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환경개선사업과 조경의 역할

글_백운해 단장(한국토지주택공사 성남재생사업단 단장)
라펜트l백운해 논설주간l기사입력2014-05-15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조경의 역할


글, 사진_백운해 단장(한국토지주택공사 성남재생사업단)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빠른 속도로 도시규모가 확장되었다.


1970년대 이후 산업화, 도시화과정에서 대량 공급된 주택들은 1980년대 대규모 신규주택 공급을 위해 수행된 택지개발과 신도시 건설 등을 통한 신시가지 개발에 집중되면서 점차 노후화되었고, 주거여건까지 열악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정비를 필요로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이 바탕이 되어 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의하면 정비사업은 크게 주거환경개선부문과 도시환경개선부문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주거환경개선부문은 주거환경개선사업, 주택재개발사업, 주택재건축사업 등으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주택재개발이나 재건축은 지역내 모든 시설물을 철거하고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 택지개발사업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주거환경개선사업(현지개량방식, 공동주택건설방식, 환지방식 등이 있다) 중 현지개량방식은 밀집된 거주공간의 일부를 철거하여 기반시설을 설치하거나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면철거를 통한 개발방식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부연하자면, 현지개량방식을 통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노후하거나 불량한 건축물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도로, 공원, 주차장 등 정비기반시설을 효율적으로 설치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례중 하나로 성남시 중원구 은행2동 약 18만 평방미터 규모로 시행 중인 현지개량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살펴보자.


이 곳은 기존 1,082동에 해당하는 건물의 40%인 431동을 철거하여 도로를 확장하거나 신설하고, 공용주차장 7개소, 공공청사(동사무소) 1개소, 사회복지시설 및 청소년 수련시설 3개소 그리고 공원 및 광장 18개소를 조성하는 현지개량방식의 대규모 주거환경개선사업이다. 2009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보상을 수행하고 2011년 지장물 철거공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안에 마무리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성남시에서는 6천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것은 조경에서 수행할 부분인 공원과 광장에 관한 내용이다. 이 곳에는 기존 계획상 어린이공원 2개소, 소공원 14개소 및 광장 2개소가 조성되도록 계획되어 있다. 이중 어린이공원 1개소만 8천여 세대에 달하는 주민이 이용했던 기존시설이고 나머지는 주택의 철거에 의해 조성되어지는 신규 공원과 광장이다. 그런데 소공원 14개소는 1천평방미터 전후에 해당하는 4개 공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10개소는 200평방미터 이하인 아주 작은 규모의 공원들이다. 또한 이러한 소규모의 공원들은 주거건물에 근접해있어 주민들의 적극적인 이용이 필요하나 소공원으로 지정되어있어 시설면적에 제한(면적의 20%)을 받는 실정이다. 주민의 적극적인 이용에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당초 의미까지 퇴색될 우려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성남시와의 협의로 소규모 공원을 광장으로 변경시켜 주민의 적극적인 이용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비교적 규모가 큰 4개 소공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성남은행지구는 구릉지에 조성된 소위 달동네 지구여서 주택의 철거로 조성된 공원이 대부분 스키장 슬로프를 방불케하는 경사를 가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택이 철거된 위치에 공원이 조성되기 때문에 토양도 좋지 못해 식재지는 전면 객토를 해야하는 형편이다. 이런 슬로프를 극복하고 주민에게 휴식과 건강을 줄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현지개량사업지구의 특성에 부합하는 새로운 설계기법 도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상의 은행지구 여건을 검토한 내용을 토대로 주거환경개선사업중 현지개량방식의 적용시 조경에서 고려해야 할 내용을 몇 가지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주거지 주변은 소규모 휴식 및 건강을 위한 공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되 실질적인 활용을 위하여 소공원보다는 광장으로 용도를 지정해야 한다. 더불어 주변 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계획에 반영시킴으로써 이용이 극대화 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은행지구의 설계를 보면 소공원으로서의 법규 준수를 위해 녹지가 계획되어 있으나, 대부분 주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들이어서 답압에 의한 훼손이 우려되는 곳이 많았다. 또한 시설면적률이 낮아 주민의 이용을 위한 시설의 설치가 어려운 상태여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주택가 소규모 공원부지(좌)_ 주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실용적인 공간의 조성이 필요하다. 
중규모 소공원부지(우)_ 경사극복을 위한 특화설계를 통한 가용지 확보가 절실하다.


다음으로는 중규모(2,000평방미터 정도)의 소공원 또는 어린이공원은 지형을 극복하기 위한 계획의 발굴 및 반영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거환경개선사업의 대상이 되는 지역은 과거 경사가 심한 구릉지에 조성된 소위 달동네에 대한 개선사업이 다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공원 역시 거주밀도를 고려해 볼 때 녹지의 제공보다는 주민의 활용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경사극복을 위해 녹지를 완만하게 조성한다면 실사용을 위한 가용지 부족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경사를 적극 활용한 새로운 휴게, 놀이, 운동공간을 창조하거나 옹벽으로 처리하여 가용지를 확보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옹벽면은 어린이 작품설치 등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활용공간으로의 이용까지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철거후 도로조성 모습(좌)

주택철거후 확장된 도로조성 현황(우)_ 도로의 경사가 심함을 느낄 수 있다.


그 밖에 주택의 철거로 형성된 공원의 녹화를 위해 열악한 토양의 개선방안이 반드시 수립되어야 하며, 구릉지의 지형을 고려한 무장애(Barrier Free)설계도 필요하다. 또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일부 폐쇄된 지역의 우범지대화를 개선하기 위하여 범죄예방을 위한 디자인(CPTED)도 조경설계시 반영되어야 할 주요한 고려사항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도시재생이란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도시정비사업으로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소멸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면 철거보다는 기능회복을 위하여 개선해나가는 것을 말한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도시재생을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도시재생은 사람이 사는 기존 환경을 존중하면서 공간의 물리적 재생과 함께 공간에 담긴 시간성(역사성)과 삶의 사회적 관계망을 재생하기 위하여 거주자의 의향과 요구에 부합되는 개선을 해나가는 작업이란 것이다. 이렇게 보면 도시재생은 도시정비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용어로 해석된다.


이를 볼 때 현지개량방식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도시재생의 개념을 살려서 도시를 개발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로 생각된다. 도시재생의 정의에서 나타나 있는 물리적, 사회적, 환경적 활성화에 부합되는 기존 도시의 문화와 역사성을 이어나가는 도시정비사업에 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는 위치에 있음을 자각하고 여건에 맞는 새로운 계획 및 설계를 창조하여 그 몫을 충분히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글·사진 _ 백운해 논설주간  ·  한국토지주택공사 성남재생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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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baek@gug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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