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이름부터 바꿔야, ‘산림조경청’으로

수목원법 개정안 반대를 위한 토론회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4-04-15

(사)한국조경사회와 한국정원문화협회가 4월 11일(금) 한국과학기술회관 지하1층 소회의실2에서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수목원법) 개정안 반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주현 회장((사)한국조경사회, 한국정원문화협회)은 개회사에서 “ ‘수목원법 반대를 위한 토론회’라는 명칭에서 보여지 듯 이 자리는 수목원법을 찬성하는 일부를 설득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수목원과 정원을 병치해 같은 위계로 두는 법개정안 2건이 제출되어 있는 상태다. 토론회 명칭과 정주현 회장의 발언처럼 수목원법 개정에 대한 조경계의 반대의사는 명확해 보인다. 과거 산림청은 막대한 예산을 정원산업 육성에 투입하고, 조경분야의 참여도 확대시킨다고 했었다. 그럼에도 조경분야가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제자인 진승범 부회장((사)한국조경사회)은 3가지 쟁점을 논리로 풀어나가며, 조경계 주장의 정합성과 당위성을 증명하였다.



진승범 부회장((사)한국조경사회)


쟁점1. 정원의 정의는 올바르게 규정되었는가?

먼저 정원의 정의다. 경대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수목원법 속 정원은 “식물, 시설물 등 자연적 요소와 비자연적 요소를 전시, 배치, 재배하거나 가꾸기 등을 통하여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정의하고 ‘국가정원, 지방정원, 개인정원, 공동체정원’으로 구분지어 놓았다.


반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정원을 ‘집에 딸린 뜰이나 동산’으로 정의했다. 집이나 궁궐, 서원, 사찰 등 단위적인 건물에 딸린 뜰이나 동산과 못 등을 가꾸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사전적으로 정원은 ‘공공적 차원(공원)이 아닌 사적소유로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고 명시해 놓고 있었다.


진승범 부회장은 공간적 위계를 통해 정원의 정의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큰 의미에서 정원은 ‘주택정원, 공원, 식물원, 수목원, 궁원, 사찰정원 등’에 공간적 유형을 두고 있으며,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의미로는 주택정원(개인, 공동주택)은 좁은 의미로 통용되는 ‘정원’이라는 것.


현재 공원은 국토부 소관법률인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서, 궁원과 전통정원은 문화재청 소관 문화재보호법에서 관리된다. 개념적으로 수목원을 포함하는 식물원 역시 환경부 소관으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좁은 의미로 사용하는 정원 역시, 건축법의 ‘대지의 조경’에서 이미 다루어지고 있다.


진 부회장은 “그렇다면 수목원법의 정원의 정의는 과연 올바른 정의일까? 개정안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이름을 바꾼다고 했는데, 수목원과 정원이 수평적 구조로 병치되는 개념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렇지 않다’라고 힘 주어 주장했다. 족보로 치면, 정원과 수목원은 방계가 아니라 직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목원은 수목정원의 준말로 ‘정원’이란 큰 울타리를 포괄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수목원법 개정안의 정의는 정원의 올바른 정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쟁점2.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은 ‘정원’인가?

정원박람회장의 정원은 개별 구성요소일 뿐이고, 개별정원을 아우르는 주변공간은 공원 성격을 갖게 된다. 개별정원이 모인 합이 정원일 순 없으며, 박람회의 주제와 명칭이 개최 장소의 공간적 성격과 용도를 규정짓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정원을 이용한 박람회가 끝나면, 공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며, 진 부회장은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1993년 대전엑스포, 경기정원문화박람회장, 1990년 일본 오사카 국제 꽃과 녹의 박람회장’ 처럼, 이들 박람회장은 공원에서 개최되거나, 개최 후 공원으로 지정해 관리되어지고 있다.


즉 진 부회장은 ‘순천만정원’은 공원으로서, ‘국가정원’이 아닌 용산공원과 같은 ‘국가공원’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며, 순천시는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정의화 의원 대표발의)’ 통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국영공원 17개소가 정부의 지원을 통해 조성돼 있다. 제2호, 제3호 국가정원보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조성을 위한 국가공원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쟁점3. 산림청이 ‘정원산업’을 소관하는 것이 합당한가?
정원의 역사가 곧 조경의 역사이다. 정원의 조성기술 발전이 ‘조경학’을 태동시켰기 때문이다.


진 부회장은 “산림청은 정원을 새로운 사업분야로 보고 의지를 갖는다고 한다. 그러나 정원은 새로운 사업분야가 아니며, 그것을 산림청이 할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나라 조경분야 내부만의 생각이 아니다. 정원 관련 업무는 한국표준산업분류와 한국표준직업분류(기획재정부 통계청)뿐만 아니라 미국 산업분류체계(NAICS)와 국제 노동기구(ILO)에서 조경 분야와 관련 종사자들의 업무로 명시하고 있다.


1967년 6월 6일자 매일경제신문 6면에는 정원의 설계시공에 대한 한국조경연구소(소장 장문기)의 광고가 실리며, 과거부터 정원 조성은 ‘조경분야’의 고유업무임을 알려오기도 했다. 



1967년 6월 6일자 매일경제신문


진 부회장은 “산림청은 정원소재업을 왜 따로 만들려고 하나. 조경소재가 정원소재인데, 산업분류를 더 이상 만드는 것은 중복”이라며 산림청 본연의 숲가꾸기 업무에 충실히 할 것을 요청하였다. 최근 KBS 보도를 보면, 지난 10년동안 연 평균 2천억 이상 국민세금이 투입된 숲 가꾸기 사업에서, 중복 시행으로 85억 세금이 낭비된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게 중복시행된 곳이 2007년 이후 5년간 만 여의도 면적의 38배인 만천 헥타르에 달했다.


진승범 부회장은 “산림청은 민둥산을 푸르게 만들었다고 손놓지 말고, 정말 건강한 산림, 질을 높이기 위한 사업에 매진해야 한다.”며 개정안의 정원관련 내용부터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정원 규정을 만들고자 한다면 진정한 정원을 들고 조경계와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주현 회장((사)한국조경사회, 한국정원문화협회)



사회 최윤석 위원장(한국정원문화협회 법제 정책위원회)


산림청, 도시로 내려오려면 이름부터 바꿔라. ‘산림조경청’으로

토론에서 이민우 교수(공주대)는 “이번 수목원법이나, 도시숲법처럼 산림청이 도시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산림청이 ‘녹색문화청’ 또는 ‘녹색기반청’으로 이름부터 바꾸려는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수목원법에 정원을 붙이려 하기보다는 단독으로 제정안을 들고 나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수목원법 속에 정원의 개념을 넣으면,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된다는 경고도 있었다. 전통정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관이며, 공공정원인 공원 역시 국토교통부 소관이기 때문에 중복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진승범 부회장은 “정원을 조성하는 법률로서 정원법은 필요가 없다. 중복사무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화로서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정원법”이라고 덧붙였다.


김한배 회장(한국조경학회)은 “산림청이 정원을 다루었던 예는 전 세계적으로 찾을 수 없다. 앞서 이민우 교수처럼 업무분야 혁신을 위해 다루고 싶다면, 이름을 ‘산림조경청’으로 명시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정주현 회장도 “정원문화가 확대된 것은 우리집에 정원을 갖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주거문화 변화란 큰 틀에서 정원을 제안해야 하는 것이다. 산림청이 식물원법도 제대로 법제화 시키지 못하면서, 더 큰 범위인 정원을 법제화하려는 시도는 ‘무식의 소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공간적, 장소적 영역의 무리한 의미확장은 어불성설”이라며 강하게 주장했다.


산림청, 관련부처 타협없어도 밀고간다
이 자리에는 산림청의 김용관 과장(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등 산림청 관계자도 참석하였다. 김 과장은 “현재 수목원법 개정안에 대해 국토부, 농진청도 반대하고 있다. 당연히 국토부나 농진청과 협의가 진행되어, 타협점을 찾는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국회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원래 계획했던 개정안에 앞서 이낙연 의원이 먼저 국회에 제출하는 바람에 조경계 의견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말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주현 회장은 “정원법은 조경계가 중심을 잡고 추진해야 할 분야로 서두를 이유가 없다. 오히려 조성률 40%에 그치고 있는 도시공원 조성이 시급한 때”라며, 충분한 명분과 논리가 없이 정원법 추진은 합당하지 않다며, 앞으로 개인이 정원을 가질 수 있도록 주거문화 변화에 정부가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용관 과장(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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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_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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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청 쎄네요.^^ 응원하고 성원합니다.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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