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생태복지를 위한 국토생태계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구본학 논설위원(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회장, 상명대 교수)
라펜트l구본학 교수l기사입력2017-07-13
생태복지를 위한 국토생태계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글_구본학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회장,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생태계 관리 정책의 큰 물줄기가 이미 바뀌고 있다. 생태자원 유형별 관리 목표에 따른 개별적 독립적 정책에서 광역권 생태계 내지는 경관 차원 이상의 높은 수준에서의 통합적 정책의 틀 안에서 각 유형별 관리 목표에 따른 다양성을 고려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일종의 생태계 관리 패러다임 쉬프트라고 할 수 있겠다.

각 나라에서는 이러한 통합적 생태관리를 통해 생태계서비스 증진을 도모하고 녹색일자리 창출과 국민들의 녹색복지 향상이라는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여러 차례 우리나라 생태복지를 위한 국토생태계의 통합관리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예를 들어, 하천생태계의 경우 하천이 지닌 수리수문적 현상을 최적화하기 위한 양적 관리와 수질을 최상의 상태 또는 최소한의 기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질적 관리에서 하천생태계라는 관점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에서 제시한 하천관리 정책의 방향도 수량·수질로 이원화되어 있던 수자원관리를 수생태환경 중심으로 통합 관리하겠다는 진보적 의지로 해석된다.

도시생태계의 경우 최근 강조되고 있는 도시재생은 원도심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구역을 대상으로 물리적 기능적 문화적 접근이 가능하나 기본적으로 도시생태학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며 도시라는 인공생태계에 생태적 시스템의 구조와 기능을 적용하여 도시 현상을 해석 진단하고 재생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도 산림생태계, 습지생태계, 기타 다양한 유형의 생태계 또한 유형별 속성에 따른 생태계 구조와 기능, 그리고 변화 등의 생태적 형성과정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생태’라는 명목으로 추진되었던 많은 사업이 안타깝게도 무늬만 생태인 경우가 많았다. 즉, 문제인식에서부터 계획, 설계, 조성, 관리 등 전 과정에서 생태적 형성 과정에 입각하여 생태계 구조와 기능 및 변화에 대한 이해를 최상의 목표로 해야 함에도 많은 경우 이 부분이 사업의 결과에 대한 보완적 조치로 수행되다보니 처음부터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무늬만 생태가 아닌 제대로 된 진정한 생태계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토생태계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제도적 기반과 기술적 필수 덕목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현재 당면한 과제인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 생태계서비스 등의 생태적 이슈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이론과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생태복원 전문가들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덕목이라고 하겠다.

먼저, ‘생태’라는 이름으로 수행되었던 사업이 복원 또는 조성 목표를 달성했는지 또는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 생태모니터링과 생태기능평가(Ecological Performance Assessment)를 통해 현재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우선되어야 하며, 그에 따른 생태적 원리에 입각한 관리(Adaptive Management)를 통한 생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수행된 많은 사업이 안타깝게도 생태계 구조와 기능에 바탕을 둔 생태적 형성과정에 근거하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생태성능평가를 위한 성능기준과 요구성능 및 평가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기 시행된 생태계 관련 사업들에 대한 생태성능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생태계유형별 생태권역별 표준생태계(reference ecosystem)를 발굴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표준생태계는 각 생태계 유형 및 생태권역별로 가장 전형적인 생태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생태계로서, 생태성능평가를 위한 근거를 제공하며 인공적으로 생태계를 조성하거나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복원 목표와 표준 모델로서 중요하다. 

또한 국내 생태자원에 대한 유형별 인벤토리(inventory)를 구축하고 정밀조사 및 기능평가를 통해 각 생태권역별로 생태자원 유형별 기능평가에 따라 보전가치가 높고 지역의 생태적 전형을 대표하는 생태자원을 도출하고 생태계 구조와 기능에 대한 DB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능평가에는 일반적 수준의 기능평가(RAM)와 4계절 정밀 조사를 통한 종합평가(HGM 등), 복원하고자 하는 생물종의 생리적 생태적 특성에 기반을 둔 서식처적합성지수(HSI) 및 평가(HEP), 보전가치 평가 등의 학술적 방법론들이 연구되고 있다. 

그 외에도 서식처 또는 생태계가 부양할 수 있고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인 생태적 수용능력(carrying capacity)과 앨리의 원칙에 입각하여 과소에 의한 종의 멸절을 회피하고 생존할 수 있는 최소개체군의 크기(MVP) 및 최소개체군 유지 면적(MVA), 유전적 교류가 이루질 수 있는 한계로서의 메타개체군(meta population) 등을 설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그동안 생태복원 전문가와 전문 산업이 없이 수행되었던 많은 사업들이 결국 무늬만 생태였음을 우리는 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올바른 생태복원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생태복원을 위해서는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춘 전문가 및 전문 산업 육성 등 생태복원에 대한 인적자원 양성과 산업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생태복원전문가는 생태적 천이와 자연치유 과정에 바탕을 두고 생태계 구조와 기능을 해석하고 변화를 예측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천이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태계의 조력자이며, 생태복원 산업은 생태복원전문가가 중심이 되어 생태학적 이론과 원리에 바탕을 두고 생태계를 조성 및 복원하거나 관리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앞에서 논의했던 하천생태계, 도시생태계 및 도시재생, 산림, 습지, 기타 다양한 자연 및 인공생태계에 대한 조성, 복원, 향상, 관리 및 평가 등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생태복원 전문가 양성과 참여, 산업 육성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하고, 구체적인 전문가 및 산업의 범위와 깊이, 전문가 양성과 기존 유사분야 전문가의 참여 범위, 산업 신설 및 육성 등의 세부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토 차원에서 생태계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생태계 유형별로 또는 목표별로, 기타 접근방법과 시각에 따라 이를 담당하는 분야가 각각 다르다 보니, 개별 정책과 사업은 나름대로 성과를 이루고 있으나 통합적 시각에서 생태계 관리를 조절하고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큰 그림은 여전히 미흡한 현실이다. 그러므로 개별 정책과 사업의 통합 운영과 더불어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상위단계의 주체가 설치되어야 효과적이고 종합적인 국토생태계 통합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생태복원은 자연 스로의 힘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생태복원은 단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수십 년의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시행되어야 하며, 이미 훼손되어 지치고 지친 자연이 자연형성과정에 의해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구동력을 제공하고 생태계가 목표를 향해 발전될 수 있도록 돌보아주는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것이 생태복원 전문가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그리고 후손들이 살아가야 하는 이 땅의 생명부양능력을 높이고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서식처를 포함한 다양한 생태계를 지키고 만들고 가꾸려는 노력이 곧 생태복원이며, 궁극적으로 생태계서비스 증진을 통한 녹색일자리 창출과 국민들의 녹색복지 향상이라는 가치를 구현하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물질순환이나 에너지흐름 등과 같은 기초적인 생태적 지식과 더불어 자연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 변화를 파악하여 서식처 및 생태계를 보전 복원 대체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이론적 지식과 실무적 기술 및 이를 수행하기 위한 성실한 태도 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토생태계 통합 관리를 통해 국민들에게 최선의 생태계서비스 혜택을 제공하고 생태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_ 구본학 교수  ·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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