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수목관리를 생각한다

백운해 LH토지주택대학 교수
라펜트l백운해l기사입력2017-07-19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Series No.26



수목관리를 생각한다




백운해 LH토지주택대학 교수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운영위원



오래 전부터 점심식사 후 산책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날씨가 더운 요즘은 주로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 밑으로 걷는다. 그런데 직업 탓인지 아름답지 못한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잎이 둘둘 말리거나 갈색 점들로 덮여 수세가 약해진 나무, 햇빛의 피해나 동해를 입어 줄기가 상한 나무, 굵은 가지의 잘못된 절단으로 썩어 들어가고 있는 나무들... 무언가 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걸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관리(管理)란 ‘시설이나 물건의 유지, 개량 따위의 일을 맡아 함’이라 정의되어 있으며 영어의 Management는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성을 목표로 시행하는 제반 활동(위키백과)으로 정의하고 있다. 조경에 있어서의 관리는 조경공간의 질적 수준의 향상과 물적 요소의 기능 및 역할을 유지하고 운영 및 이용에 관해 관리하는 것으로 크게 운영관리(Operation Management), 이용관리(Use Control) 및 유지관리(Maintenance)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유지관리는 건축물, 포장, 휴게시설, 운동시설 및 놀이시설 등을 관리하는 시설물 관리와 수목, 잔디 및 초화류 등을 관리하는 식재관리로 구분되는데 다른 부분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수목에 대한 관리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기 때문에 까다로우면서도 중요한 관리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볼 때 조경 수목의 유지관리 분야는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므로 앞으로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수목관리는 다음 3가지 사항에 중점을 두고 시행된다. 먼저 식재된 수목이 계획한 장소에서 목적에 맞게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두 번째는 수목에 의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며, 마지막으로는 식재된 수목의 아름다움을 유지함으로써 경관을 향상시켜 인간에게 편안함과 휴식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수목관리를 시행한다면 매우 만족할 만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관리라 하면 목적물이 완성된 후 시행하는 사후관리를 생각할 수 있는데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관리를 원한다면 목적물을 계획하는 초기단계부터 관리를 염두에 두고 계획 및 설계를 진행하고 또한 시공해야 할 것이다. 즉, 수목의 유지관리는 공원이 조성되어지는 과정을 예로들 경우, 먼저 공원계획 및 설계단계에서 식재 목적, 부지 환경 및 수목 특성에 맞는 적절한 수종을 선정하여 적절한 장소에 배치해야 - 흔히 적지적수(適地適樹, right plant in the right place)라 한다 - 하며, 식재공사 중에는 관리를 최소화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토양의 조건, 배수처리, 뿌리분의 크기 및 제작, 수세회복을 위한 가지치기 및 약제 살포, 그리고 지주목 설치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공사 후 유지관리 시에는 관수를 비롯한 지속적인 가지치기와 병충해 방제, 그리고 인위적 훼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 그동안 개인적으로 조경업무를 수행하면서 중요하다고 느꼈던 아파트 단지나 공원의 수목 관리를 위한 주요 항목을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역시 정지, 전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정에 관해서는 이런 말이 있다. ‘전정은 예술이자 과학이다. 종종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오인되고 있다.’ 라는 것이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단지를 돌아볼 때면 부적절한 전정으로 수목으로서의 가치를 잃거나 부패로 인한 수세약화로 병충해에 의한 피해로 고생을 하는 수목들이 많이 발견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지치기 방법의 이해와 더불어 수목의 생리적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식재할 때부터 장기적 전정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좋겠으나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경우는 국가표준(ANSI A300 standards)이 있어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관련 규정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적절한 전정으로 제거부위가 완전히 아문 모습 (20170623, 서울대학교), 잘못된 전정으로 가지가 찢어짐 (20170623, 서울대학교) 

다음으로는 병충해를 입은 수목에 대한 관리를 들 수 있는데 병충해의 피해를 입을 경우 수세뿐 만 아니라 미관에도 큰 영향을 주므로 구체적인 연간 계획서를 작성하여 방제계획을 시행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또한 수목의 병해 및 충해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며 이와 함께 약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오남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위 내용보다 더 심각한 것이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심지어 ‘나무는 사람이 죽인다’ 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간에 의한 피해가 심각하게 발생한다. 먼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식재시 적절치 않은 수종을 선정하거나 적합하지 않은 식재방법을 사용(improper planting)해 수목의 고사를 초래하고, 불량한 환경 하에 식재를 하고 부적절한 전정을 시행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도 모두 이런 사례들이다. 또한 인간 또는 동물에 의한 기계적 상처를 입은 수목(mechanical injury from humans and animals)도 대다수 발생하는데 이 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수목 관리의 큰 몫이다.

그 밖에도 자연재해를 입은 수목들을 비롯하여 해당 지역의 적정성을 초과하여 자란 교목이나 관목들(overgrown trees and bushes), 자연적으로 늙은 수목 (Natural aging) 등도 적절한 관리를 통하여 위험성을 제거하거나 범죄발생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하게 오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많은 공원들이 조성되어 있고 또한 계속하여 조성되고 있으며 대부분 해당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관리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하여 이 글을 쓰기 얼마 전 양재천을 답사해 보았다. 전반적으로 비교적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었으나 관리가 자주 필요한 초화류는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있었고 시각을 차단하고 있는 천변의 무성한 식물들은 범죄의 발생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되어 군데군데 시야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며칠 전 조경수목 관리를 위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수목관리에 관한 부족한 부분을 충족해 주는 아주 유익한 교육이었으나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강의를 하시는 분들 중에 아무도 조경을 전공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우리 분야에는 수목관리 전문가가 없는 것인가, 그리고 조경수목은 조경가가 챙겨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허탈한 기분이 든다.


<20170613 양재천의 모습>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있으나 우거진 곳의 개방이 필요하다.
 5년후 수목 생장상태 비교 (좌:어린나무식재 우:성목식재) (이규화 박사 강의자료에서 발췌)

마지막으로 조경수목의 효율적 관리를 위하여 조경설계시 꼭 고려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식재설계를 할 때 어린 수목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5월에 있었던 공공기관 세미나에서 서울대 식물병원 이규화 박사의 발표자료 중에 아래의 사진이 있었는데 매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사진에서 보면 어린 나무를 식재한 것이 큰 나무보다 5년 후 생장상태가 훨씬 좋다는 결과였다. 물론 모든 수종이 그렇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요즘 많이 발생하는 하자문제와 사후 관리문제를 고려해 볼 때 무척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보니 과거 아파트 식재 설계를 할 때 5년 후의 완성된 상태를 가정하고 설계하라는 선배의 말이 생각난다. 물론 발주자나 사용자들이 원하는 바와는 다를 수 있지만 설득과 이해를 통해 고유 수형을 가진 어린 나무를 식재하여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바람직한 식재설계 및 관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조경분야에 종사하면서 아파트나 공원의 조경 뿐 아니라 3건의 국가사업을 수행하였던 것은 나에겐 큰 영광이었다. 그러나 개발 개념에 밀려 뜻하지 않게 많은 나무들을 훼손하거나 소홀히 대했다는 생각과 반성으로, 앞으로는 그들을 아끼고 보호하는 일에 나의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라펜트는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과 함께 조경의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를 매달 1회씩 게재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향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경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논의의 장으로서 조경인 모두의 관심과 함께 연재가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8월 필자는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입니다.


_ 백운해  ·  LH토지주택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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