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조경수의 생육 적지에 대한 분포를 예측하기 위한 모형으로는 5개의 공간분포모형을 활용하였다. 공간분포모형은 식물의 서식지점과 환경변수를 바탕으로 현재 서식지점이 조사되지 않았더라도 잠재적으로 서식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분석하는 모형이다. 

생육 적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각 수종의 현재 분포 정보와 분포 지역의 환경적인 특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기후 변수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13개 수종과 관련성이 높은 생물 기후 변수를 선정하고 생육 적지를 추정하였다. 생물 기후 변수로는 연평균기온, 가장 추운 분기의 평균 기온, 연평균 강우량이 선정되었다. 미래의 생육 적지를 추정한다는 것은 많은 불확실성이 수반된다. 개별 모형에서 도출되는 생육 적지의 불확실성을 보완하기 위해서 5개 모형의 결과를 종합하는 앙상블 기법을 적용하였다. 


연구의 흐름도
(출처 : Kim et al., 2020) 

13개 수종에 대한 생육적지를 현재, 2050년대, 2070년대에 대해서 추정하였다. 미래의 생육적지 추정을 위해 사용된 시나리오는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4.5와 8.5 시나리오로 설정하였다. RCP 시나리오는 복사강제력에 따라서 미래를 추정하며, 4.5 시나리오에 비해 8.5 시나리오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률이 높은 시나리오이다. 분석결과, 각 수종에 대한 생육 적지 분포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었으며, 현재와 미래의 중첩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생육적지로 구분되는 지역, 새로운 생육적지로 확장되는 지역, 생육적지가 손실되는 지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나무와 측백나무에 대한 현재와 미래의 생육적지 추정 결과와 현재-미래의 생육적지 중첩 지도
(출처 : Kim et al., 2020) 

모형의 신뢰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통계적인 신뢰도를 보여주는 ROC 분석을 기반으로 AUC 값을 도출하였다. 또한, 분석 결과의 신뢰도 검증을 보완할 수 있는 데이터로 조경 수목 고사율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이는 본 연구에서 활용된 13개 수종에 대한 전국의 고사율 데이터로써 LH 공사에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수집한 데이터이다. 현재 시기 분석 결과와 고사율 데이터를 지역별로 비교한 결과, 모형에서 추정된 생육 적지에서는 고사율이 다소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조경 수목의 특성상 사람에 의한 관리 정도가 고사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검증 방식에 한계는 존재할 수 있다. 



상록침엽수에 대한 생육적지 분석 결과와 고사율 데이터 비교 사례(출처 : Kim et al., 2020)  

각 수종에 대해서 생육적지 면적의 변화에 대한 그래프를 작성하였다. 2개의 RCP 시나리오에 따라서 변화 면적은 유사한 경향을 보였으나, 변화 면적의 차이는 RCP 8.5에서 더 큰 것으로 파악되었다. 상록활엽수 4개 종은 생육 적지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낙엽활엽수는 2개 종은 증가하지만, 2개 종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록침엽수는 1개 종만 생육 적지가 증가하고, 4개 종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유형에 속하더라도 세부 수종별로 서로 다른 생육적지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되었다. 본 기고문에서는 지면의 한계로 인해 요약된 연구결과를 담고 있으므로 상세한 연구결과는 해당 연구논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RCP 4.5 (Present 2070s)


RCP 8.5 (Present 2070s)



 

기후변화에 따른 수종별 생육 적지 면적 변화(출처 : Kim et al., 2020) 

소개된 사례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와 같이, 수종별로 서로 다른 생육 적지 변화가 추정되므로 향후에는 보다 다양한 수종에 대해서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 적지의 분포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미래를 추정하는 연구는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수종의 생육 적지 변화에 대한 중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추정 결과의 신뢰도를 검토하거나 보완하는 연구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를 고려한 수종 생육 적지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식재지역 구분도의 갱신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식재지역 구분도와 식재 적기에 대한 갱신을 위해서는 학교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한 연구 수행이 필요하다. 원활한 연구수행과 신뢰성 보완을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조경 및 건설업의 수목 모니터링 데이터의 공유 체계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식재지역과 적기에 대한 자료는 결국 조경 수목의 고사율을 낮추고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면, 관계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앞서 기후변화 대응형 조경에 대한 기고문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기후변화에 따른 수목 식재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경 분야에 몸담은 다양한 구성원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참고문헌
대한주택공사, 2005, 식재지역 구분도
건설부, 1987, 조경공사표준시방서
국토교통부, 2016, 조경공사표준시방서
한국조경학회, 2003, 조경공사표준시방서
한국조경학회, 2008, 조경공사표준시방서
Kim, Jiyeon. Lee, Dong Kun. and Kim, Ho Gul. 2020. Suitable trees for urban landscapes in the Republic of Korea under climate change. Landscape and Urban Planning


글·사진_김호걸 교수 · 청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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