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정치공학적 조경전략을 생각해야 할 때

조세환 교수(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경관생태조경학과)
라펜트l조세환l기사입력2015-12-22
정치공학적 조경전략을 생각해야 할 때


_조세환교수(한양대 도시대학원)


2015년의 마지막 달, 12월이다. 우리 조경분야엔 올 해도 참 박진감(?) 넘치는 한 해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연초 공공기관의 ‘대행개발사업’과 ‘공공임대 리즈’ 문제에서 출발해서 11월의 국토교통부의 ‘조경자격 확대’ 사건에 이르러서는 조경분야는 벌집 쑤시듯 헤집어졌다. 참으로 안쓰러운 한해였다. 특히 조경자격 확대 정국에서는 분노 감정이 조경 몰락의 공포 수준에 까지 다다랐다. 그 대처 과정에서 우리 조경분야는 전례 없는 갈팡질팡 행보의 모습을 보였다. 많은 조경인들이 모두들 입술과 손가락 끝으로 분노와 질시를 터트렸다. 더 무서운 것은 조경인들의 자포자기적 무관심화 경향으로의 전이였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조경분야의 그러한 전쟁 유(類)는 한 해를 넘기는 우리에게 여전히 묻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할 거냐고? 또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것이냐고? 인간이 시간을 만든 것은 자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시간을 마디마디 끊어놓고 그 시간의 마디를 새로운 기회로 삼기 위함이었다. 잘못되더라도 정상으로 되돌려 놓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갖자는 의미였다. 우리에겐 그 시간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또 새롭게 시작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2016년이 또 새롭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어디 올 해, 이 사건들에만 국한되겠는가? 늘 그렇듯이 건축, 산림분야와의 업역 분쟁에서는 1990년대 ‘조경살리기운동’과 같은 범조경인들의 방어적 전투도 있었고 ‘조경직제 추진’과 같은 공격적 전략도 있었다. 문제는 20세기를 마감하고 지식정보사회로 전환되며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가속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변화된 환경의 부적응 과정에서 우리 조경분야의 지위, 업역 등의 몸집은 왜소해져만 갔다. 조경자격 확대 사건 이후 지금은 우울증 증상까지 있는 듯하다. 중상인 것이다.

이 증상의 DNA는 사실 1980년대 초부터 이미 형성되었다고 하는 게 옳다. 산업화시대 한국 조경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철저한 자연애호가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조경분야의 확실한 정신적, 정책적 지원자가 사라지고 부터이다. 오늘날 앓고 있는 중우울증에서 벗어나 과거의 번영된 조경분야로 치유되려면 이제 판을 다시 짜야한다. 그 전략도 지금까지 우리 조경분야가 치루어 온 인접분야와의 약세적 '방어적 전투‘(Defensive Combat)에서 강세적 '공격적 전략'(Offensive Strategy)개념으로 크게 바꿔야 한다. 

조경자격 확대 사건에서 보듯이, 공원이 건축분야의 일로 소속되는 것에서 보듯이, 가로수와 도시녹지와 숲이, 또 최근의 정원이 산림분야의 일로 가는 사건을 보듯이 조경분야는 눈을 뻔히 뜬 채 코를 베이고 도둑맞는 형국을 계속 맞고 있다. 내 콘데 남의 코가 되고 만 것이다. 내 코라는 명분과 논리는 가득하지만 지킬 힘이 없어서이다. 코를 베이지 않으려면 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아니, 내 힘이 없으면 남의 힘이라도 빌려야 한다. 남의 힘은 정치에서 나온다. 내가 약하더라도 덩치 큰 보디가드를 지니고 있으면 감히 그 코를 베어 갈 수가 없다. 약한 것이 결코 약한 것이 아니다. 정치공학적 조경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2016년은 2017년을 준비하는 한 해가 될 필요가 있다. 2017년은 대선의 해다. 조경분야의 정치적 보디가드, 나아가 후원자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의 해다. 정치는 ‘표’와 ‘전략’이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린 지금부터 힘의 ‘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이 우선 필요하다. 사회 변화에 따라 23개 단체로 크게 늘어난 조경분야를 생각할 때, (사)한국조경학회, (사)한국조경사회 등 전통적 소수 단체 중심에서 벗어나 조경분야를 크게 아우를 수 있는 조직으로 재편해야 한다. 조경진흥법이 만들어짐에 따라 (재)환경조경발전재단을 재산관리라는 원래의 기능으로 되돌리고, 조경연합회라는 새로운 통합 이익 단체로 재조직하자는 주장의 당위성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24개의 단체를 개미처럼 집단지성의 전략적 축으로 설정하자는 것이다. 숫자의 힘으로 조경의 정치력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24개의 깃발 아래 모든 조경인, 가족, 주변 동료들의 가세가 필요하다. 개미들의 집단지능 작동의 예를 보면 ‘전략’은 그 복잡성 속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2016년은 그래서 중요한 해이다. 조경분야의 새로운 도전으로서 정치공학적 접근의 원년의 해로 삼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분연히 일어서서 종국엔 학(學)과 업(業)이 번창하고 대한민국 국토를 선진국형으로 창조하는 자랑스러운 전문분야로 재생시켜야할 의무가 우리 조경가들에겐 있다!
_ 조세환  ·  한양대 도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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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h3@hanyna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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