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생물다양성을 위한 자연환경보전 전문가의 역할

구본학 논설위원(상명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구본학 교수l기사입력2017-03-15
생물다양성을 위한 자연환경보전 전문가의 역할



글_구본학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오래전 영화 킹콩은 마운틴고릴라와 코모도드래곤과 같은 야생생물과 원시생태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원시생태계를 대표하는 코모도드래곤은 1910년대부터 알려지기 시작하여, 1927년 National Geographic에 더글라스 버든(Douglas Burden)이 쓴 ‘코모도섬의 드래곤 도마뱀 추적(Stalking the Dragon Lizard on the Island of Komodo)’에 의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후 영화 킹콩을 비롯한 여러 영화와 작품들의 주제와 배경이 되었는데, 아프리카의 멸종위기종 마운틴고릴라가 영화 속 킹콩으로, 그리고 코모도드래곤은 티라노사우르스와 유사한 공룡으로 표현되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코모도드래곤은 상상의 동물인 용의 원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몸집과 공포스러운 외모, 갈라진 노란색 혀를 낼름거리는 모습 등을 통해 사람들은 입에서 불을 뿜는 거대한 몸집의 용의 모습으로 묘사하였다.


코모도드래곤 / 인도네시아 코모도섬

몸길이 3m에 이르는 거대한 파충류로서 ‘지구 최후의 공룡’이라고 불리는 코모도드래곤(Komodo Dragon)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코모도국립공원이 지정되었다. 아울러 유네스코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7대자연경관 등 여러 형태의 보호지역으로 중복 지정되고 있으니 그 중요도는 굳이 애써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코모도드래곤 즉 코모도왕도마뱀(Varanus komodoensis)은 분류학적으로 파충강/뱀목/왕도마뱀과/왕도마뱀속에 속한다. 코모도드래곤은 4천만 년 전부터 호주와 인도네시아 일대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지금도 특별히 진화되지 않고 그때 그 모습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호주에서 발견된 3백80만 년 전 왕도마뱀속 화석이나 플로레스섬(코모도국립공원의 관문인 코모도공항이 있는 섬)에서 발견된 90만 년 전 코모도왕도마뱀 화석으로 볼 때 어쩌면 그 옛날에는 최상위 포식자로서 세상을 호령하던 시기도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오직 코모도국립공원에만 고립되어 서식하여 IUCN에 의해 멸종위기 등급 ‘VU(취약)’에 해당되는 멸종가능성이 높은 희귀한 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상징했던 백두산호랑이는 이제 국내에서는 멸종되었고 백두산에서 만주 극동러시아의 국경지대에 몇 십~몇 백마리 정도가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백두대간일대를 포함하여 호랑이를 복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종복원의 차원을 넘어 우리 민족의 상징성을 회복하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태문화포럼 학술답사의 일환으로 훈춘 일대를 방문했을 때 호랑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발자국이나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바 있다. 그 외에도 흑룡강성 일대와 극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호랑이 증식을 위한 또 다른 노력이 있다.


백두산호랑이 / 훈춘 보호지역

최근 국내에서 반달가슴곰이나 산양, 여우, 황새, 붉은점모시나비, 물장군 등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종보전 및 종복원 등을 통한 생물다양성 증진 노력의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은 서식처를 지키는 일이라고 하겠다. 알려진 바와 같이 습지협약으로 부르는 람사르협약은 당초 날로 사라져가는 물새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되었고, 물새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서식처인 습지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 뜻을 같이했던 것이다. 호랑이 개체수 감소의 주요인 역시 서식처 감소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성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그리고 후손들이 살아가야 하는 이 땅의 생명부양능력을 높이고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서식처를 포함한 다양한 생태계를 지키고 만들고 가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물질순환이나 에너지흐름 등과 같은 기초적인 생태적 지식과 더불어 자연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 변화를 파악하여 서식처 및 생태계를 보전 복원 대체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이론적 지식과 실무적 기술 및 이를 수행하기 위한 성실한 태도 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몇 가지 구체적인 지식과 기술로는, 우선 조성하고자 하는 새로운 생태계의 표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생태계유형별 생태권역별 표준생태계(reference ecosystem)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복원하고자 하는 생물종의 생리적 생태적 특성에 기반을 둔 서식처적합성지수(HSI) 및 평가(HEP), 생태계 기능평가, 보전가치 평가 등의 토대가 중요하다. 조성되거나 복원될 서식처 또는 생태계가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수용능력(carrying capacity)과 앨리의 원칙에 입각하여 과소에 의한 종의 멸절을 회피할 수 있는 최소개체군(MVP) 및 면적(MVA), 유전적 교란이 발생하지 않는 한계로서의 메타개체군(meta pupulation), 토지의 생태적 평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더불어 복원 또는 조성 목표를 달성하였는지 또는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후 성능평가(performance assessment)가 중요하며, 목표를 향해 발달해 나갈 수 있도록 생태적 원리에 입각한 관리(adaptive management) 또한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노력들은 현재 당면한 과제인 기후변화, 생태계서비스 등의 생태적 이슈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 늘 고민해야하고, 이론과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자연환경보전 분야 전문가들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덕목일 것이다.
글·사진 _ 구본학 교수  ·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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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culture@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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