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용산공원을 생각한다

백운해 논설위원(LH공사 동탄사업본부 전문위원)
라펜트l백운해 전문위원l기사입력2016-05-31
용산공원을 생각한다



글_백운해 전문위원(LH공사 동탄사업본부)

어느새 2년이 넘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2013년 하반기, 필자는 용산미군기지사업본부 용산사업처장으로 근무하면서 용산공원에 관한 내용을 가까이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용산미군기지 내부는 겨우 한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용산의 미군기지 내부를 보다 상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바깥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세상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일제 강점기부터 존재했던 건물들을 비롯하여 역사적 기념물, 군대막사, 다양한 지형형태 및 도로들, 근래에는 보기 힘든 담장, 그리고 각종 수목들... 필자도 군생활을 의정부에서 카투사로 근무했기 때문에 미군부대 내부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산 미군기지는 모든 것이 바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런 모든 요소들을 일부만 정비하여 외부인에게 보여주어도 커다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간 진행되었던 계획의 내용들을 보면 이러한 현황과는 차이가 있는 현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계획이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과연 이러한 계획들이 국가공원으로서 얼마만큼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이러한 특수한 현실을 버리고 우리나라, 아니 외국에서라도 볼 수 있는 그런 일반적인 공원을 조성해야만 하는 것일까?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여 다른 곳에는 없는 특별한 공원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 것인가?

용산공원에서 추구하는 비전을 보면 ‘자연과 문화, 역사와 미래가 어우러지는 열린 국가공원’에서 ‘민족성 및 역사·문화성을 갖춘 자연생태 및 국민휴식공간인 국가공원’으로 수정되었고, 부지(역사)를 존중하는 계획, 생태적 계획, 통합적 계획 그리고 참여적 계획을 추구하는 ‘과정중심의 공원’을 강조하고 있다. 내용상으로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 중심의 공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상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분석이다. 용산공원 부지는 미군기지라는 특성상 현재는 상세한 조사를 시행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알고 있다. 제대로 된 현황조사가 가능한 시기까지는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물론 계획의 방향에 대한 활발한 논의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상지에 대한 조사 및 분석만으로도 적어도 1~2년은 할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조사분석에 대한 용역을 따로 발주하여 식생조사시 방형구를 만들어 세밀하게 조사하듯이 구역을 세분하여 정밀하고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이러한 세밀한 조사에는 생태적인 조사 및 분석뿐만 아니라 경관적인 측면에서의 조사도 반드시 병행하여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관현황 및 조사방법에 의거하여 부지내 각종 경관요소 및 시지각적 현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거쳐 그 내용을 공원의 경관을 조성하기 위한 계획에 차질 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는 분명히 차별화된 공원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용산국가공원 조성에 있어 도시재생의 개념을 도입할 수 있었으면 한다. 역사·문화와 미래 기술의 연계와 융합을 통한 국가공원으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용산공원부지 재생전락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용산공원 재생위원회를 조직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지내부에 있는 하나하나의 요소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양도성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용산기지, 한성백제유적, 성균관과 문묘를 추진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용산기지의 경우 공원부지내의 시설 및 자원들이 대부분 보존되고 이를 재창조함으로서 군주둔지가 국가공원으로 재생되어 우리나라 아니 해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용산공원만의 특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의 역사는 과거의 역사위에 계속 축적되어 나가는 것이다. 설령 과거의 그것이 굴욕의 역사라도 제거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자료들을 보존하여 후세에 보여줌으로서 스스로 각성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용산공원이 조성될 자리에 있는 모든 것들이 역사요 교육이며 훌륭한 공원재료들이기 때문에 버릴 것이 하나 없다고 느껴진다. 개발론에서 공원론으로의 변화는 바람직하나 공원이 ‘개발’되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말은 반 정도는 준비되어야 시작할 수 있고 그래야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해본다. 대상지의 철저한 조사와 분석은 공원에 대한 해답을 말해줄 것이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부디 철저한 현황조사와 면밀한 분석을 통하여 부지의 특성을 살린 대한민국 고유의 공원이 창조되어 세계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앞 다투어 방문하는 그런 상상을 해본다.
_ 백운해 전문위원  ·  한국토지주택공사 동탄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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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baek@gug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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