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당선작을 대하는 첫느낌

[특별기고]조세환 한양대 도시대학원 원장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2-04-28


1등작(West8+이로재 컨소시엄)

큰 기대로 관심을 모았던 용산공원 국제현상경기 결과가 발표되었다. 당선작은 네델란드 west 8의 대표 조경가 ‘Adriaan Geuze’와 건축 파트너로 한국의 이로제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결정됐다.

 

한국의 조경가들이 주관이 되어 참여하였던 6개사는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번 경기는 한국에 조경이 도입된 지 40년이 되는 해에 한국 조경가들의 국제적 맥락에서의 현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 매우 관심도가 높았었지만 안타까움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단순한 안타까움의 감성만으로 실망할 필요가 없다. 모두들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공부와 느낌이 결코 남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한국조경가가 당선작을 내지 못했나? 이것을 분석하고 반성하여 추후 세계로 진출할 기회를 노려보는 것이 오늘의 결과가 주는 실보다는 앞으로 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실패한 이유로는 첫째, 한국조경은 그동안 외국의 조경에 너무 찌들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찌들었다는 것은 스스로의 자신감과 한국성에 대한 자부심이 결여되어 왔던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진단해본다.

 

사실 그동안 우리가 미국,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조경을 배경과 의미보다는 형식이라는 틀을 빌어서 사용해 왔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었다.

이번 경기에서 우리는 한국성(이미지) 강조에 대한 허를 찔리고, 한순간에 무너지는 아픔을 맛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만큼 친숙한 개념인 백두대간의 이미지 도입을 유럽의 west 8에게 빼앗겼으니 하는 말이다. 사실 이번 심사에서는 '백두대간과 호수'(상단 이미지)를 그려놓고 '역사와 생태를 치료'한다고 전개시켜나간다는 west 8의 쉽고 쉬운 이미지 전략이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첫인상을 남기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대체로 첫 감흥(sensation)이 그 다음의 지각(perception)과 인지(cognition),연상(imagination), 행태(behavior) 등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조경가들은 작품 준비기간 동안 정말 동시대 지식정보를 꿰뚫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이론을 전개하고, 수문학적 과학을 대입하고, 한국적 공간을 탐색 및 적용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치열하게 전개시켰지만 백두대간이라는 한국적 이미지를 가장 큰 그림으로 그려낸 west 8의 작품에 가려지거나 그늘져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이러한 한국적 이미지 형성에 일차적 가중치가 주어진 것은 21세기 대형공원이 나가야 할 뚜렷한 줄기의 새로운 지평 즉, 도시대형공원이 녹색의 섬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어떻게 도시와 소통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할 것인가? 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심사를 뒷전으로 밀려나게 했을 수도 있었다는 가정과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 대형공원이 주변부 도시와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상호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디자인 되어 있는가? 대형공원 주변부에 새로운 녹색기반을 확산시켜 나갈 수 있는 의도된 디자인인가? 대형공원이 도시를 재생시켜 새로운 도시의 모형으로 진화시켜 나갈 수 있는 현재미래형 디자인인가? 등 미래 도시대형공원들이 갖춰야 할 중요 스토리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사실, 이번의 Adriaan Geuze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들만의 고유한 설계방법론을 적용한 결과임이 드러난다. Geuze가 디자인한 세계 곳곳의 작품을 분석해보면 그 지역 또는 장소와 관련한 향토성을 설계작품의 인프라로 까는 것이 그 첫 번째 전략이다.

 

그 지역에 가장 이미지성이 높은 대상이나 장소의 실체 또는 이미지를 선정하고 그 위에 기능, 맥락, 흐름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중첩시키는 것이 그의 두 번째 전략이다.

 

이렇게 향토성 인프라 위에 담아야 할 프로그램을 깔고 그 배경에 다시 네덜란드 고유의 풍경 또는 조경양식을 덧칠하는 것이 그의 세 번째 전략이다.

 

이번 Geuze의 용산공원 국제현상경기 작품과 관련하여 그의 3가지 독특한 설계전략 관점에서 분석해보면 그 지역의 풍토성을 먼저 찾는다는 그만의 검증된 설계방법론을 적절히 적용하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사항은 한국조경이 앞으로 지향해야 하는, 또 추구해 나가야 할 사항은 해외양식의 형식적 모방이 아니라 우리만의 독자적 방법론의 모색이라는 점을 깨우칠 수 있다.

 

이것과 관련하여 우린 또 한가지 숙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적, 한국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찾기다. , 우리가 해외 작품전에 나갈 경우 Geuze의 세번째 전략인 마지막으로 덧칠할 한국성으로 무엇이 있는가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가 평소의 작품속에서 우리 스스로 정의하고, 찾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과거 한 때 불붙었던 한국성에 대한 논의에 대해 다시 한번 불 짚여 볼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실패 없이 성공을 지속할 수가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는가! 오늘의 결과는 향후 한국조경 40년의 바라보며 우린 거친 호흡을 길게 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음을 인지토록 하는 단서가 되었으면 한다. 용산공원 실패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점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고 싶다.


조세환 원장(한양대 도시대학원)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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