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지해 가든 디자이너

″스스로에게 식물은 자아실현의 욕구이자 웃음″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6-11-22
최근 곳곳에서 황지해 작가의 이름을 만날 수가 있었다. 첼시의 여왕이라는 타이틀 이면에 있는 황지해 작가 본연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특히 많았다. 묵묵히 활동하며 본인의 길을 걸어가는 그녀에게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황지해 작가


최근 국내에서 작가님들의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작가님의 최근 근황이 궁금합니다.

최근 참 많은 전시와 행사를 했습니다. 올해 시월은 설치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전시일정 마치고 가평산골에서 개인 주택정원을 도우면서 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뮤지션의 정원인데, 사랑하는 아내가 자연 안에서 쉴 수 있고 숲속에서 작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위한 남자의 오래된 마음과 요리를 사랑하는 건축주의 성향을 담아 텃밭가든과 두충나무 숲을 만들고 있어요. 대추나무, 매실, 애플, 비타민 나무 등 유실수만 가지고 만든 텃밭 정원과 두충나무숲은 가평의 빼어난 주변 산세 안에 작은 둥지 같은 곳이 되어줄 겁니다. 

DDP서 열린 ‘보이는 집, 여섯 개의 방’ 전시를 통해 작가님의 내면세계를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세가 강박증이라 들었습니다. 부족한부분이 많은 사람이기에 항상 바빠야 했고,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준비해야만 하는 강박증이 있었어요. 저는 압박과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전시준비나 작업에 집중하다 빠져나오기까지 공허와 허무, 공포감이 심한 사람이에요.
 
강아지도 못 키워요. 어릴 때 아끼던 강아지가 아파서 죽은 적이 있었어요. 단순하게 강아지와 이별하는 고통을 떠나 발끝이 닿지 않은 깊은 바다 가운데 허우적대는 느낌을 받았어요. 매번 무언가 집중하고 빠져나오는 데에 심리적 외상이 커서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어둠이랑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적인 부분을 드러내고 객관화해 화해하는 법을 시도한 겁니다.

두 개의 방은 마음속에 공존하는 세계를 하얗거나 짙고 푸른방으로 나누어 묘사했습니다. 가끔 하얗거나 짙고 푸른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먼 곳의 두려움과 낯섬이 발끝이 닿지 않은 깊은 심해가운데 불안과 공포가 되고, 우주에 떠도는 공허와 암흑이 되어 영혼 밑바닥의 근간을 흔들어대는 방이요.

자연은 불안과 공존할 수 없는 끊임없는 질서를 부여하고 궤도 안에 저를 올려놓습니다. 다시 지구의 몸체가 되는 것이지요. 물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나무와 여린 풀을 통해 이완훈련(relaxation training)을 하는 제게 자연은 안정감을 줍니다. 흙은 제가 태어난 곳에서 직접 가져온 흙이에요. 근원의 나를 표출하는데 가장 진정성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뮴


정읍 생태페스티벌에서도 작가님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유목민의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어떤 주제로 이러한 작품이 나온 것인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Nomad’란 작업은 잘 아시다시피 현대판 유목민의 정신을 다룬 이야기예요.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철학적 개념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결과물보다는 작업과정이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환경부가 주관하고 전북 생태육성지원센터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였습니다. 요즘 핫한 생태관광에 의미를 생태페스티벌을 통해 다른 각도에서 전달해보고자 마을주민과 버릴 옷가지와 신발, 이불, 죽은 고사목, 잡목을 이용해서 만든 설치작업이었습니다. 어머니들의 바느질솜씨로 만들어진 티피텐트와 지역목수들의 기술로 탄생한 작업이었는데, 오픈 당일 보름달이 공간을 완성해주었던 우리들만의 특별한 설치미술이었습니다.





ⓒ뮴


‘뮤지엄 페스티벌: 마당’에도 참여하셨는데요, 프레임 속 ‘도롱이벌레’ 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작품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도롱이벌레는 주머니나방의 유충이에요. 외줄하나에 자신의 생명을 의지하는 도롱이벌레의 위태로움이 좋아서 작업하게 됐어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평생 저 누더기집에서 사는 도롱이벌레의 소심한 마음이 소중하게 느껴져, 도롱이벌레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곳의 생태적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외줄에 위태로움이 재밌어서 미학적 개념으로 접근해보기도 했고요.




ⓒ뮴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식물을 통해 예술을 하는 예술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작가님께 식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본래 작업과 생존을 병행하기위해 조각이나 미술장식, 벽화 등 환경미술을 해오면서 느꼈던 갈증을 지금은 살아있는 식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조각과 회화를 사랑하고 대지예술을 동경합니다. 저에게 식물과 정원은 작업과정의 일부이자 더 깊이 고민하고 공부해야할 과제입니다. 시인이자 생태 환경운동가였던 레이첼카슨의 ‘대지는 꽃을 통해 웃는다’는 시구처럼 저에게 식물의 의미는 자아실현의 욕구이자 웃음입니다. 

작품활동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진실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찾아가고 있어요.

앞으로의 활동계획이 궁금합니다.

호주에 한국정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녹으면 정원이 될 거라고 응용한 제 말 때문인지 요즘 뮤지션의 생각을 정원으로 옮기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내년 여름엔 아프리카에 갈 계획이에요. 디자이너 배상민 교수님의 말씀처럼 상위 1프로의 삶이 아닌 하위 99프로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삶에 동행’이 무엇인지 배우려고 합니다.


ⓒ뮴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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