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고동완 논설주간(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라펜트l고동완 교수l기사입력2014-05-01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고동완 논설주간(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


이 글을 쓰는 4월 29일로 벌써 14일째를 맞았습니다. 노란 리본을 다는 것조차도 미안해서 못 달고 있습니다. 13일이 지나는 동안 가슴 속에 부여잡은 티끌 같은 희망은 어디가고 선사와 선장과 어른들의 욕됨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16일 오전에 늦은 출근을 준비하다가 티브이 앞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원 구조될 듯’이라는 리포터의 멘트를 들으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무슨 청천벽력입니까? 탑승자 인원도 오락가락하고 구조인원은 350여명에서 170여명으로 줄어들고, 이 숫자도 왔다 갔다 합니다. 선장이라는 사람은 가만히 있으라며 악마의 목소리를 남기고 바지도 챙겨 입지 못한 체 먼저 탈출하고, 선원들은 무전기로 연락하며 목숨을 구원하면서도 승객들에게 어떠한 탈출명령은 없었다고 합니다. 아니 핸드폰으로 어딘가와 통화하는 모습에서 승객들의 목숨은 안중에 없는 듯 보였습니다. 구조를 위해 도착한 해경들조차 사태 파악을 못하고 우왕좌왕 속에서 100여분을 보내면서 세월호의 완전 침몰을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100여분 동안 아무도 선실로 구조하러 가지 않았습니다. 300명이 넘는 국민이 침몰하는 배에서 구조를 기다려왔지만 14일 동안 대한민국은 단 한 명의 국민도 구하지 못하였습니다. 침몰 4일 후에야 희생자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그리고 14일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100명 가까운 국민이 차디찬 바다 속에 있습니다.


지금이 어느 때입니까? 여기가 어디입니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선장과 선원이 배를 버리고 먼저 도망간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원양도 아닌 연안 내해에서 여객선이 침몰하다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급박했던 100여분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300명이 넘는 수몰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 믿어집니까? 대한민국 최대의 참사라고 합니다. 이는 지난 14일은 대한민국 재난 구조의 치욕이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태 수습을 위한 정부의 활동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 그 자체였습니다. 정부 책임자라는 총리는 아직 113명의 실종자 시신 수습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총리직 사퇴를 발표하며 발을 빼고 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대한민국의 무능과 무책임, 그리고 뻔뻔함에 너무도 화가 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너무도 창피합니다.


국민이 있어 국가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의 의미가 없습니다. 가까운 역사에서 보듯이 민심의 이반과 역성은 결국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서 비롯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사고의 원인과 구조의 무능에 대한 책임과 응징이 있어야 합니다. 국가가 300명이 넘는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사죄하는 일은, 그렇게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넋을 위로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그 책임에 대해 응징하는 일입니다. 선사와 선원, 해운 관리자, 해경, 해수부, 재난구조팀, 정부와 대한민국은 300명이 넘는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벌을 받아야 합니다. 철저하게 응징되어야 합니다.


항상 그렇지만 사고가 터지고 나니 어디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습니다. 사고의 일차적 원인과 책임은 현장에 있습니다. 왜 3등 항해사가 선장의 역할을 맡았는지, 그 동안 선정은 무엇을 하였는지, 왜 갑자기 방향을 바꿨는지, 조타기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등은 조사를 통하여 밝혀 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승객 구조는 물론 자신의 선박을 버리고 허겁지겁 도망간 선장과 선원들의 직업정신을 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한다는 씨맨십(seamanship)은 기대하지 않아도 500명 가까운 승객의 목숨을 생각한다면 탈출 명령과 1차적 구조 활동은 뱃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의무가 아닐까요. 이에 대하여는 아무리 과한 비난을 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자기만 먼저 살아 보겠다고 도망을 가는 이러한 선장과 선원들에게 어떻게 여객선의 운항을 맡길 수 있었는지 대한민국의 제도와 관습 또한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며, 책임을 물어 응징해야 합니다.




많은 국민이 공감하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은 세계 12위의 선진국이라고 자랑합니다. 그리고 선진국에 걸 맞는 문명화를 요구하고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가지라고 합니다. 경찰청장을 지낸 분은 선진국이 되려면 슬퍼하는 방식도 격을 높여야 한다고 하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아들은 국민은 아직도 미개하다고 합니다. 정말 분통이 터지는 발언입니다. 그런데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그 세월호는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쓰다가 퇴출시킨 중고 선박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승객과 화물을 더 싣기 위해서 안전 운항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부분까지 구조를 변경했는데도 아무 통제도 없이 운항을 해왔다고 합니다. 이 선박의 화물적재 기준은 1,070톤이지만 이번에 3,963톤으로 3배 이상의 화물을 적재하였고, 화물 결박에도 문제가 있었으며, 평소에도 복원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세계 12위의 선진국이 20년 된 중고 선박을 구조 변경을 하여 국민을 운송하도록 허락하는 법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창피합니다. 객실 증설과 구조변경에서 국민의 안전은 티끌만큼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에 화가 납니다. 이 또한 책임을 물어 철저하게 응징해야 합니다.


이번 사고의 근원적 책임은 선박과 선사에게 있지만 선박의 운항관리규정을 승인하고 감독하는 정부기관들, 즉 해경, 인천해양항만청,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그리고 해양수산부와 정부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해양운송의 구조적 모순과 적폐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더 크게 분노하는 것은 사고 이후의 구조과정의 무능과 혼란입니다. 특히 일부 정부기관의 무사안일과 보신적 행태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이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너무 창피합니다. 미안한 표현으로 저개발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연안 여객선 침몰 참사가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발생하였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지만 그 구조와 수습 과정의 무능과 혼란은 국가가 국민을 지키는 직무를 포기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그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하고 책임에 맞게 배상하게 해야 합니다. 그 책임에 맞게 철저히 처벌하고 응징해야 합니다. 이제 대통령은 원인과 책임, 배상과 응징을 명령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적폐의 동색이라 간주할 것이고 이제 더는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더 근원적인 이유는 따로 있는 듯합니다. 20년 중고 선박을 고쳐서 해운을 하는 것도, 객실을 증설하고 화물을 3배 이상 초과하여 적재하는 것도, 항로를 독점하려고 로비를 하는 것도, 전직 관료가 지휘 감독해야 할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러 가는 것도, 그리고 구조 활동이 우왕좌왕하고 무사안일과 보신 행태도 모두 그 놈의 돈 때문입니다. 해운은 여객보다는 화물이 돈이 된다고 합니다. 화물 과적에 대해 돈이 되다보니 조금이라도 더 싣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강변합니다.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을 추앙하는 어른들의 돈에 대한 집착과 욕심이 결국 꽃처럼 아름다운 300여명의 젊은 영혼을 차디 찬 바다에 수장시켰습니다. 결국은 돈이었습니다. 돈이 뭐길래... 언제쯤이면 대한민국이 돈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요.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 아니어도 국민의 생명이 지켜지는 사람 사는 대한민국이기를 소원합니다. 이것이 300명 국민에게 용서를 비는 길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어른들 모두를 응징해야 합니다.


_ 고동완 교수  ·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다른기사 보기
dwko@kgu.ac.kr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