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뒤 열리는 ‘IFLA 세계조경가대회’, 아는만큼 보인다!

[인터뷰] 조경진 세계조경가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라펜트l기사입력2022-08-19

 

전세계 조경인의 축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WORLD CONGRESS 2022)’가 2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세계조경가대회’는 77개국의 나라 조경가 2만 5천 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조직 세계조경가협회(IFL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Landscape Architects)가 지역별로 순회하면서 개최하는 가장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회의로, 전세계 조경인들과 각국 총리나 장관, 세계적인 저명인사들이 참여하는 지구촌 축제이다. 개최 도시와 긴밀히 협력해 도시를 알리는 플랫폼으로 활용되어, 도시환경 및 조경 분야의 ‘국가 및 도시 브랜드’ 상승 효과와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는 8월 31일(수)부터 9월 2일(금)까지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며, 77개국 1,000여 명의 조경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의 조경가에게는 세계 조경의 최신 흐름과 글로벌 의제를 접할 수 있는 자리이자 한국 조경의 성취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며, 기후변화 및 녹색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십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자리이다. 다양한 행사와 투어를 통해 조경 문화의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접점을 찾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팬데믹의 확산, 기술 혁명 및 정치적 갈등과 같은 급격한 변화를 목도한 우리가 ‘다시, 조경의 공공성’을 토론하기 위해 ‘RE:PUBLIC LANDSCAPE’로 정해졌다. 과연 조경은 지구적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한국의 조경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리는 오프라인 축제인 만큼 기조강연과 세션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풍성하게 마련돼 있다. 이에 대해 조경진 세계조경가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에게 들어보았다.

조경진 세계조경가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제58차 IFLA 세계조경가대회’ 개최가 성큼 다가왔다. 그동안 박람회 개최를 위해 조직위를 꾸려 노력해오셨는데, 소감은?

팬데믹이 끝나고 개최하는 첫 세계총회이므로 어려움이 많다. 국제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여러 학회와 협회, 업계 그리고 조직위 분들이 도와주셨다. 여러 업체들의 십시일반으로 7억 가량의 후원금이 모이기도 했다. 조경가가 힘을 모은 것이 의미가 크다.

또한 각 국가나 대륙마다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 재 확산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방역과 안내를 철저히 하고자 한다. 팬데믹 전인 2018년 싱가포르와 오슬로 총회에는 약 1500명의 조경가들이 모였다. 이때에 비해 최소 500명 정도가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연사들은 한 분 제외한 모든 인원이 한국에서 오프라인으로 발제를 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으로 개최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30년 전에 한국에서 열린 총회는 ‘전통과 창조’라는 주제 아래 ‘전통과 문화가 반영된 조경’, ‘농촌문화와 농촌경관’, ‘도시화, 도시생활과 도시경관(도시생태계)’, ‘21세기 조경의 새로운 방향’을 주요 담론으로 논의했다.

30년 후인 올해는 ‘RE:PUBLIC LANDSCAPE’라는 주제 아래 RE:VISIT(조경 유산에 대한 재평가), RE:SHPAE(기후변화 시대 대응 조경계획 설계), RE:VIVE(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일상 속 미학 발굴), RE:CONNECT(도시와 자연의 재연결)의 4가지 소주제를 다룬다.

IFLA 세계총회의 주제를 보면 시대마다 조경이 당면한 현안들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각각의 주제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이번 세계총회의 주제는 우리나라 관점이라기보다는 세계적 관점으로 바라봤다. 19세기 중반, 산업 도시들이 생기면서 여러 위생 문제와 여가공간의 부족 등을 극복하기 위해 런던, 파리, 뉴욕 등에 공원을 만들면서 공공조경이 처음 시작됐다. ‘Landscape Architecture’라는 일종의 직업적 정체성도 이 때 나왔다.

‘RE:PUBLIC’을 번역하면 ‘조경의 공공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혹은 ‘재구성한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된다. 19세기 공공위생, 여가의 차원에서 공원과 녹지가 도시의 허파의 역할을 했다면, 170년 후인 지금의 우리와 맞닥뜨린 문제는 무엇일까? 분명 이전과는 다른 것들을 요청하고 있다. 어쩌면 누군가는 기후위기, 팬데믹, 양극화와 같은 시대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공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조경’이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관점에서 ‘RE:PUBLIC’이라는 주제를 정했다.

동시에 우리에겐 ‘한국조경 50년’이라는 의미도 있다. 한국조경은 1972년 균형 있게 국토를 개발하고 보존하기 위한 전문 분야의 필요성에 의해 정부 주도로 탄생했다. 공공리더십으로 태동한 한국의 조경이 50년이 지난 현재에는 그 공공리더십을 어떻게 발휘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질문들에 세계의 조경가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줄 것 같다. 기조발제 연사인 Henri Bava 프랑스조경협회장이자 조경설계사무소 Agence Ter 대표는 ‘Landscape Red Urbanism’, 즉 ‘Landscape Urbanism’처럼 조경이 도시를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Craig Pocock 뉴질랜드 Beca Group 대표는 ‘Carbon Landscape’,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조경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한다.

둘째 날 Catherine Nagel은 City Parks Alliance라는 NGO단체에서 도시공원이나 녹지가 갖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피력하고 투자와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경이 갖고 있는 이 시대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켜줄 것이다. 

마지막 날에는 Jillian Walliss 호주 멜버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와 Heike Rahmann  호주 RMIT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아시아 조경의 특징과 문화적 맥락을 연결하려는 『The Big Asian Book of Landscape Architecture』의 저자이다. 과거 조경의 경향이 유럽과 아메리카 주도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그 지형이 아시아로 변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이야기 할 것이다. 이밖에도 국내외 다양한 연사들이 발표를 통해 앞선 큰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동시에 한국조경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그에 대한 단서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 소개 부탁드린다.

사전 프로그램으로, 서울에서 약 25명 정도의 국내외 학생이 모여서 디자인 샤렛을 진행하고, 회장단과 각국 대표단 회의가 개최된다.

정식 일정인 8월 31일(수) 첫째 날은 개회식에서 ‘IFLA-AAPME 시상식’과 ‘Geoffrey Jellicoe 시상식’을 한다. 제프리 젤리코 어워드는 2005년부터 시작된 조경계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상을 누가 탈지가 세계 조경인들의 큰 관심거리이기도 하다.

Henri Bava 프랑스조경협회장이자 조경설계사무소 Agence Ter 대표, Craig Pocock 뉴질랜드 Beca Group 대표의 기조강연도 마련돼 있다.

IFLA 세계총회가 열리는 광주 지역은 ‘RE:PUBLIC’이란 관점에서 중요하다. 민주화 운동의 거점이었고, 그곳이 지금은 아시아 문화전당으로 바뀌었다. 이런 서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첫째 날과 둘째 날은 ‘Walk & Talk’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코스는 ▲로컬문화를 볼 수 있는 ‘양림동’ ▲민주화 역사를 볼 수 있는 ‘ACC’ ▲워터프론트인 ‘광주천’ ▲폐선부지를 공원화한 그린거버넌스의 성과인 ‘푸른길’이다.

오후 6시부터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협조로 예술극장에서 오프닝 리셉션이 열린다. 일반인들에게 완전히 오픈돼 있지는 않고 등록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 지역 전문가들과 지역의 중요한 리더들을 많이 모셨고, 약 600명 정도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축하공연으로 대한민국 현대무용의 대가 안은미 컴퍼니에서 기후위기와 조경가의 역할에 대한 공연을 펼치고, 퓨전 국악팀이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릴 예정이다.

건축공간연구원(Auri)과 함께하는 ‘기후변화와 팬데믹 시대의 미래공원과 공공공간’이라는 주제의 특별세션도 마련돼 있다.

둘째 날은 ▲Catherine Nagel 미국 City Parks Alliance 대표 ▲Alessandro Ponchio 이탈리아 Cracknell 대표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스튜디오 테라 대표) ▲정근식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기조강연과 다양한 세션들이 진행된다. 전국 조경학과 학생들이 모이는 세션, 교육자들이 모이는 세션, 박사과정 학생 세션 등 다양한 세션이 펼쳐진다. 또한, 문화재청과 함께하는 ‘유산경관’에 대한 특별세션도 마련돼 있다.

마지막 날은 ▲이만의 한국온실가스감축재활용협회 회장 ▲김정윤 하버드대학교 GSD 교수(오피스박김 대표) ▲Jillian Walliss 호주 멜버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와 Heike Rahmann RMIT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Dong Zhang·Ziying 중국 Tang Z+T Studio 공동 대표의 기조강연이 마련돼 있다.

오후부터는 테크니컬 투어가 마련돼 있다. ▲코스1(광주): 무등산 국립공원 ▲코스2(광주): 아시아문화전당(ACC), 광주민주화운동 유적지, 광주폴리 ▲코스3(광주): 광주호호수생태원 ▲코스4(광주): 광주시립수목원 ▲코스5(담양): 소쇄원, 석영정, 명옥헌 ▲코스6(담양): 죽녹원, 관방제림, 담빛예술창고이다.

오후 5시부터는 폐막식이 열리고 ‘IFLA 2022 학생 디자인 공모전’ 시상식도 함께 개최된다. 이후에는 갈라 디너가 마지막으로 펼쳐진다.

공식 행사가 끝난 다음날인 넷째 날에는 조금 먼 거리까지 갈 수 있는 포스트투어가 11개 코스로 마련됐다. ▲코스1(고창): 해안사구, 상하농원 ▲코스2(신안): 압해도, 천사대교, 자은도, 암태도, 안좌도 ▲코스3(목포): 유달산, 근대문화거리, 삼학도, 갓바위 ▲코스4(강진): 백운동, 다산초당 ▲코스5(해남): 솔라시도 ▲코스6(해남): 윤선도 고택, 대흥사 ▲코스7(완도): 보길도 ▲코스8(순천):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 ▲코스9(순천): 송광사, 선암사, 낙안읍성 ▲코스10(화순): 운주사, 적벽투어, 고인돌공원 ▲코스11(전주): 전주한옥마을, 전주양묘장, 팔복예술공장이다.

8월 31일(수)부터 9월 2일(금)까지 행사 내내 김대중컨벤션 1층에서는 ‘조경*정원 박람회’가 개최된다. 다양한 업체들의 부스가 펼쳐져 있기에 한국조경의 현재를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전시도 함께 기획돼 볼거리가 많다. 대한민국 조경대상, 환경조경대전, IFLA 학생 공모전의 수상작과 조경설계업협의회의 찬조 작품들이 전시돼 해외의 조경 프로젝트와 비교하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박람회는 일반 사람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한국조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준비들도 함께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조경학회에서 한국조경 50년을 정리하는 것에 대한 책을 썼다. 15명이 본 다른 15개의 시선이라는 글과 한국조경 50선을 선별했다. 책은 IFLA 세계총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올 12월 9일 코엑스에서 환경조경발전재단을 주축으로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조경협회가 함께 ‘한국조경 50주년 기념식’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조경분야를 위해서 애쓰신 분들한테 감사를 전하고, 한국조경 초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조강연과 한국조경 50년 책자에 대한 이야기, 한국조경 50선 소개 등이 있을 예정이다. 특히 시대에 맞게 ‘한국조경헌장’을 개정하고 있는데 개정된 조경헌장도 발표될 것이다.

학회차원에서는 10월 28일 열리는 ‘2022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를 ‘한국조경 50주년 기념 학술총회’로 개최해 50년의 역사를 들을 수 있는 기조강연과 학회에서 비전플랜위원회에서 준비해온 ‘비전플랜’도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조경가대회와 한국조경 50주년 기념행사를 함께 준비하시면서 느끼신 한국조경의 강점이 있다면?

외국과 달리 한국은 짧은 시간 내에 빠른 속도감과 추진력, 실행력을 통해 근대화를 이루고 국토개발이 이루어졌다. 한국조경도 마찬가지이다. 예시로 서울은 조경의 관점에서 지난 50년 전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올림픽 개최 등으로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또한, 1995년 민선 시장이 선출되면서 수없이 많은 공원이 조성됐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파리와 미국 등이 도시에 공원 등의 인프라 구축을 하기까지 약 50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거의 20년 안에 모든 것을 갖추었기 때문에 한국조경의 강점은 속도감과 실행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강점은 공공주도의 조경이라는 점이다. 한국조경은 태생자체가 공공주도에 의해 이루어졌고, 여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공공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 조경은 이러한 역사 속에서 하나의 전문분야로 입지를 다져왔기 때문에 공공성이 매우 강하다. 최근 개장한 광화문 광장도 건축분야와의 경합에서 조경분야가 당선된 사례이고, 이로써 또 하나의 조경의 성과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IFLA 세계조경가대회’의 의미는?

외부적으로는 한국조경이 지금까지 성취한 것들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영어로 번역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지만, 조경산업전에서의 전시와 책 발간 등 우리나라 조경의 위상이 올라간 것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 이번 행사가 한국 영화나 음악, 음식과 같이 한국의 조경이 세계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조경계 내부적으로는 30년 전에도 조경계에서 힘을 합쳐 IFLA 세계총회를 치렀듯 올해도 모든 조경인들이 힘을 합쳐 행사 준비를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개인이나 업체 등 수없이 많은 조경인들이 힘을 모았다.

대외적으로도 공공적인 측면에서 정부 부처나 민간, 지자체에서 조경의 역량과 역할이 시대적인 정신과 부합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학생 자원봉사자가 함께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올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번 행사가 미래 세대에게 일종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경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이번 ‘제58차 IFLA 세계조경가대회’는 우리 조경계의 축제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준비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성공적인 개최를 앞두고 있다. 많이 오셔서 참석해 주시길 바란다.
글_한나라 인턴기자 · 한국전통문화대
다른기사 보기
lafent@naver.com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기획특집·연재기사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