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식목일, 그리고 왕벚나무와 목련

글_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라펜트l남수환 실장l기사입력2022-04-04
식목일, 그리고 왕벚나무와 목련



_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사업실장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이 지났다. 서양에서는 춘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며칠 전에는 강원도와 경기도에 눈이 내리기도 했지만 오는 봄의 기운을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남부지방에서는 목련이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벚꽃이 만개했을 만큼 봄은 성큼 다가왔다. 꽃들과 함께 봄이 오니 막상 기다렸던 마음만큼 여유가 없다. 늦기 전에 무엇인가를 심고 가꿔야 안정을 찾을듯하다. 인간에게 있다는 경작본능 때문일까. 그래서 식목일이 있는 건 아닐까. 

식목일은 나무를 심기를 통하여 국민의 나무사랑 정신을 북돋우고 산지자원화를 위해 제정되었다. 1982년에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공휴일이었지만 2006년에 공휴일에서 폐지되었다. 초등학교시절 식목일이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당 한켠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책 속에서 보는 행사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산림청 등 정부기관과 지자체에서는 꾸준히 식목행사를 하고 있다. 숲과 나무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식목행사에서 또 하나의 흥밋거리는 식수로 이용되는 나무이다. 심는 사람이야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신경이 쓰인다. 의미 있는 행사를 위해서는 주인공인 나무가 중요하지 않을리 만무하다. 그래서 꽃말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며 식수를 정한다.

그렇다면 식목일의 식수는 어떤 나무가 좋을까. 그 동안에는 산야에 흔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나무부터, 우리나라에만 있지만 멸종될 위기에 처한 구상나무까지 다양한 나무를 식재하였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나무를 식재할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내가 근무하는 수목원과 지인이 근무하는 식물원에 물어봤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두 개 기관의 기념식수가 일치했다. 바로 왕벚나무였다. 왜 두 개의 기관에서 왕벚나무를 기념식수로 정했을까.

왕벚나무는 일제 강점기인 1908년에 프랑스 신부인 다케에 의해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이후 1962년 식물학자인 박만규 박사에 의해 자생지가 재확인 된 우리나라 토종 벚나무이다. 토종 벚나무라는 연구 결과는 최근에 밝혀졌으며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서로 다른 식물이라고 한다. 이의 증명을 위해 국립수목원의 지원으로 명지대와 가천대에서 왕벚나무의 전체 유전체를 해독하였다. 이런 과정을 고려하면 왕벚나무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벚나무를 일본 원산의 나무라고 알고 벚꽃놀이는 좋아하면서도 막상 벚나무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않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벚나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벚나무만큼 화제가 되지는 않지만 또 하나 잘 모르는 식물이 있다. 목련이다. 목련 또한 우리나라 제주도에 자생하는 토종식물이다. 꽃이 크고 아름답다보니 공원이나 정원에 많이 식재한다. 하지만 내륙에 있는 목련은 자세히 보면 목련이 아닌 중국 원산의 백목련이 대부분이다. 둘 다 화색이 흰색이니 일반인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흰색이면 목련으로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공원에 식재된 대부분의 목련은 백목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백목련이 더 많이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국회를 방문했던 일이 있었는데 개화한 목련이 있었다. 이름표에 목련이라 쓰여 있어 유심히 살폈는데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의 목련이었다. 목련과 백목련의 구분법은 꽃잎의 아래쪽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새부리 모양의 꽃받침화피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 세계는 지금 탄소중립을 위해 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정책을 이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3월 25일이면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된다. 탄소중립에 있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탄소흡수원을 늘려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식목일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날에 식재하는 식물이 우리나라의 식물이면 어떻고 외국 것이면 어떠냐고 물을 수 있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왕이면 우리가 심는 나무에 대해 더 자세히 알면 좋지 않을까. 나무의 이름은 무엇이고,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원래 어디에 살고 있었는지... 또 우리환경에서 오랫동안 자라온 우리나라의 식물을 식재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_ 남수환 실장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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