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전문가시스템과 조경산업

구본학 논설위원(상명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구본학 교수l기사입력2017-02-07
전문가시스템과 조경산업



글_구본학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얼마 전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인간의 바둑을 이긴 사실로 충격을 넘어 공포와 전율을 느끼게 했던 기억이 있다. 무궁무진한 변화와 창의적 흐름으로 인공지능으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믿어왔고 그래서 인류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던 바둑분야에서의 패배는 쉽게 잊혀 지지 않을 듯하다.

알파고를 알파고답게 만든 비밀이 바로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전문가시스템(Expert System)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중에서도 딥러닝(Deep learning)이며, 진전된 알고리즘과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인공신경망에 빅데이터를 결합하여 효과를 극대화한다. 다량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컴퓨터를 학습시켜 작업수행 방법을 익히게 된다. 인공지능 개념이 1956년 존 매카시(John McCarthy) 교수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면 기계학습은 80-90년대, 딥러닝은 2010년대 이후 빅데이터 시대에 이르러 급격하게 성장한다.


그림 1.  인공지능의 유형 (자료: Prism legal)



그림 2.  전문가시스템 구조

물론 인공지능은 그 외에도 여러 접근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그중 하나 다소 고전적인 이론인 전문가시스템을 들 수 있다(그림 1). 기계학습이 컴퓨터 스스로 학습을 통해 인간처럼 규칙을 형성할 수 있는 반면, 전문가시스템은 ‘If then else’라는 조건에 기반을 두고 전문가로부터 생성된 규칙을 입력하여 지식베이스(knowledge base)를 구축한다(그림 2). 추론엔진을 통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로부터 입력된 질의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지식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서 퍼지(Fuzzy)이론에 의한 확률빈도로 전문지식을 입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한동안 컴퓨터에 미쳐있던 시절이 있었다. 전공서적보다 컴퓨터 서적이 더 많았고, 제법 한다는 고수들이나 눈길을 돌리던 전문잡지와 이론 서적을 들여다보며 프로그래밍에 빠졌었고 당시 유행하던 사설BBS도 운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보니 너무 나가게 되어 급기야 컴퓨터학원을 차려볼까 하는 무모한 생각도 잠깐 했었다. 참 잘도 참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기억의 단편에서 필자가 개발했던 ‘조경수목 병충해 진단용 전문가시스템’을 생각해냈다. 지금으로 말하면 나무의사들이 축적한 전문지식을 논문이나 전문서적 등을 통해 습득하여 지속적으로 조건별로 확률적으로 입력하여 지식베이스를 구축하였다. 사용자는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단계별로 수목의 증세를 입력하면 전문가시스템은 어떤 병인지 벌레인지 등을 진단하여 확률로 알려준다. 이렇게 도출된 결과는 각 진단에 맞도록 최종적으로 처방을 내려준다. 이 전문가시스템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의 흐름으로 볼 때 지식베이스를 좀 더 정밀하게 구축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강화한다면 특별한 시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3. 2015-2020년 고용변화. 왼쪽 : 감소, 오른쪽 : 증가. (단위 : 천명)
출처 : World Economic Forum (2016) The Future of Jobs.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인공지능, 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에 기반을 둔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물리적 시스템과 전자적 시스템, 그리고 생물적 시스템 등이 융복합하여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혁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기계근육’을 넘어 ‘기계두뇌’의 탄생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하나로 일자리의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그림 3). 2015년에서 2020년 일자리 변화인데, 비록 모집단에서 우리나라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예측치라고 할 수 있다. 건설(Construction)분야는 감소하지만 건축 및 엔지니어링(Architecture & Engineering) 분야는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아마도 시공분야는 감소하고 계획, 설계 등 엔지니어링 관련 분야의 고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인공지능은 모든 분야의 일자리에 영향을 끼치며, 20년 후 미국의 일자리 47%가 소멸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조경현장의 식재, 시설물설치 작업을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로봇들이 수행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시설계를 하며 도면과 시방서에 따라 스스로 나무를 운반해 와서 정해진 위치에 정해진 방법으로 식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더 아름답고 더 창의적인 조경공간이 창조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것은 2014년의 일이다. 이제 인공지능은 진정한 인공지능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리고 인류는 인공지능의 미래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더 큰 고민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년에 이르면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2045년이 되면 인간지능 한계 특이점을 뛰어넘어 인간으로서는 통제불능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어쩌면 인류의 멸망은 인공지능으로부터 비롯될 수도 있다는 심각한 경고이다.

1811년 영국, 제1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던 노동자들은 마침내 네드 러드를 중심으로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Luddite)’ 운동을 일으켰다(이를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투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람들은, 미래의,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인류는 더 큰 일자리를 잃어버릴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현명하게도, 러다이트 운동 그 이후에 그랬듯이, 잃어버린 일자리를 대신하여 더 크고 새로운 나아가 인간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살찌울 멋진 일자리를 찾아낼 것이다.
_ 구본학 교수  ·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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