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2017년의 한국 조경 에세이

조세환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
라펜트l조세환l기사입력2017-01-18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Series No.20



2017년의 한국 조경 에세이 : 혼돈 속에서의 창의적 조경진화




조세환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복잡한 세상 : 혼돈의 근원


세상은 참 복잡하다. 근데 이 복잡함이 문제다. 레베카 코스타(Rebecca Costa)는 그의 저서『지금, 경계선에서(Watchman's Rattle)』에서 오늘날의 복잡성이 인류 문명을 파괴시킬 수 있는 위험의 근원이라고 단언한다. 복잡성은 문제 해결을 위한 통찰력의 한계를 가져오고 항상 특정 시대의 복잡성이 문명을 멸망케 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복잡성은 특히 복잡한 다수에 의해 형성되는 거짓의 여론 즉, 밈(Mim)을 낳고 이 밈이 잘못된 방향으로 세상을 이끌어 감으로써 문명이 멸망된다고 한다.


우리 조경계는 어떨까? 2017년 새해 벽두에 한 번 생각해봄직하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작 등으로 세상은 점차 복잡해져 가고, 분야 내 학·학, 업·업, 학·업, 관·민, 더하여 대학 출신간 갈등은 증폭되어 복잡하다. 거기서 탄생되는 각종 정파적 밈, 이 밈을 타파할 수 있는 분야적 통찰력 부족. 그래서 조경계는 혼돈스럽고 위험하다.



조경의 진화 시대(제4차 산업혁명시대) Ⓒ조세환, 인간과 자연의 생명철학 ⒸGrant Jones



게으른 뇌 : 채찍이 필요하다


인간 삶에서의 고통은 통찰력 부족에서부터 온다. 통찰력은 인간의 뇌와 관계가 있다. 인간의 뇌는 무척이도 게으르다는 것이 정설이다. 나서 성장하며 사물을 감흥·지각·개념화하고 마침내 이미지로 뇌에 각인시키는 경험을 하면 뇌는 좀처럼 그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뇌 작용에도 물리학의 관성의 법칙이 적용해서 각인된 이미지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려 한다. 술꾼이 필름이 끊어지도록 과음하더라도 자기 집은 잊지 않고 찾아 간다. 무의식중에도 자기 집을 찾아가게끔 고정되어 있는 게으른 뇌 탓이다.


그래서 뇌에게는 끊임없는 채찍질이 필요하다. 독서, 운동 등이 치매 예방에 좋다는 이론이 여기서 비롯된다. 책을 읽으면 끊임 없이 세상 정보가 유입되고 걷기 등 운동을 하면 움직일 때마다 발바닥에서부터 뇌의 신경회로로 지면에 대한 정보가 전달된다. 이런 자극을 통해 뇌세포(neuron)와 뇌세포를 연결시키는 회로인 시놉스(synopsis)가 발달하게 되고 이것들이 일시에 협동적으로 연결될 때 통찰력이 솟구친다. 조경계에도 뇌 채찍과 더불어 뇌 협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타마 싯다르타의 무집착(無執着) : 자연법칙에서 얻은 철학


왜 인간은 부자나 가난한자, 권력이 있거나 없는 자,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고통 속에 살아가는가? 삼성의 이재용 회장은 수 조 원의 재산을 가진 부자이기 때문에 고통 없는 행복 속에서만 살고 있을까? 과연 그럴까? 왜 최진실은 그 아름다운 모습과 재능을 뒤로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가? 인간에겐 피할 수 없는 근원적 고통이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들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불교를 창시한 고타마 싯다르타는 왕궁을 떠나 인도 북부지방에서 3년간의 야생 방랑과 선을 통해 마침내 그 고통의 원인을 찾아냈다. 인간이 행하는 ‘집착’이 그 원인이다. 자연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또 천둥과 벼락이 치든, 그래서 나무가 부러지든, 동물이 죽든, 자연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통이 없다. 그러나 인간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욕망하고, 원망하고, 아파하고 그래서 집착한다. 집착이 고통을 배태한다는 것이다.


조경계를 돌아보면 학연 등 작은 것에 너무 집착한다. 정작 우리가 집착해야 할 것은 고타마 싯타르타의 득도 근원이다. 자연의 법칙에서 부터 인간의 고통을 벗어나는 도를 터득했다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을 승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조경의 득도가 필요하다.



2017년 조경계의 통찰적 전략


이제 조경 얘기로 마무리를 지어본다. 조경은 가드닝에서 랜드스케이프 가드닝으로, 다시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로, 마침내 오늘날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으로 진화해 왔다. 물론 이 진화는 농업사회, 산업사회, 지식정보산업사회로의 이행과 같은 환경변화와 맞물려 있다. 단순한 사회에서 보다 복잡한 사회로의 전이와 괘를 같이 한다는 말이다. 복잡화로의 사회적 전이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이 복잡성이야 말로 자기조직화적 새로운 가상적 패러다임과 창의를 낳게 하고 진화시키는 원동력이다.


창조적 자기조직화 역시 옴스테드처럼 뇌를 끊임없이 채찍 질 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landscape architect임을 주장하는 옴스테드 등은 거의 40여 년 이상을 landscape gardener들과 힘겨루기를 해서 조경을 성취했다.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터들의 굳건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조경이 제2세대에 접어드는 조경분야도 지금까지 있어온 고질적 대학 간 파벌과 질시, 업업간 갈등과 분열 등에 집착하지 말고 협력의 기치를 되살려야 하는 이유이자 증거다. 뇌 채찍질을 통해 동시대 지식창조사회의 복잡성에 대응하는 가상과 통찰력을 키우고 자기조직화적으로 스스로 진화시켜나가는 전략적, 기술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연의 법칙을 다루는 조경가는 고타마 싯다르타처럼 삶의 고통을 해소시키는 생명 철학(Bio Philo-sophy)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 철학이야 말로 조경의 진화 과정에서 복제되어 오는 조경 고유의 유전자형(genotype)이고, 제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는 동시대 복잡성 사회에서 조경을 새로운 표현형(phenotype)으로 진화시켜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득도가 필요하다.


라펜트는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과 함께 조경의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를 매달 1회씩 게재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향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경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논의의 장으로서 조경인 모두의 관심과 함께 연재가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2월 필자는 민성훈 수원대학교 교수입니다.


_ 조세환  ·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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