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도시

[오피니언] 이훈길 논설주간(ㄱ_studio 대표)
라펜트l이훈길 논설주간l기사입력2014-10-01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도시

이훈길 대표(ㄱ_studio)

아침마다 직장인들은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과 버스 때문에 지옥을 경험한다. 아무리 일을 해도 치솟는 집값 때문에 빚은 늘어만 가고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위층 아이가 뛰는 발소리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밖에서 들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순간순간 놀라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도시’란 값비싼 집값 때문에 평범한 직장인도 빚에 허덕일 수밖에 없고 많은 사람과 자동차로 몸살을 앍으며, 각종 소음과 더불어 높은 빌딩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숨 막히는 곳이 되어버렸다. 도시란 원래 그런 곳이라고 체념하기에는 하루하루가 늘 피곤하고 힘겹다. 

오늘도 버텨야하는 삭막한 도시의 삶 속에서 상처는 점점 더 깊어만 간다. 하지만 도시는 아름다움과 질서, 기능의 차원을 넘어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나 아픔을 치유하는 메시지를 가진 공간이며, 사람들을 소통하게 함으로써 회복에 이르게 하는 치유의 공간이다. 상처의 부위와 상황에 따라 그 치료방법이 다르다. 도시에서도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며, 그에 따른 ‘회복(回復)’의 개념도 다르다. 따라서 그에 알맞은 다양한 치유(治癒)의 공간이 도시의 일상에 스며있어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도시의 환경을 회복시킨다는 것은 오염되고 유독성이 있는 장소를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치유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평공원에서부터 도시의 대규모 공원에 이르기까지 도심에 공원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시킬 수 있는 자연의 도입으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생태치유’를 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맨해튼 소호 끝자락에 토종나무를 심는 것을 작품 내용으로 한 앨런 손피스트의 '시간풍경'은 자연 그대로인 야생 풍경을 도시에 다시 도입하려는 시도를 한 생태치유의 한 사례이다.


화재로 사라진 숲을 재생한 뉴욕 브롱크스의 ‘시간풍경’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회복이 ‘공동체적인’, ‘함께 어울리는’ 뜻을 내포할 때는 도시의 소외된 세대, 계층, 소수 인종의 마음을 회복시킨다는 의미이며, 소통하지 못하는 각 개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장소,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 제인 제이콥스는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다양성의 존중과 함께 활력 넘치는 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패턴 랭귀지”에서 사람들이 자주 왕래할 수 있는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의 장소를 디자인함으로써 도시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회복의 개념을 세월호 사건과 같은 끔찍한 비극이나 전쟁, 테러, 역사적 재난으로부터 마음을 치유하는 ‘위로하는’, ‘추모하는’의 의미이거나 경쟁사회로부터의 소외감, 경기침체로 인한 불안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회복하는 의미의 ‘격려하는’, ‘고무시키는’의 해석도 가능하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압박감과 불안감, 억눌린 감정들을 풀어주고 도시의 일상에서 행복감을 주기 위해서는 웃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삶의 한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시도들 중 밴 알렌 인스티튜트는 21세기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새로운 전시 'The Good Life : New Public Spaces for Recreation'의 5개의 테마 가운데 재미있는 도시(Fun City)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시민들을 즐겁게 고무시킬 공간들을 소개하여 대중의 많은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밴 알렌 인스티튜트는 'The Good Life'에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을 소개하였다.


도시의 회복에서의 치유는 도시를 물리적으로 다시 만드는 것과 사회를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도시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디자인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다.

도시는 자연의 공간으로서 생명력을 상징하는 자연의 요소를 도입하고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을 사용한다. 공동체적 공간으로서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소로 사용되며, 유희의 공간으로서 침체되고 불안한 이들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재난의 비극으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을 기념하고 추모하며 위로하는 공간으로 역할도 한다. 이처럼 도시는 사회적 치유를 통하여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하는 도시로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

도시를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힘도 우리에게 있고, 도시에서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하는 힘도 우리에게 있다. 행복한 도시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작은 생각과 행동에서 시작된다. 우리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한 도시를 꿈꾸고, 그 과정에서 도시가 우리와 함께 변화하도록 유도하면 치유의 도시는 우리 주변 아주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글·사진 _ 이훈길 논설주간  ·  ㄱ_studio
다른기사 보기
mneme2@naver.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