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F 인증제, 과도기 진통 중 “인식개선·교육 필요해”

‘공원 BF인증제도에 대한 이해와 대응방안’ 세미나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24-05-02


(사)한국조경협회와 (사)한국건설기술인협회 조경기술인회는 ‘공원 BF인증제도에 대한 이해와 대응방안’ 세미나를 29일(월) 개최했다. 


2021년 12월 4일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제도’ 대상에 ‘공원’이 포함됐고, 2022년 10월 21일부터 여객시설이 포함되면서 외부공간의 조경 구역도 인증 의무대상이 됐다. 건축물의 경우 2015년 7월 29일부터 공공시설이, 2021년 12월 4일부터 민간 시설의 일부가 시행됐는데, 외부 조경 구역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제도’는 편의시설, 이동편의시설 설치·관리 여부를 공신력 있는 기관이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로, ▲지역인증(지역)과 ▲개별시설인증(도로, 공원, 여객시설, 건축물, 교통수단)을 대상으로 한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10조의2에 따라 공원 중 도시공원 및 공원시설은 인증 의무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공원’의 인증 평가항목은 ▲접근로 등 매개시설 ▲유도 및 안내시설 ▲위생시설 ▲편의시설 ▲BF보행의 연속성 ▲종합평가로 구성돼 있으며, ‘최우수/우수/일반’ 등급으로 평가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공원 내/외부의 모든 동선에 대한 접근성을 평가한 경우, 특정 장애가 있는 사용자나 특정 사용자의 사용 편의를 배려한 경우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일반’은 경계 및 경고를 위해 이색이질 재료로 마감한 보행유도존을 설치하는 것이라면, ‘우수’는 전자식 신호장치를 설치하는 것이고, ‘최우수’는 시각장애인 및 일반인의 보행 유도를 위해 보행로에 어울리는 유도레일 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최소 설치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인증등급을 정하지 않으며, 시설 중 해당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는 평가하지 않는다.


예비인증은 개별시설 또는 지역의 설계에 반영된 내용을 대상으로 본인 증 신청 전, 즉 실시설계 완료 후 공사 착공 전에 받고, 본 인증은 공사 완료 후에 받는다.


2022년부터 총 83개의 공원이 BF 인증을 받았으나 아직 제도 정착 초기 단계이기에 여러 조경설계 업체들이 인증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사)한국조경협회와 (사)한국건설기술인협회 조경기술인회는 ‘공원 BF인증제도에 대한 이해와 대응방안’ 세미나를 29일(월) 한국과학기술회관 중회의실5에서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 해설과 장애인 교통약자의 행동특성에 대해(이기영 ‘Barrier Free Design 및 BF인증’ 저자) ▲통합놀이터 조성사례와 기본 가이드라인(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공원 BF인증 사례와 문제점, 개선방안 제시(김성은 네드 지사장)가 마련됐다.


토론에는 김기천 ㈜그룹한어소시에이트 소장, 김인순 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환경부 부장, 서은실 ㈜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이 참여했다.


이기영 제일엔지니어링 부사장, ‘Barrier Free Design 및 BF인증’ 저자,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김성은 네드 지사장 




BF 디자인, ‘장애인’으로 국한해서는 안 돼


BF 디자인(장애물 없는 설계 또는 장벽 없는 설계 등)은 1950년대 후반 미국에서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으로 시작하다가 1961년 스톡홀름 국제학술대회에서 사회정책적 배려의 수단으로 제창됐고, 1974년 UN 장애인 생활환경 전문가 회의에서 ‘Barrier Free Design’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기영 부사장은 “실제 BF 설계를 할 때는 장애인 위주의 개념으로 설계하면 안 된다.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 260만 명 정도가 장애인이고, 장애인의 54%가 노인이다. 장애인 중 44%가 지체장애인, 16%가 청각장애인, 10%가 시각장애인이다. 반면 출산율은 점점 줄어 지난해 0.78명을 낳았다. 2030년이 되면 전체 인구 중 25%가 노인이 될 전망이다. 노인은 시각, 청각, 신체 능력이 저하된다. 즉, 그러니 BF 디자인을 하되, 장애인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여기에 유니버셜 디자인, 인크루시브 디자인 등 모든 개념을 다 통합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순 부장도 “BF 인증은 장애인을 위한 제도,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제도라는 인식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BF 인증을 받기 위해 장애인구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만 인식을 바꿔야 한다. 장애인구는 전체 인구의 5.4% 정도이고, 국토부는 전체 교통약자를 35%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즉, 그동안 인구의 1/3이 불편을 느끼는 시설을 만들어 온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공원 이용자 모두를 위한 제도라고 생각하고 설계해야 한다. 내가 휠체어를 탔다면, 내가 노인이라면, 목발을 짚었거나 시각장애인이라면 어떤 부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낄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설계한다면 답은 나온다. 이러한 상황들에 대한 학습은 관심이 생기면 금방 습득할 수 있다. 적극적인 관심과 반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연금 소장은 “통합놀이터를 넘어 공원에서의 접근성, 공원을 장애인들이 향유하게 하는 문제를 어떻게 균형있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야 했는데, 다양한 신체, 다양한 신경, 다양한 감각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보니 BF 인증제도의 타격을 받는 것 같다. 이제라도 고민해야 하며, 이것이 내재화된다면 여유로운 설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BF 디자인 및 인증제도 교육 필요해


이기영 부사장은 “BF 관련 법이 80여 가지나 있다. 외국의 경우 대학에 BF 관련 강좌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아 실무자가 혼자서 공부해나가야 하기에 힘이 드는 것”이라며, “대학과 직장에서의 BF 디자인 교육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법 중 꼭 봐야할 법으로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에 관한 규칙을 꼽았다.


아울러 “공원 인증을 하다보면 심사 심의보고를 하는데, 건축가만 있을 뿐 조경가는 없다. BF 분야가 어렵더라도 공부하고, 고민하며, 심의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원 BF인증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에서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도출됐다.


서은실 부사장은 “매개시설, 편의시설 등과 같은 공원 BF 지표를 공원의 속성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원 내 위생시설 항목이 점수가 가장 높은데, 해당 시설을 건축물로 별도로 인정해 건축물 인증을 받아야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건물이 여러 동 들어가는 것이 아닌 단순한 화장실의 경우는 공원 인증 한 번으로 끝낼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천 ㈜그룹한어소시에이트 소장 ▲첫 번째 심사 후 보완을 하면 심사위원이 바뀌어 있어 기준이 달라지는 문제 ▲심의과정에서 의견마다 해당 심의를 위한 도면들이 그려지는데, 실시에 사용되는 도면도 아니고, 인력과 시간은 계속 투자되며, 이에 대한 설계비를 따로 받지 못하는 문제 ▲사례들이 모인 플랫폼 및 공식 문의처의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김성은 지사장은 “인증기준이 있긴 하지만 다른 인증에 비해 BF 인증은 심의 위원들의 견해에 따라 방향이 다른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공원이든 건물이든 주변 현황이나 이용자 특성,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강조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일반화를 시키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인증기관 업무 과중으로 인증신청서류 접수 후 약 3개월 후에 인증심사가 진행된다. 심사결과에 대한 조치계획 제출 및 심의요청 후 또 약 1개월 대기 후에 인증심의가 진행된다. 따라서 인증기관의 인력 보충 및 효율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인순 부장은 다양한 문제점과 질문에 대해 답변했다.


우선 공원 BF 지표 및 심사과정과 관련해 “지표는 합리적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지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공원 BF 인증은 2021년 의무화 되면서 설계회사도 심사위원단도 이에 대한 충분하게 이해되지 않은 상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심사단 심화교육을 통해 공원 인증 지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모든 위원이 교육을 들은 것은 아니기에 혼란 적용되고 있는 부분이 상당수 있다”며, “공원 BF 지표는 한국장애인개발원 홈페이지에서 매뉴얼을 올려두었으며, BF 운영기관이 설립되기 전까지는 장애인개발원에 문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에 지속적으로 설계비나 컨설팅비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과, 허가단계나 절차단계를 개선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밖에도 플로어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문의하는 등 공원 BF 인증제도가 뜨거운 감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조경설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로 ‘차량진출입구’가 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 보도와 보도 사이를 횡단보도로 설계하지 말고, 보도로 설계하되 보도와는 다른 색상, 질감을 주고, 차량진출입구간 일부를 경사로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이 조경설계에서 가장 많이 누락되고 있다고 한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 해설과 장애인 교통약자의 행동특성에 대해 발제자료


한편 세미나 서두에 안세헌 (사)한국조경협회 회장은 “조경협회는 조경계의 현안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뜻깊은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김형선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조경기술인회장은 “건설기술인협회는 한국조경협회의 단체 회원으로 가입했다. 양 기관이 세미나나 각종 행사를 함께 개최하는 등 협업을 통해 함께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세헌 (사)한국조경협회 회장, 김형선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조경기술인회장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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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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