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이제 조경에서도 친환경 BIM을 할 각

글_김복영 ㈜림인포테크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21-10-19
이제 조경에서도 친환경 BIM을 할 각



_김복영 ㈜림인포테크 대표



BIM을 도입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설계업무의 효율성을 통해 준공된 시설물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설물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BIM 모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현재 BIM 모델을 활용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보편적인 방안은 디자인 검토를 위한 투시도 및 동영상 작성, 부재 간 간섭체크에 의한 설계품질 검토, 도면 작성 및 물량산출, 기타 건축에서는 빛 환경 및 에너지 성능 검토 등이다.

건설 전 분야에서는 좀 더 체계적으로 BIM 모델의 활용을 나누고 있는데, 구축한 정보 유형에 따라 구분하며 여기에 차원(Dimension)의 첫 글자인 ‘D’를 붙여서 표현하고 있다. 즉, 평면적 2D에 비해 입체적 형상을 활용하여 디자인 검토를 한다는 의미에서 3D, 시간의 차원을 더해 공정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4D, 비용의 차원을 더해 견적이 가능한 5D가 있다. 그 이상의 차원에 대해서는 혼용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에너지 효율성 등 시설물의 성능과 친환경을 의미하는 6D, 시설물의 관리 및 운영을 뜻하는 7D, 그리고 건강 및 안전에 관련된 8D 등이 거론되고 있다(그림 1).

여러 BIM 활용 차원 중에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키워드가 있다. 6D, 즉 친환경 BIM이다. 기후변화와 정보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분야의 패러다임으로 등장하는 ‘친환경’과 ‘스마트건설’이 조합된 막강한 키워드이다. 친환경 시설물을 지향하면서 녹색, 그린(Gree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다 보니 건축에서는 Green BIM이라는 용어도 함께 사용되고 있다. BIM 도입을 앞둔 조경에서도 친환경 BIM을 할 각이다. 그렇다면 생태적 건강을 추구하는 것이 설계의 당연한 과제인 조경분야에서 친환경 BIM은 어떻게 접근해 볼 수 있을까?


[그림 1] BIM의 활용 차원


건축분야에서의 친환경 BIM

McGraw Hill Construction에서 2010년 발간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당시 건설산업에서 이미 친환경 설계에 BIM을 활용하고자 하였다(McGraw Hill Construction, 2010). 이 보고서에서는 시설물의 탄소 발자국, 에너지 성능, 건설자재의 수명 등이 설계에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이 되며, BIM 설계방식이 이에 대한 정량화된 성능을 산출해 줄 것이라고 하였다. 컴퓨터 기술을 건설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건축 BIM에서는 건축물의 성능을 특정한 소프트웨어로 검증 또는 예측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조달청에서도 아직 선택사항이기는 하지만 환경 시뮬레이션에서 개략 에너지효율 및 소요량 검토, 일조시간 및 일영 검토를 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다. 


[그림 2] BIM 기반 친환경설계 프로세스(건축)
이미지 출처 : 고동환(2010)

건축 BIM에서는 기획설계 단계에서 기상데이터 분석, 계획설계 단계에서 음영 및 일조권 분석, 기본설계 단계에서 건물성능 및 에너지 평가, 실시설계 단계에서 실내조도, 주광률, 일사량 분석, 그리고 연간 에너지 소비량 분석 등이 가능하다(그림 2). 구체적으로는 건물의 방위, 자연채광에 따른 냉난방 및 조명에 소요되는 에너지량, 향에 의한 시설물의 태양광 처리, 그리고 개구부를 시뮬레이션하여 시설물의 환경성능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BIM 모델의 속성정보를 활용하면 친환경 인증제도, 에너지 성능평가 등 인증 항목에 대한 성능 분석도 가능하다. 아직 정밀한 환경성능 측정이나 인증제도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BIM 모델을 친환경 BIM 설계에 다양하고 즉각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여러 사례와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경분야에서의 친환경 BIM

BIM 모델은 지형을 비롯하여 속성정보를 가지는 3D 객체들의 집합체로 구성된다. 가상의 모델이지만 이들이 지구상에서의 실제 좌표값을 가질 때 태양과의 방향, 지형지세, 그리고 그에 따른 기후 조건들이 반영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BIM은 입체적 형태를 가지는 ‘정보’ 모델이면서 파라메트릭 변수에 의한 ‘관계지향적’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입력된 속성정보들과 변수 간의 관계를 규명한 함수식을 알고리즘으로 작성하여 시뮬레이션을 하면 설계안에 대한 논리적 분석과 검토가 가능하다. 조경분야에서는 친환경 BIM으로 수목에 의한 대기정화 기능 예측, 열환경지수 검토, 그리고 저영향개발을 위한 우배수 계획 등에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4D 개념을 도입하여 수목 생장 시뮬레이션을 하면 시간적 추이에 따른 환경성능의 변화량도 검토할 수 있다(그림 3).


[그림 3] 수목의 4D 대기정화 기능 사례

또한 도시환경에서 열쾌적성을 고려하여 이용자 활동을 담는 특정 공간을 배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활동량이 많은 어린이들의 놀이터 위치와 시설물을 설치할 때 후보지 중에서 어디에 배치하면 좋을지 적지를 찾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온도, 습도, 태양복사량, 바람 등의 기후 데이터와 주변 건축물, 조경식재, 포장재, 그리고 이용자의 활동 및 의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체감하는 실질적인 열쾌적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다양한 열환경 또는 열쾌적성 지표들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기초 데이터 필드를 수집하면 이러한 지표들의 함수를 활용할 수 있다. Brown과 Gillespie에 의해 제안된 COMFA의 경우, 이용자의 신진대사량과 태양복사흡수량이 더해지고, 대류와 증발에 의한 열손실, 피부에 의한 복사 방출량이 빠진다. 이를 위한 기후 자료로서 기온, 복사량, 풍속이 필요하고 하늘시계지수(Sky View Factor), 수목의 수종별 전도율, 포장재의 알베도, 의복의 단열값, 그리고 인간의 활동별 신진대사율 등의 값이 수집, 입력되어야 한다(그림 4). 이렇게 구해진 COMFA 값에 의해 후보지 중 한 곳을 정량화된 열환경 지수에 의해 선정할 수 있다.


[그림 4] 열환경지수 COMFA 검토 지점 및 계산 알고리즘(부분)

또 다른 친환경 BIM 적용 가능성으로 비교적 간단한 것은 저영향개발을 위한 빗물관리시설의 필요대책량과 설치대책량 산정을 위해 알고리즘을 작성, 활용하는 것이다(그림 5). 모델이 완성되면 부지 및 녹지면적, 그리고 시설 유형별로 빗물분담량이 자동 입력되어 필요대책량이 산출된다. 여기에 투수성 포장재, 침투시설, 침투통, 트렌치 등과 이용시설에 의한 설치대책량이 모델에 의해 구해지면 필요대책량 대비 설치대책량이 충분한 지에 대한 검토를 자동으로 할 수 있다.


[그림 5] 빗물관리시설 대책량 산정식(서울시)과 이에 대한 알고리즘(부분)


친환경 조경 BIM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상에서 친환경 BIM의 적용 가능성을 몇 개의 사례로 살펴보았다. 이 알고리즘들은 Revit의 Dynamo로 작성된 것으로서 환경성능의 정량적 평가를 위한 관계식을 이해하고 논리적 전개를 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BIM 모델에 이 알고리즘을 실행하면 환경성능에 대한 계산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입출력 노드들을 연결시켜 알고리즘을 작성하는 도구들이 웬만한 BIM 저작도구에 구비되어 있다. 그러므로 설계가들은 원하는 주제에서 관련된 관계식 또는 법적 기준 등을 참고로 알고리즘을 미리 작성해 두면 설계 대상지가 변경되더라도 BIM 모델 작성 후 즉각적으로 이를 실행하여 설계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상 3개의 사례 외에도 친환경 설계에 BIM을 활용하는 방안은 설계가에 의해 다양하게 시도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사전에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이 있다. 첫째, 이슈에 맞는 구체적인 데이터 항목과 적절한 정보 형식으로 정의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즉, 수목의 환경성능을 검토하려면 이와 관련된 수목의 대기정화 기능에 대한 정량적 수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특정 위치의 활동이 담긴 공간에서의 COMFA 등 열환경지수를 예측하려면 기후 데이터와 더불어 수목의 복사전도율, 포장재의 알베도, 의복의 단열값, 인간의 활동별 신진대사율 등의 구체적인 데이터 값이 필요하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기간 내에 생성되지 않는다. 앞서 선보인 사례들은 정교한 데이터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할 수 있는 최선의 데이터를 가지고 시뮬레이션 한 것이다. 따라서 결과값은 어설프며 정확한 환경성능을 구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정교한 데이터가 없음을 전제로 하고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선의 데이터와 최선의 관계식으로 시도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데이터가 어떻게 축적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한 LH에서 얼마 전에 수목의 속성정보를 구축하는 연구를 발주한 바 있다. 장기간 지속되어야 할 연구로서 상당히 고무적인 움직임이며 이렇게 앞으로 차근차근 데이터를 구축해 나가면 된다.

두 번째, 환경성능을 구성하는 각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관계식 또는 합리적인 법적 산정기준이 필요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어떠한 관계식도 환경을 묘사하는 데에 완벽할 수 없으며, 완벽한 법적 기준도 있을 수 없다. 자연 및 인공환경을 구성하는 무수히 많은 변수들을 어떻게 다 찾아낼 것이며, 어떻게 다 함수로 표현할 수 있을까? 친환경 설계를 위한 법적 기준이 모든 조건과 부지의 상황에 완벽하게 적용될 수 있을까? 다만 정교한 데이터의 구축과 마찬가지로 관계식과 산정기준을 보다 나은 것으로 수렴시켜 나가는 노력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세 번째, 조경설계가도 이제 알고리즘을 작성하는 코딩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조경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친환경성 등 특정 목적에 대한 시뮬레이션 도구들은 개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코딩을 쉽게 해줄 수 있는 Visual Programming Software 등 지원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도구들은 어렵지 않게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으나 분명히 새로운 도구로서의 학습이 요구된다. 또한 코딩을 하는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은 설계가들이 앞으로 장착해야 할 또 다른 설계도구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경전문가들이 설계안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초기부터 협업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포지셔닝을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오염과 도시홍수, 열섬현상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설계요소들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조경전문가들이지만 지금껏 설계안의 전개 과정에서, 그리고 국토정책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미진했다. 이는 설계안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와 논리를 마련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BIM은 이상적으로 IPD(Integrated Project Delivery, 통합 프로젝트 발주) 방식을 지향하므로 프로젝트의 참여자로서 조경전문가들이 초기에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조경설계요소의 속성정보를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BIM 설계방식은 우리에게 설계 근거를 마련할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따라서 BIM이 건설산업에 확산되어 감에 따라 기후변화 관련 데이터와 관계식을 통해 정량화된 수치로 무장한 조경전문가들이 초기부터 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약할 날들을 기대해 본다. 이제 조경에서도 친환경 BIM을 할 각이다.



참고문헌
McGraw-Hill Construction. (2010). Green BIM: How BIM is contributing to green design and construction.
고동환. (2010). 건물 환경성능 및 에너지 효율 평가를 통한 BIM 기반 친환경설계 프로세스 연구.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계획계, 26(9): 237-247.
김복영. (2019). 도시재해 저감 설계를 위한 조경정보모델의 활용. 서울대학교 박사논문.
_ 김복영 대표  ·  림인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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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im@limresear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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