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나는 ‘위험한 전문가’였을까?

김수봉 논설위원(계명대 생태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수봉 교수l기사입력2016-07-14
나는 ‘위험한 전문가’였을까?


_김수봉 교수(계명대 생태조경학전공)


전문가라 함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는 경제, 법, 정치, 환경, 공학, 건축 등 분야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TV 토론프로그램, 라디오 인터뷰, 그리고 신문기사 중간에 나오는 전문가 멘트에도 이런 사람들의 의견이 많으며 사회적으로 상당한 존경을 받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그해 3월 11일 일본 도호쿠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으로 인해 진도 9의 지진과 지진 해일로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1-4호기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 사고였다. 원전사고가 발생한 초기에 일본이나 국내의 여러 전문가들은 대부분 TV 토론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서는 ‘안전할 것이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후에 사태가 악화되자 대부분의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은 모르지만, 우리는 안전하다’라고 말을 바꾸었다. 이렇게 쉽게 말을 바꾸는 사람들을 우리는 과연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런 전문가들은 위험하다. 이런 전문가의 자질 문제는 단지 원전분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위험한 전문가는 우리 조경분야에도 있다. 나는 다음과 같은 분들을 조경분야의 ‘위험한 전문가’라고 부르고 싶다.

먼저, 가장 위험한 전문가는 각종 자문회의에서 우리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으로 우리의 좋은 예는 무시하고 늘 ‘외국의 예’를 드시는 분이다. 이 분들은 늘 자문회의에서 외국을 입에 달고 사시는 분들이다. 이 분들 중에는 여름방학 동안 짧게 혹은 단기로 외국여행을 갔다 오신 분들이 많다. 그들은 외국여행을 하다가 보거나 얻어들은 이야기 특히 현지 언어의 어려움으로 인해 여행가이드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마치 ‘팩트(사실)’인 것처럼 자기 생각을 포장해서 그것을 한국의 자문회의에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예로 제시한다. 그들은 왜 매번 우리의 문제해결을 위해 그들의 짧은 여행을 통해 얻은 검증되지 않은 ‘지식’ 이나 ‘견문‘을 전문가적 지식으로 포장해서 굳이 제시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진정 우리의 전문가는 ‘우리’를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우리는 우리에 대해 잘 아는 외국의 전문가를 선호하고 있다.

다음으로 위험한 분들은 자기분야와는 상관없는 자문회의에 떡하니 참석해서는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하시는 분들이다. 그런 위험한 분의 생각과 의견은 듣고 있는 진짜 전문가를 매우 피곤하고 난처하게 만든다. 아울러 사업하시는 시행업자들을 정말 난처하게 만들곤 한다. 또  어떤 나이든 교수는 여름방학 동안 외국 어느 도시를 방문하고서는 그 옆자리에 수년간 그 나라에서 유학하고 살다가 온 젊은 전문가를 무시하고 마치 그 나라 그 도시의 전문가인양 거침없이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자문 분야와 무관한 위험한 전문가의 이야기는 어찌 어찌하여 자문회의의 주요한 의제로 받아들여지고 그것이 또 정책으로 이어진다. 자문회의는 정말 전문가적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 관에서 마련하는 자리이지 교수가 다른 전공을 공부하러 가는 자리가 아니다. 제발 자기의 전문분야와 상관없는 자리에는 가지 않는 미덕을 보이자. 이런 분은 자기의 그림을 다른 사람이 대신 그리게 한 조영남 보다 더 나쁘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정말 공공의 입장 또는 시민의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개인적 이해관계나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이나 분야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물론 전문가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대하여 정확한 예측과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몇몇 자문회의나 평가회의에 참석해 본 경험을 되돌아보면,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전문가가 아쉽다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 없다. 어떤 위험한 전문가는 평소에는 자문회의에 잘 참석하지 않다가 특정 업체가 거론되는 회의에는 반드시 참석해서 그 업체를 두둔하는 뉘앙스의 의견을 개진하는 전문가들을 자주 보았다. 이런 위험한 분들은 자문회의 명단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아니 그 분들 스스로 걸어 나가야 된다.

필자는 앞에서 거론한 ‘위험한 전문가’의 식민지 지식인 같은 단견과 경거망동으로 인하여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전문성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수많은 중요한 한국의 공공 프로젝트가 외국의 전문가의 손에 넘어 갔고 중요한 정부의 결정조차 외국인의 입을 빌어 발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위험한 전문가로 인하여 생긴 작금의 사태들을 보고 나는 너무 슬펐다. 그래서 나는 그 위험한 전문가 그룹에 속하지는 않았는지 다음과 같이 반성했다.

나의 이해관계에 얽혀 나의 생각을 감정적으로 함부로 제시한 서툴고 어리석은 전문가는 아니었는지 반성했다. 나는 나의 전문성과 영향력으로 다른 목소리를 억압한 ‘꼰대’는 아니었는지 반성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위험하고 서툰 어리석음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중세의 수도승처럼 ‘참고 자제하며(sustine et abstine)’, 나를 경계하고 항상 절차탁마의 자세를 견지하는 공익을 위한 ‘착한 전문가’로 거듭나야겠다고 결심했다.
_ 김수봉 교수  ·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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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kim@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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